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삶의 아이러니

史野 2015. 5. 18. 01:05

사야는 지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니 사야인생에서 쉬운 시간은 단 한번도 없었다만 그래도 그때는 누구라도 옆에 있었다.

간혹 인생을 잘못살았나보다 싶을만큼 정말 아무도 옆에 없는 상황.

물론 사야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만..^^;;


신기하게도 그 쉽지않은 시간이 또 가장 감사한 시간들이기도 하다

정말 몰랐다

사야도 이렇게 살 수 있으리란걸


사야인생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었기에 이렇게 힘든데도 또 이 날들은 역설적이게도 행복한 날들이다.

오십평생을 이런 날들을 꿈꿨더랬다.

외롭고 힘들 수는 있어도 남들처럼 혼자 잠들고 일어나고 어찌보면 삶에서 가장 평범할 수도 있는 그 일상

그게 사야인생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믿을 수 없는 날들이 팔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 사야는 죽도록 불행했다

그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재결합을 한건 아니더라도 남친과 함께하는 삶이 참 많이도 힘들었다

그치만 돈은 벌어야했기에 오죽하면 '아 이래서 매맞는 여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못하는 거구나' 란 생각을 했겠는가

진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을 떠나올 수가 없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새깽이들때문이기도 했지만 먹고 살 방편도 중요했고 사실 가장 중요했던 건 사야가 결코 혼자서는 이 삶을 버텨낼 수 없는 인간이었기때문이다.

남친이 새 하우스를 계약하자며 한 말도 ' 당신이 거기가서 혼자 살 수 있다면 모르지만 아니면 함께 이 일을 하자' 였으니까.


우짜든둥 중요한 건 외로울 지언정 그때만큼 불행하지는 않다는 거다

며칠전 고기공놈왈 해탈한거냐고 자기도 아저씨가 미운데 언니는 왜 안 밉냐던데 진짜 안 밉다.

새롭게 계획한 삶의 터전은 잃어버렸을 지언정 사야가 놓을 수 없었던 그 끈을 끊어준 남친에겐 많이 고맙다.

정말 그 새여자랑 갑자기 찾아와 그 난리를 치고 가지 않았다면 아마 누나같은 마음의 오지랖을 떨었을 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놈은 좀 모지란 인간이지 나쁜 놈은 아니니까

그런 놈이 울트라 잔머리 잘돌아가는 사야같은 인간이랑 엃혀 나름 맘고생은 했겠지만 사야량 보낸 세월이 그나마 그 놈 삶이 업그레이드가 되었으니 다행이랄까

(얌마 그 정도 뒷통수쳤으면 너도 복수할만큼 했다 그러니 행복하게 잘 살아라 아마 니 그 이상한 엄마 다음으로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 나일거다. 아 비슷하게 바라는 놈이 하나 있긴 하구나..ㅎㅎ)


이런 이야길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쓰다보니 사야인생의 최대실수는 장성집에 들어간거다.

그때 맹렬히 반대했던 두 사람이 있었는 데 그 이유가 그 집의 소유권 문제였다

결국 쫓겨났으니그들의 생각이 맞았다.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 란 걸 좌움명으로 살아온 사야다만 사실 장성집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그리 애썼는데 삼년 정도는 살았더라면 최소한 사야 스스로 떠났떠라면 하는 미련이 많이 남는다

너무 애썼기때문일까 아님 한국에 돌아온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었기때문일까

의외로 장성집이 사야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딱 한번 깜깜할 때 그 집에 가 마당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데 그 집은 이미 절로 바뀌었는데도 그리고 몇 년이 흘렀는데도

꼭 그 집에 살다나와 담배 한대피는 그런 기분이었다니까


또 우짜든둥

결국은 횡설수설이 되어버렸다만 가장 힏든데 또 가장 고맙고 아름다운 이 날들

이게 전에도 가능했다면 사야의 인생은 좀 달라졌을까 되묻기도 하는 시간들

그러나 그게 가능했다면 넌 또 지금의 네가 아니지 않겠냐는 답을 주기도 하는 시간들


또 또 우짜든둥

구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게 오십년 가까운 세월과 비교할 수 없으므로 아직은 안심하지 못하겠다

진짜 극복한 건 지 정말 이런 신경줄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지를 말이다

인간자체가 그렇긴 해도

늘 유리같은 투명함으로 그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줄타기를 하며 살아온 인간에게는

지금의 이 팔개월의 무난함이 안전장치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나름은 먹고 살 방편이라고 생각한 것도 뺏기고

새끼도 잃어버리고

정말 상황은 최악인데


사야가 가장 원했던 그 마음의 안정을 딱 지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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