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남도여행

史野 2008. 1. 9. 15:24

고기공놈이 연말연시 넉넉하게 휴가를 받은 덕분에 미루고 미뤘던 길을 떠났다.

 

해를 보내고 맞는 여행이라니 묵은 것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돌아와야겠단 어줍잖은 다짐과 함께말이다.

 

그 놈과 여행을 떠난 건 처음인듯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도 독일에서도 상해 일본까지 동거동락을 한 거야 수도 없으니 그 놈과의 여행이 낯설거나 새로울 것도 없다.

 

이 추운데 무슨 여행이냐는 친구말에 추우니 따뜻한 남쪽을 찾아 떠나는 거 아니냐고 네스레를 떨고는 길을 나선 아침.

 

내가 고기공놈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야 초딩 국어실력 정도면 다 아시겠지만..ㅎㅎ 정말 그 추운 아침 터미널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피우다 커피까지 주문한 내게 싱글벙글 나타난 놈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런 장거리 고속버스여행은 처음이라며 설레하는 것도 어찌나 귀엽던지..

 

세시간 반정도 걸려 도착한 광주에서 우선 밥을 먹었다.

 

 

비빕밥은 먹다말아 좀 처참하다만 특이한 소스로 먹는 도토리묵이며 저 윗쪽의 이상한(?) 술이며.. 여행이 좋은 건 뭔가 특이한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거 아니겠는가.

 

사람인연이라는 건 정말 재밌는 게 고기공놈이 만나기로 한 사람외에 또 한 사람이 나왔는데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광주에서의 하루는 할 말이 너무나 많은 관계로, 그리고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니 여기서는 빼기로 하자.

 

 

어쨌든 우리가 도착한 저녁부터 광주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술을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등 사이로 소담히 쏟아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었다지

 

 

이건 고기공놈이 아침에 찍은 사진인데 우리가 잠든 사이 세상은 이렇게 변해버렸다지.

 

원래는 광주구경을 좀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내렸을 때는 도시보다 자연을 찾아 떠나는 게 백번 나은 법.

 

 

하얀풍경이 아름다운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한 후 강진으로 출발했다. 버스안이라 카메라에 담기는 어려웠지만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들..

 

도착하면 저 눈속에서 맥주를 마시자고 했더니 너무나 좋아하던 고기공놈의 기대는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뭔놈의 전남에 대설주의보. 강진에 다가갈 수록 눈이 없더라는 것 아니냐...흑흑

 

깨는 건 고기공놈

 

어머 언니 저는 저 눈속에 맥주를 재워놓고 마실 생각을 하며 희망에 부풀었는데 이게 뭐예요?

 

아니 맥주를 마시자고 했지 내가 언제 눈속에 맥주를 재워놓고 파티를 하자고 했냐? 이 놈의 상상력이라니..하.하.하

 

(아 갑자기 손님이 출현해서 이부는 나중에 적기로 하겠습니다..^^)

 

 

2008.01.09.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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