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아직 푸르름이 가시기 전이건만 눈에 쌓인 도시가 아름답다. 당장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이래 저래 꾸물거리다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동대문에서 내려 그 앞에서 냉면을 한그릇 먹은 후 이대부속병원을 뒤로 성벽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성벽옆으로 난 구멍(?) 속에 영화에나 나올법한 동네가 숨어있었다.
공원에 올라 예전에 도성이었던 곳을 내려다보니 속도 확 트이지만 당시의 서울이 궁금해 몸살을 앓을 듯하다.
바로 아래를 수십년동안 지나쳐다녔건만 조금만 걸으면 이런 풍경이 숨어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관광객의 심정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장독을 보며 사람냄새를 느끼는 건 내가 강북출신이기때문일까.
요즘 딴나라당인지 땅나라당인지의 강부자 얘기들로 세상이 들썩거리는데 이래저래 복잡한 머리를 흔들어본다.
이 아름다운 도시 빼어난 산과 강이 어우러진 이 도시.
나는 모르겠으니 성벽아 네가 말해주겠니?
단 한번이라도 이 땅에 태평성대가 가진 자들이 청렴하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지 않던 그런 세상이 있었던거니?
부정부패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모습에 이젠 신물이 난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한 건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겠지..
새로만든 듯한 나무계단을 터덕터덕 내려오다보니 새소리도 들리고
내가 종로구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순간.
그래 어쩌면 번잡스러운 건 세상이 아니라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2008.02.27. 서울에서...사야
영화 ' 프라하의 봄' 에 나오는 체코 여가수가 부르는 버전을 듣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디서 그 음악을 구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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