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생활의 리듬이 무너졌었는데 오랫만에 푹자고 일찍 깼다.
체감온도 영하 16도라니..
뜨거운 커피를 끓여 밝아오는 밖을 내다보며 망설이다가 따뜻하게 입고 카메라 들고 길을 나섰다.
아무리 추워도 달리기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런 날씨 얼굴에 땀이 가득한 상태로 건널목에 서있어야 한다면 끔찍할테니..
저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일미터 두께로 얼어붙은 송화강위를 걸어본 적이 있는데도 난 늘 아직도 흐르는 물이 저렇게 얼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간혹 중무장을 한 노인분들이 지나가시긴 했어도 평소와는 달리 한적하기 이를데없는 분위기. 새떼들마저도 보이질 않으니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걷다 만난 비둘기 두 마리.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한 놈만이 ' 뭔 일 있냐' 는 듯 심드렁히 고개를 든다.
한 두번 걷는 길이 아닌데도 난 늘 저 황량하기 이를데없는 길이 감격스럽다. 물론 그러다 엉덩이 한 번 찧어주시고..^^
아 여기들 모여있었구나. 안 추울까. 먹을 건 있을까.
이 추운 날 혹 잘못 디뎌 물에 빠지는 사람이라도 있을까봐 열심히들 얼음제거를 하고 계신다.
그녀가 카메라에 담고 싶은 건 무엇일까
평소에도 조심스러운 돌다리인데...
요즘 자꾸만 사오백년전의 이 곳 풍경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한다. 아니 이백년 백년전만 해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겠지?
이런 추운 겨울날 억새에 걸린 햇살처럼 가슴설레는 것이 있을까.
고개를 돌리니 비들기떼가 병든 닭들처럼 모여앉아 있다. 나도 너희들 옆에 누워보고 싶다만 방해하지 않을게.
내가 겨울산책을 좋아하는 건 이 냉정함때문이다.
볼살이 베어지는 것같은 칼바람의 선명함 그리고 햇살의 투명함 어느 세포하나 깨어있지 않고는 배개낼 수 없는 절박함.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이를 악물고 걷다보면 공기의 입자까지도 인지할 것같은 날카로운 신경과 슬그머니 배어나와 어깨를 타고 흐르는 그 축축함의 묘한 조화.
그 낯선 축축함에 부르르 몸서리를 치고나면 살아있다는 그 생경한 느낌.
살고 싶다고, 살아내야한다고
나는 누구처럼 주머니에 돌을 가득 집어넣고 저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일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도 황당한 다짐같은 걸 하게 되는 건
이런 아침, 혼자나선 산책길에서다...
2008.01.24.서울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