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갇힌 항아리

낙산공원

史野 2008. 2. 27. 13:36

 

어제 아침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아직 푸르름이 가시기 전이건만 눈에 쌓인 도시가 아름답다. 당장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이래 저래 꾸물거리다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동대문에서 내려 그 앞에서 냉면을 한그릇 먹은 후 이대부속병원을 뒤로 성벽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성벽옆으로 난 구멍(?) 속에 영화에나 나올법한 동네가 숨어있었다.

 

 

공원에 올라 예전에 도성이었던 곳을 내려다보니 속도 확 트이지만 당시의 서울이 궁금해 몸살을 앓을 듯하다.

 

 

바로 아래를 수십년동안 지나쳐다녔건만 조금만 걸으면 이런 풍경이 숨어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관광객의 심정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장독을 보며 사람냄새를 느끼는 건 내가 강북출신이기때문일까.

 

 

요즘 딴나라당인지 땅나라당인지의 강부자 얘기들로 세상이 들썩거리는데 이래저래 복잡한 머리를 흔들어본다.

 

 

이 아름다운 도시 빼어난 산과 강이 어우러진 이 도시.

 

 

나는 모르겠으니 성벽아 네가 말해주겠니?

 

단 한번이라도 이 땅에 태평성대가 가진 자들이 청렴하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지 않던 그런 세상이 있었던거니?

 

부정부패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모습에 이젠 신물이 난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한 건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겠지..

 

 

새로만든 듯한 나무계단을 터덕터덕 내려오다보니 새소리도 들리고

 

 

내가 종로구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순간.

 

그래 어쩌면 번잡스러운 건 세상이 아니라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2008.02.27. 서울에서...사야

 

 

35283

 

영화 ' 프라하의 봄' 에 나오는 체코 여가수가 부르는 버전을 듣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디서 그 음악을 구할 수 있으려나...

 

'빛 갇힌 항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랫만에 미니라이카사진들  (0) 2008.04.07
청계천 하류의 봄  (0) 2008.04.05
차가운 아침, 냉정한 산책  (0) 2008.01.24
응봉산에 오르다.  (0) 2007.11.22
중랑천을 걷다  (0) 2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