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가 요즘 정말 바쁘다.
친구놈은 산속에서 뭐가 그리 바쁘냐고 하지만 진짜 할 일이 많다. 눈만 뜨면 할 일이라 오죽하면 내가 눈을 감고 다니고 싶다고 했을까.
(물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걸 내가 다한다는 건 아니지만..ㅎㅎ)
내가 여기 와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아무때나 나타나는 시골사람들도 아니고 느닷없이 출현하는 지네나 뱀도 아니고 모두가 물어볼만큼 내다리를 초토화시킨 모기도 아니다.
눈만 뜨면 접하게 되는 자연. 그 군상들의 정체였다. 내가 아는 단어라곤 나무. 풀, 그리고 꽃?
산속에 그것도 바로 산아랫집에 사는 나는, 그것도 팔자 쎄서 수도 없는 인간들을 접하고 산 나는, 내가 만났던 오대양육대주 남녀노소를 비웃는듯한 거대한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거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도 덜든 상태에서 비틀비틀 커피한잔 들고 꽃밭으로 갔다가 집 한바퀴 도는 게 요즘 생긴 나름 아침의식인데
도대체 저기 서 있는 나무가 뭔지 아니 갑자기 솟아나는 저 싹은 꽃인지 잡초인지. 또 독초인지 약초인지..
갑자기 꽃이 피어 나를 행복하게 저 물건(?)은 이름이 뭔지 한마디로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더란 거다.
무조건 꽃밭을 만들어야겠다고 화원이나 장에서 사온 화초에서 꽃이피는데, 누구야 너 꽃피었구나, 말을 건넬 수가 없더라는 것.
김춘수시인의 시처럼 이름을 불러줘야 의미가 되는 그 위대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새삼 여기서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는 건 멋도 과장도 아닌 내가 맞닦드린 처절한(?) 현실이다.
그래 인터넷을 찾아보다 7월말 화초에 관한 카페에 가입을 하곤 나름 죽어라 공부를 하는데 이름들은 왜그렇게 어렵고 그 잎이 그 잎인거 같은 지 머리에서 쥐가 다 나더라.
내가 정말 외국어 많이해봐서 아는데(보스님 블로그에 가보니 나 술취하면 오개국어 한다던데 필름끊겨 완전 횡설수설 한다는 이야기냐 ..흑흑) 그나마 문장으로 이해되는 외국어가 내겐 더 쉽지. 낯선 외국어도 이런 외국어(?)가 없다.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기본이야 사전. 처음엔 사막님이 내게 선물해주신 작은 책이랑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책을 주문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앞으론 비행기 안타도 되고 무엇보다 일상생활하며 사전 안들여봐도 되는구나 엄청 기뻐했는데 이건 팔자다
짐정리되고 조금 자리가 잡히면 한동안은 책이나 실컷읽고 유람이나 다니고 뭔가 근사하게 신선처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게 우습다.
새로운 생활은 늘 새로운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잠시 잊은 걸까.
책이 도착하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어봤는데 내가궁금해하는 것들이 다 들어있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줄줄히 또 어떤 사전이나 책들을 구입하게 될지..
어쩌면 모든 외국어를 합한 사전들보다 더 많아지지 않을까.
다른 외국어야 나름 공통성이 있어서 내 노하우가 도움이 되었지만 이 황당한 외국어는 그런 체계도 달라 지금 심각하게 개인교습을 받을까도 생각하고 있다.
늘 새로운 세상으로 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그 생활을 적응할 수 있었던 사야는 돌아온 내 땅에서도 결국은 또 처음부터 다시 출발한다.
그 새로운 땅이 남친집이니 남친이 좀 도와주면 좋겠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삼십 년을 살다가 그나마 이 곳으로 옮겨온 십년 중 반도 이 땅에서 살지 않았던 남친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늘 이 곳을 떠날 생각이었고 나는 이 곳에 살러왔으니...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앞으로는 이 산속에서 가능한 왠만한 채소도 자급자족하고 자연에서 채취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활용할 생각이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이들과 친해져야겠지.
다녀가신 분들이나 지인들도 그렇고 어떻게 내가 이 산속에서 잘사나 궁금하기도 신기하기도 한가보다.
나도 때론 이런 내가 낯설기도 하다.
몇일전 남친이 마을어른 컴퓨터를 고쳐드렸는데 그 분이 어제 고맙다고 포도 한 상자를 가져다 주셨다.
아직은 포도를 사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 먹지 않은 과일이 냉장고에 많이 남아있는데도 그게 왜그렇게 행복하던지.
남친에게 마을마다 방을 붙이고 컴고쳐드릴테니 댓가는 현물로 키우시는 고구마나 옥수수 뭐 그런걸로 주셔도 된다고 하자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내가 떠돌면서 남편에게 늘 한 말이 나는 남극에가서 펭귄언어라도 배울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되었다란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그래 내가 늘 주장하듯 성격이 팔자를 만들 수도 있고 그냥 내 운명일 수도 있고..
나는 전혀 다른 이 곳에 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가 했던 똑같은 형태의 적응하기, 새로운 외국어 배우기를 하고 있다.
한 외국어를 잘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를 알기에 내가 이 새로운 외국어를 마스터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해보련다
모든 새로운 것들이 그렇듯 지금은 그냥 재밌고 신나고 또 신기하다.
복잡해질까봐 말을 아꼈는데 (그래 나같이 말많은 인간도 말을 아낄 때가 있다..ㅎㅎ) 이상한 곤충들때문에 또 궁금해 울렁증이 인다만 그건 정말 십년 후의 일이다, 지금 내 역량이 아니라 생각하고 참고 있다.
어쨌든 그래서 바쁘고 정신없다. 아니 우왕좌왕 맘이 바쁘다는게 맞겠다.
솔직히 삼시세끼 먹고 치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이래저래 해야할 일 준비할 일도 태산이다.
게으른 여자는 아니지만 결단코(!) 부지런한 여자도 아닌 나는 늘 대충 정리하고 싶어 발버둥치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 우짜든둥 이젠 이 곳이 내 집이고 내 일상을 찾아야하니 달리기도 시작했다.
대충 오십분가량 걸린다.
내가 택한 코스가 청계천이랑 비슷한듯한데 훨 힘들고 시간은 더 걸리는 걸 보니 운동을 넘 오래 쉬었고 몸도 더 불었나보다
(하긴 예전보다 고기 열근을 더 짊어지고 뛰는데 어찌 힘들지 않겠냐만..-_-)
야생화책을 주문하는 김에 다른 책들도 주문했다. 도쿄에서 내내 알라딘에서 책을 받아보다 알라딘을 불미스럽게 탈퇴한 이후 얼마만에 책을 주문했는 지 모른다.
한국에 돌아와선 책방에 가서 책을 사곤 했지만 오랫만에 집에서 그것도 이 산골에서 주문한 책을 받으니 딱 외국에서 한국책을 주문해 받았을 때같은 그런 기분.
그래 그 기분에 취해 또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었다지..ㅎㅎ
각설하고 새로운 세상은 늘 재밌다
문장속에서 내가 아는 단어를 발견하는 기쁨처럼 풀숲에서 내가 ' 그 이름을 불러 줄' 대상을 발견해 냈을 때는 정말 기쁘다.
단어도 생명력이 있지만 그 단어의 변화는 몇 년 혹은 몇 십년 또 혹은 몇 백년도 기다려야하는 것에 비해 식물들은 그 변화가 빠르다, 라고 쓰고 싶었는데 이 문장을 쓰다보니 단어가 문장속이나 역사속에서 변화무상한것보다 변화해는 세월이 기니 사실 비교대상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낯선 사랑방의 낯선 사야다..ㅎㅎ
2008.09.04. 장성에서...사야
우짜든둥
제가 찾아봐도 카페에 물어도 모르는 것들요
아시분 들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꼭 알려주세요.
맛배기로 올라가고 안 알려주시면 안 물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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