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노란대문집

史野 2008. 8. 25. 00:01

이제 노란대문집이란 제목으로 카테고리하나를 더 만듭니다.

 

제 인생의 또 하나의 장이 시작되네요.

 

마무리 잘하고 잘 내려왔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기공놈이나 저나 카메라를 준비못해 사진은 없지만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이차로 여섯명이 노래방까지진출해서 새벽에야 잠이 들었던 저는 다음 날 이삿짐센터에서도 일찍 온데다 다음 날 운전해서 내려오느라 죽는 줄 알았지요

 

그냥 갑자기 이사를 내려왔다면 기분이 아주 이상했겠지만 왔다갔다하며 살던 곳이라 그런 지 짐이 와서 무진장 행복합니다.

 

 

 

물론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은 남자친구지만요. ㅎㅎ 이 사진은 저 서울간날 친구놈, 고기공놈 넷이 노래주점가서 고기공놈에게 찍힌 사진입니다만 딱 저 표정입니다..^^

 

대충 정리된 집을 올려봅니다.

 

 

 

 우선 지난 번 사진에서도 보셨겠지만 가장 막막하던 부엌이 이렇게 변신했답니다. 그냥 보통집으로 이사했더라면 이 것도 불만이었겠지만 이 집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저는 그저 저 모양새가 나온거만으로도 행복해 죽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모양이 나올까 얼마나 고민했는 지 모르거든요. 고맙게도 남친이 저없는 동안 후배까지 불러다 저쪽 장과 그릇을 빼고 냉장고를 옮겨준 덕에 짐들이기가 수월했구요.

 

 

 

제가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반대편의 모습입니다. 땅바닥에 상차리고 치우고 일어나고 앉고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식탁이 생기니 진짜 편하고 좋습니다.

 

 

 

지금이야 안보이지만 낮에는 저렇게 밖을 보며 지낼 수 있지요. 저 문이 지난 번 해달은 방충망이구요.

 

 

 

윗 사진 마주보는 곳에는 이렇게 티비를 놓았습니다. 식탁에서도 티비를 볼 수 있도록요. 산속이라서 동네에서 계약했다는 총 여섯개 채널밖에 나오진 않지만 어쨌든 티비도 생겼습니다..ㅎㅎ

 

 

 

침대는 저렇게 놓았고 제 사랑스런 문짝으로 가려놓았답니다. 문을 늘 열어놓고 지내는 편이라 안정감있고 좋네요. 침대뒤 벽장으로는 이사한 날 당장 나가서 큰 행어를 사다가 옷장을 만들었습니다. 보이는 법당 벽에는 양쪽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도쿄에서 제 책이 오기전에 책장을 짜넣을 예정입니다.

 

 

 

제일 맘에들지 않는 곳이 화장실입니다만 그래도 세탁기(결국 욕조자리에 세탁기를 샀어요)를 가릴 수 있게 제 욕조커튼을 쳐놓으니 샤워할 때 그쪽으로 물도 안튀고 좋답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짐이 오니 이제 사람사는 것 같고 정말 좋습니다. 제 생각이 적중해서 왔다갔다하며 꽃밭도 만들어놓고 어쩌고해서인지 이젠 제 집같은 곳에 침대도 생기고 식탁도 생기고 티비도 생겼잖아요.

 

꼭 촌여자가 침대식탁 처음 써보는 모양으로 '와 좋다'를 연발하고 있는 단순한 사야입니다..ㅎㅎ

 

일년전 돌아올때야 이렇게 삶이 이어지리라 상상도 못했지만 잘먹고 잘살려고 돌아온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니 어찌 감사하는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침대정리하려다 벽에 지네가 붙어있어서 잡는다고 남친과 생쇼를 하고 일주일동안 잔뜩 자란 풀뽑는다고 또 힘 좀 쓰고 집안으로 들어온 벌새며 메뚜기며 살려보내려 애도쓰는 이 삶이 어쩌면 제가 간절히 원했던 그런 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저기 피는 야생화들도, 듣도보지도 못했을 곤충들도 모두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친구하나는 몇일전에도 제가 세련된 차림으로 파티를 해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던데 이상하게도 그땐 그게 편하고 제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세수도 안한 상태로 찾아온 손님을 맞는데도 편안하네요.

 

예전에 '그녀'가 제게 그랬죠. 제 장점은 어딜가나 좋은 면만 보고 그 곳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거라구요.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라면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뿌린 씨에서 드디어 백일홍꽃이 몇 개 피었답니다. 마침 파란(?) 벌도 날아와 앉았네요. 남친왈 쟤는 이뻐질라고 염색했다고 여자벌이 분명하다고해서 또 한참을 웃었습니다.

 

씨를 늦게 뿌린데다 같이 뿌린 과꽃도 아직 소식이 없는지라 더 기쁘답니다. 내년엔 제가 뿌린 꽃씨에서 꽃이 피는 일이 더 많겠지요.

 

네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이집은 절소유지만 그게 또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제가 사는 동안은 누가봐도 주인이 아끼는 집이구나 느낄 수 있게 이쁘게 잘 가꿔가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해지겠습니다.

 

앞으로는 노란대문집에서 제가 보냈던 소식과 많이 다른 그런 소식들을 보내며 그렇게 지내겠지요..^^

 

 

 

 

2008.08.24.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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