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왠 횡설수설인가 하겠지만 사야는 지금 지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동안 버텨온 시간도 만만치는 않다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지라 지금 현재가 가장 고통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경험은 연륜이 되고 또 고통에 익숙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인지라 이런 것도 참게되는 구나, 헛헛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더 나아가 비참한데도 불행하진 않고 죽을만큼 괴로운데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
그래 이건 살아내는 게 우선이었지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사야인생의 특수성인 지도 모르겠다만.
이틀간은 먹지도 않았고 나흘간은 세수도 안하고 지냈다. 삼일 째 세수를 안했던 날은 그래도 읍내까지 나가서 반찬이 열가지도 더 나오는 괜찮은 집에서 밥까지 먹었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좋고, 반짝이는 하늘의 별도 아름답고 이 곳이 관광지여서인 지 사방천지 눈만들면 아름다움으로 넘쳐난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이 참 엿같다는 말을 달고 산다는 거겠지.
단발적으로 끝나긴 하겠지만 딸기농사를 짓게된 건 사야처럼 평생에 돈이란 걸 제대로 벌어본 적이 없는 인간에겐 행운이다.
오늘도 딸기밭을 나오다 허리가 펴지지않아 거의 오랑우탄처럼 걸어나왔는데 그 허리아픈 것보다도 딸기묘하나하나의 상태를 신경쓰느라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딸기가 출하되고 나서부터는 매번 통장에 금액이 찍히기 시작하는 데 따고 담아 출하하는 게 사실 딸기 키우는 것보단 힘들긴 해도 현금이 바로바로 들어오니 기분이 꽤 괜찮다.
그래서인가 사야네 딸기멘토는 두고보라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딸기 안한다는 이야기 못한다던데 나참 딸기가 무슨 마약이냐 못하면 못하는 거지 못한다는 말을 못하게.
딸기야 워낙 예민한 작물이기도 하다만 어제부터 갑자기 무르기시작하더라. 겨울엔 그나마 단단함으로 버티는 건데 동네분들 말씀이 사야네가 관리를 잘못해서 얼었다네.
초보인 사야가 혹시라도 출하하는 데 들어갈까봐 애면글면 담다보니 이 추위에 온 몸에 땀이범벅. 세상에 어찌 키운 딸기인데 골라낸 게 수백갠는 족히 되더라.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오늘보니 곡소리(?)나는 곳이 한두 농가가 아니더라.
난방을 충분히 한 곳도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니 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여긴 여전히 경락가가 마트딸기보다는 높고 썼듯이 사야도 가격의 비밀은 아직 잘 모르겠다만 그 가격책정으로 택배보내다 또 큰 상처를 받았다.
사야에겐 너무나 소중한 딸기라 사야가 아는 사람이 먹어주길 바랬는데 그것도 달라는 사람이 아니면 보내지도 않았는데 이 사야의 소중한 딸기를 받아놓고 아무말이 없더라. 문자도 보내봤고 나중에 전화까지 먼저 했더니 다짜고짜 시장조사해봤냐고 묻는데 충격받았다.
아니 사야가 무슨 딸기로 몇 천원 더 받아 인생역전할 것도 아니고 내 새끼들처럼 키운 걸 조심스레 보내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각설하고 사야가 지독하 시간을 견디는 건 당근 꼭 이 딸기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 엄청난 딸기때문에 힘을 얻기도 한다
그래도 농사가 맞나보다, 란 말을 들으면 귀싸대기를 갈겨주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한뼘도 안되던 모종을 애면글면키워 수확을 하고 있다는 건 가슴벅찬 일이 맞으니까.
아마 사야도 이리 개고샹해서 얻는 수익이 최소한 일년을 살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길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너무 오랫만에 쓰는 글이어서일까 아님 제목처럼 횡설수설이어서일까 사야가 어떤 시간을 견디고 있는 지의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만 이것도 새해인사라고 그냥 올리련다.
사야는 여전히 살아있고 앞으로도 이렇게 좌충우돌살거고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내가 왜 태어닜는 지, 이 삶에서의 역할이 뭔 지 그건 최소한(?) 알아야 해' 란 의문은, 혹 거창하게 '화두'는 갖고 살거라고.
그래, 이제 사야는 암담하고 비참하기도하고 더 적나라하게는 꿈도 없다만 길을 잃은 것 같진 않다
그냥 나름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내든 견뎌내든 하는 것 같다고.
2014년,사야가 겪어보지못한 그 대단한 갑오년
농부에겐 불가능한 새벽 세시에 사야는 농부가 된 사야 자신에게 첫 새해인사를 한다.
올해는 조금만 더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해달라고.
그럴 수도 있다 라고 인정한 순간 그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또 인생이겠지?
2014.01.03. 담양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