7. 따뜻한 은신처

절망과 희망사이

史野 2015. 8. 26. 23:59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신기하다

이런 걸로 가을이 오고있다고 느낄 수 있고 그게 늘 감격스럽다니

물론 이 곳엔 가을과 겨울이 동시에 온다만 그래도 나쁘지않다

긴 겨울 추위와 싸워야하는 건 때론 공포다만 그래도 새하얀 눈과 유리처럼 부서질 것같은 맑은 햇살아래 찬 공기가 또 그립기도 하니까

 

사야의 마당도 이제 차츰 시어머니의 정원같은 모습을 갖춰가고있다

정말 죽도록 고생을 해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만 그래도 역시 공포스럽던 잡초들에서 조금씩 자유로와지고 있다는 건 참 좋다

특히 깜깜한 밤에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제 이 공간도 통제가 가능해지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저게 다 잔디는 아니더라도 이사오자마자를 빼곤 저리 푸르른 마당이 처음이다

 

수확한 오이로 특이한 오이김치를 담아봤다

뽕잎도 넣고 페파민트차를 육수로 쓰고..

맛이 어떨까는 전혀 안 궁금하다 그냥 그 오이들로 뭔가 근사한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걸로 감사..ㅎㅎ

 

올해의 마지막일 수있는 칡꽃차를 우렸다

오늘은 정말 할일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날 정도였는 데 그래도 끝물인 칡꽃이 따고 싶어졌다

 

늘 무수리과라고 말하는 사야는 사실 무수리과가 아니라는 걸 요즘에야 실감하고산다

게으른 주제에 왜그리 이불빨래는 자주하고 반찬은 왜 또 꼭 접시에 담아먹어야하는 지

정말 간절히 청소부도 식기세척기도 필요하다..ㅜㅜ

 

우짜든둥 고민이 너무나 많다 아니 할 일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아니 그것도 아니고 하고싶은 일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정말 스스로가 넘 한심해 딱 주저앉아 울고싶은 데 그래도 웃음이나고 혼자 먹는 밥은 여전히 맛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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