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반가운 소포

史野 2014. 9. 18. 13:43

 

사야에겐 독특한 후배가 하나있다.

아니 엄밀히는 모든 면에서 사야랑 전혀 다른 사람이란게 맞겠다

자기관리 철저하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산다.

몇년 전 벌써 어깨가 시린다며 롱 밍크코트를 입고 나와 사야를 기함시키기도하고 농사짓던 사야도 안쓰던 전면마스크를 외국에서도 쓰고 다니는 하이튼 재밌는 친구다

 

이 후배는 일년에 한번씩 혼자 삼주가량 해외여행을 다니는게 취미다. 올해는 그린란드와 네덜란드를 갔는데 마지막으로 쇼핑을할겸 독일쾰른에 들렸다는거다

본인도 독일에 몇년 있었지만 사야가 생각나더라나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달 한밤중에 난데없이 카톡이 주구장창 들어와 놀랬는데 독일이라며 그 후배가 말을건거다

그래서 안그래도 아마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한권 부탁했다

요즘은 어쩌다 기사나 훓어볼 뿐 독일어책을 전혀 읽지않는데도 이상하게 독일어책은 꼭 원어로 사고싶어진다

이것도 일종의 집착인걸까

하긴 여전히 남편에게 빼앗긴(?) 독일어책들이 생각나는거보면 집착이 맞을거다

 

독일이야 서점이 많아 간단한 부탁인줄 알았더니 우여곡절끝에 오늘에야 사야손에 들어왔다

있는 우표 다붙여 웃길거라더니 이런 소포 오랫만에 받아본다

요즘은 택배도 하루만에 가는데 저 소포는 삼일이나 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책이 더 두꺼운데 이 책은 읽을 수 있으려나

십수년동안 독일어가 일상언어였다는게 이젠 스스로도 신기한데 말이다

 

리스본에서 혼자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것도 그저 꿈만같다

노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는 취기에 술까지 더 사들고는 흔들흔들 호텔로 돌아가던 길

꼭 그 길을 늘 걸었던 거 같은 그런 기분이였었는데..

어쨌든 고마운 후배덕에 책 한권 손에넣고 대낮부터 취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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