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가을은 저 미루나무의 흔들림으로 오더라.
어린 시절 아빠랑 바라본 미류나무. 아빠를 바라보기에도 힘겨웠던 내게 아빠머리위로 보이던 저 미루나무는 끝도없는 우주같았다
가을은 또 이렇게 소나무사이로 삐져나오는 햇살이다. 어둠사이를 삐집고 나오는 햇살은 찬란하기 그지없지만 산아래 사는 내겐 아쉽기 그지 없는 햇살
가진 옷중에 햇살을 머금을 수 있는 것들을 담아 창에 걸었다. 햇살이건 행복이건 물고기건 미끼를 잡아둬야 걸리는 그 무엇인 것 같아.
그럼에도 똑딱이 카메라론 걸리지 않던 용담무리. 가을의 초록과 햇살과 그 아래 머무른 보랏빛 무리가 아름다왔는데 아무리 줌을 잡아봐도 그 느낌이 안 걸리더라는..
특별히 아름다운 건 아니어도 그래도 역시 색을 입혀가는 내가 사는 마을의 한 컷
그리고 내가 바리랑 강가 유원지로 산책을 나가는 길의 그 소박한 가을
소박한 가을 속에 믿기 힘들만큼 아름다와 걸음을 멈추게 하던 단풍
그렇게 내가 다다르는 강가
그렇게 미치도록 아름답다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그 곳, 그리고 그 가을..
그래 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가을에 결국 고기공놈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한달을 꼬박 매일 그 놈과 전화통화를 하며 이겨내시길 간절히 기도했건만...
만 스물도 안된 고기공놈을 처음 더블린에서 만났을 때 난 그 부모가 정말 궁금했더랬다.
차라리 뵙지나 말았을것을..
어찌 나름 일박이일 긴 시간을 뵙게되었던 그 분.
뵙기 전 부터 존경했었고 뵙고나니 난 정말 딴엔 재수없게도 대들며 토론할 것도 많은 분이었는데 그냥 가버리셨다
아직 환갑도 안되셨는데 말이다.
목숨에 값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래 내 생각이지만 고기공놈 아버님은 이 생에서 하실 일이 많으신 분이셨기에 더 많이 안타까운가보다.
우짜든둥
이렇게 또 가을이 가고 있다..
2009.10. 26.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