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시어머니

史野 2013. 10. 19. 23:50

미치고 팔짝 뛰겠다.

지난 번 시어머니랑 사십분 가까이 싸우고 그 아픈 가슴을 정리하며 무진장 힘들었는데.

 

오늘 또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일을 마칠 즈음이라 달려가 받았는 데 마침 끊어지는 전화.

시어머니가 다시 전화할 일은 만무하고 혹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혹시 돌아가셨다는 전화면 어쩌나 감히 다시 전화해 볼 생각도 못하고 머리는 복잡하고..

 

세 시간 넘게 만에 다시 울리는 전화.

완벽하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사야의 시어머니가 그 전화속에 있더라.

꼭 어제도 통화했던 것처럼 넌 왜 전화가 안되냐고 뭐하냐고 잘 지내냐고. 그녀는 묻고 있더라.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그렇게 그녀랑 12분정도 웃으며 떠들었다.

처음엔 놀라기만 했는 데 이젠 그리워 눈물이 난다.

전화속의 그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엄마같아서..

그리고 이젠 정말 더 절절히 치매라는 사실을 빼도 박도 못하게 인정해야할 것 같아서.

 

남친과도 이야기하고 고기공놈하고도 통화를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나니 이제 사야는 그녀가 미친듯이 그립다.

우리식의 농담을 하며 웃고 딸기를 팔아 수익이 남으면 비행기표를 사서 가겠다고 하며 끊었다만 그녀가 다시 사야를 오늘처럼 기억하는 날이 올까.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갑자기 또 사야는 아버님께 그랬던 것처럼 간절히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다.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고 그립고 뭐라 표현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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