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심각한 일로 치과에 가야한다길래 이는 돈도 돈이지만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해서 내 사촌오빠를 소개시켜줬다.
이 오빠는 인간적으로야 내 '과'가 아니지만 꼼꼼하고 성실하기때문에 좋은 의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강남인데다 나름 유명한 의사인데도 가격도 합리적이라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같이 갈 생각이 없었는데 인맥동원 차원에서 압력행사도 할겸..ㅎㅎ 오랫만에 오빠도 볼겸해서 따라갔다.
엄마칠순에는 언니만 다녀갔기에 환갑잔치에서 보고 처음이니 11년만인데 이 인간 세상에나 나를 못 알아봐서 (우리도 옛날에는 나름 친했는데..-_-) 그녀는 우리가 개그하는 줄 알았단다.
뚱뚱하던 애가 그렇게 살이 빠졌으니 어찌 알아보겠냐며 난리던데 (내가 그 폐인이었다고 했을 때 이십몇 킬로가 쪘었다) 그때는 또 살이 왜그렇게 쪘냐고 난리였다는 사실..ㅜㅜ
본인도 민망했는 지 일 끝나고 올케언니에게 놀란 목소리로 전화까지 했다나..ㅎㅎ(역시 쿨한 우리 언니 말이 되냐고 원래 뚱뚱했던 사람이면 말도 안하는데다 얼굴이 변하냐고 했단다..우리언니 만세..^^)
어쨌든 그 이야기가 아니라 오빠에겐 아들이 둘이 있는데 얼마전에 또 아들 하나를 입양했다는 거다. 그 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들이 외롭다거나 뭐 거창한 차원에서 입양을 한 게 아니라 큰 아들때문이었단다.
큰 아들이 대안학교를 다닌 관계로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스위스를 거쳐 지금 미국에 있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것을 너무 마음아파하며 하나님께 울며까지 기도하더라는 것. (아니 자식은 왜그렇게 잘 키운거냐? ^^;;)
그러면서 아빠같이 능력이 되는 사람이 입양을 하면 안되냐고 하더란다. 그래 오빠가 하나님이 아빠를 통해 기도를 응답하신다며 입양을 결정했다는 거다.
이왕이면 딸을 하지 왜 또 아들이냐니까 천천히 했으면 당연히 딸을 입양했을텐데 급하게 하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거다.
세살이라는 이 애를 아이하나를 입양하신 어느 목사님 사모님이 또 하실 생각이었는데 목사님이 우리 형편에 애를 더 어떻게 키우겠냐며 반대하셨다나.
그러니까 이 애랑 오빠랑도 인연인거다. 그렇게 그 집에 오게 된 그 아이는 집안형편도 좋은데다 언니와 오빠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잘 크고 있단다.
오빠말이 쉬어야될 나이인데(오십이다) 어린 아이를 그것도 아들을 키우다보니 무지 힘들지만 언니는 애랑 싸우면서도..ㅎㅎ 심지어 쟤를 내가 낳은 건지 아닌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로 이뻐한단다.
거기다 우리 삼촌, 얼마전에 자서전을 내셨다길래 아 누가 또 대필을 했으며 그게 다 아까운 나무들인데 왜 쓸데없이 그런 일을 하셨을 까 할 정도로 재수없는 인간이 난데, 세상에나 너무나 쿨하게 그 애를 열네번 째 손자로 받아들이셨단다. 자식도 줄줄히 많아 손자가 열 셋이나 되는 데 그리고 충청도 양반이라는 자부심에 가득하신 보수적인 분이신데 난 좀 놀라왔다.
옛날에 둘째삼촌네 언니가 오빠보다 먼저 결혼한다고 큰아버지면서 결혼식에도 참석 안하신 분이다..-_-
벌금까지 물어가며 친자입양을 했다던데 그 애가 언젠가 그 사실을 알게되더라도 그렇게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면 별 문제 없겠다 싶어 마음이 참 따뜻하더라.
간절히 입양을 원한 큰 형도 있으니 오빠가 더 늙더라도 그 애를 잘 보살펴줄 듯 하다.
내가 순복음교회를 다니게 된 것도 이 오빠때문이었는 데 어쨌든 여전히 바람직한 신앙인으로 사는 듯 해서 보기가 좋았다.
늘 하는 말이지만 세상은 넓고 강적들은 많다..ㅎㅎ
2007.10.10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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