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앞에 서있는 여인. 살바도르 달리 1925.
몇 번 언급한거 같은데 난 골수 기독교인이었다.
아마 고등학교때가 믿음이 가장 좋았던 때가 아닌가 한다.
그냥 고등학생이 교회다니는 재미를 붙였던 정도가 아니고 신에 대한 사모의(?) 정이 간절하던 때였다.
어른들 저녁예배에 긴 시간을 신앙간증까지 했었으니 뭐 대충 감 잡으실거다..-_-;;
난 당시 기독교만이 진리라고 믿었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말씀 하나 붙잡구(기독교에서는 그렇게 얘기한다..^^) 자유로와지기 위해 몸부림 쳤다.
잘 모르던 어떤 분 하나는 아 쟤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가기를 포기한 애구나라고 불쌍하게 생각했다고 나중에 고백(?)하셨는데..^^
다들 공부한다고 교회도 잘 안나오는 마당에 성경책 읽고 전도사님 목사님 찾아다니며 뜻이나 물어대고 우리가 모이던 지하실 바닥도 모자라 천장까지 닦아댔으니 그 분이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나는 학력고사를 교회 다른애들보다 잘봤지만..ㅎㅎ 그렇다고 내가 범생이 경건한 분위기였을거라는 오해는 말아주시길 바란다..^^
그 나이에 벌써 신앙에 열정적이었다는 걸로 추측가능한,당시는 내게
위기였구 (사야 너 언제 위기아니었던적 있었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구..-_-;;) 극심한 두통에 학교도
가끔 빠지고 또 내 친구때문이긴했어도 주말마다 종로에 진출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중생활을 한거 같은데 그때까지는 아직(!) 안그랬다..ㅎㅎ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교회고등부에도 조직이라는게 있어 나는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 회장에 뽑힌 (무기명 선거까지 한다..ㅎㅎ) 남자아이가
공부를 목적으로 회장자리를 사퇴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게 웃기는 일 같아도 당시 그 조직으로서는 충격적인 일이고 나는 그 애를 설득하려고 기도도 많이 했고 울기도 했었다.
그 애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고 우리는 결국 보궐선거..ㅎㅎ 까지 치르게된다..^^
어쨋든 그 애랑 나랑은 그런거와 상관없이 편지도 주고 받고 같이 만두도 사먹고 친하게 지냈다.
둘 다 잘나가는(?) 학생성가대의 소프라노이자 테너이기도 했구..^^
각자 대학을 간 후 교회까지 옮기며 우리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한 참뒤 우연히 부딪힌 그 애랑 찻집에 마주앉았는데 그 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 하겠다는 거다.
그 애의 변화가 놀랍긴 했지만 난 역시 그때도 위기였으니..^^ 대충 듣고 그렇게 또 연락없이 지내다가 내 결혼식때 그 애를 잠시 본게 마지막이었다.
근데 작년에 뭘 알아볼게 있어서 웹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그 애를 발견한 것이다.
막연히 어딘 가에서 목사가 되어있으리라 하는 생각은 했지만 그 애는 한국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어느 대형교회에 수 많은 부목사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 애가 맡은 설교를 잠시 동영상으로 보며 어찌나 놀랬던지..
느낌 좋던 그 아이는 전형적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하긴 우리나이가 그렇긴 하지만.) 한국 대형교회 소속다운 분위기의 설교를 하고 있었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옛 말로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오랜 시간이라고 해도 지금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그때 사람들은 내게 넌 꼭 사모가 되야할 사람이라고 그랬구 (믿거나
말거나지만..ㅎㅎ) 그 애는 내 기억이 맞다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사실 한국에서 대형교회 부목사면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거 맞긴 맞는거 같으니 그 애는 꿈을 이룬건가? ㅎㅎ
(그 애가 참 괜찮은 목사님일거라고 물론 생각한다.)
내가 그 애를 또 우연히 어디선가 부딪힌다면 예전처럼 그 애를 반가와할 수 있을까.
그 애는 잃어버린 양인 나를 안타까와할 것이고 (혹 한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는 비유를 들먹이며 내가 신의 품으로 돌아오길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난 한국교회가 가진 편협성에 그애를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
늘 마음은 그때와 같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세월이라는 건 이렇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며 그렇게 흘러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왠지 서늘하다.
20년후엔 또 어떤 모습일까...
2005.2.04. 東京에서...사야
쓰다보니 무슨 삼류소설처럼 되어버린 거
같네요..^^
설은 다가오고 꼭 연락드려야하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 분이 제가 전화만 하면
하도 잃어버린 양 운운하시며 간절히 교회나가라고 하시는 지라 고민하고 있다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곡은 그 당시 엄청 불렀던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김두완의 본향을 향하여 입니다
그 20년 세월이 흐른뒤 2005년의 사야 모습..ㅎㅎ
혹 주말을 기해 긴 휴가에 들어가시는 분들 계시면 편안한 고향길 그리고 포근한 설연휴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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