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살게되면 익숙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대신 또 많은 것들이 새로운 눈을 뜨이게한다.
아무렇게나 자란듯한 풀숲에 얼마나 많은 작은 꽃들이 다양한 형태로 서식하는 지, 그리고 그 들사이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서식하는 지 조용히 귀기울이면 교향악단보다 더 다양한 소리가 섞인 듯하다.
한동안 나를 즐겁게하던 짚신나물. 산을 다 깍아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내년에 또 피겠지. 짚신에 붙어 어디나가서 잘 자란다고 짚신나물이라던가.
그리고 산박하. 박하향이 나는 것같지도 않던데 왜 산박하인지 모르겠다만 보라색 앙증맞은 꽃이 귀엽다.
쥐꼬리망초. 지금도 여기저기 피어서 아주 귀엽다. 쥐는 끔찍하게 싫은데 (내가 도둑고양이들 밥을 정성스레 주는 이유..^^) 쥐꼬리망초란 이름은 또 왜그리 귀여운지
여기저기 피어 역시나 즐겁게해주는 애기똥풀. 크게자라 이쁜 군락이 있었는데 얼마전 남친이 예초기로 잘라버렸다..ㅜㅜ
처음엔 클로버인가 했더니 작고 앙증맞은 노란꽃이 올라오던 괭이밥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예전에 달개비라고 부르던 닭의장풀. 파란꽃이 흔치않아서인지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참 이쁘다.
사진에선 그 맛이 안난다만 역시나 여기저기 피어있는 저 노란 여우팥이랑 어우러져피어있으면 참 보기좋다.
익모초꽃이다. 어린 시절 익모초즙 마시던 기억에 아직도 몸이 부르르떨리는데..ㅎㅎ 꽃은 참 이쁘다.
이름도 이쁜 은꿩의다리
여린 잎은 쌈을 싸먹기도 하는 왕고들빼기의 꽃들도 이쁘긴하다만 덩치큰 몸에 작은 꽃들이 달리니 조금 안스럽기도..
요즘 한창인 물봉선. 노란색 흰색도 있다는데 이곳엔 저 자주색뿐.
얘는 부추라던데 우리가 먹는 부추인가?
참취. 그 옆으로 송충이(?)도 늠름한 사마귀도 보인다.
갑자기 구석에 피었다 사라진 개상사화. 지금 씨가 여물기만 기다리고 있다.
상사화와 비슷하지만 여기서만 자란다는 백양꽃.
영아자.
여기저기 감고 올라가 골치아프지만 그래도 꽃은 이쁜 칡.
내가 가진 책엔 없지만 어느분께서 이름도 특이한 큰도둑놈의갈고리란다..ㅎㅎ
그 외도 참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는 이 곳. 아침에 일어나 커피한잔 들고 뭐 또 새로난거 없나 둘러보는 곳이 하루의 시작이다.
지금이야 이번엔 뭐가 필까 호기심가득이지만 내년쯤엔 미리 기다리는 두근거림도 갖게될까.
그나저나 백양사입구에 꽃무릇도 잔뜩 피었고 이제 감도 익기시작하는 데 빨리 카메라나 장만해야겠다.
비가 그친 뒤 겨울이 아닐까싶게 찬바람이 부는 이 곳. 지난 번엔 그러고도 늦더위가 찾아왔지만 이젠 정말 가을인가보다.
2008. 09.25.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