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조카들의 선물

史野 2007. 6. 30. 19:29

이 글을 곧 올린다는게 한국 다녀오자마자 미국비자 받는 다고 또 설치고 다니는 바람에 늦었다.

 

얼마전에 큰언니네가 결혼 이십주년이었는데 그 딸내미가 너무나 이쁜 속옷셋트를 언니에게 선물했다는 거다. 아이키우면서 살림하시는 분들 다 아시겠지만 엄마가 아주 이쁘고 비싼 속옷을 자신을 위해 사기란 힘든 일.

 

여기서 잠깐 삼천포로 빠지자면 언니네가 곧 부부만 해남도로 여행을 가는데 울 언니 넘 자랑스런 얼굴로 해남도에 가서 그 속옷을 입겠다는 거다. 내가 하도 황당해서 아니 무슨 비키니 수영복도 아니고 속옷이야 어차피 형부밖에 볼 사람이 없는데 거기가서 입으나 집에서 입으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놀렸다..흐흐흐

 

그 속옷셋트가 너무 이뻐 감동한 우리 큰언니 조카에게 곧 막내 이모생일이니까 이 거 이모에게도 선물해라 그랬단다. 조카가 너무 놀래면서 아니 제 용돈이 얼만데, 하더라나.

 

한 오만원정도라고 생각한 우리 언니는 아니 이모가 너한테 해준게 얼만데 (사실 해준것도 별로 없다..-_-) 사줄 수도 있지 했더니 가만히 있더란다.

 

그러다 작은 언니네 애들도 그렇고 조카들이 돈을 모아서 내 선물을 사자고 하길래 큰언니가 잘 되었다고 군대간 놈은 빼고 다섯이서 만원씩 내서 그 속옷셋트를 사주면 되겠다고 했더니 (속옷셋트에 집착하는 울 언니..ㅎㅎ) 그제서야 엄마 그거 십.만.원.짜리예요 하더라고..^^;;

 

세상에 삼십만원 용돈받는 다는데 엄마선물 사느냐고도 허리가 휘었을텐데 거기다 대고 이주만에 또 이모에게 사주라고 했으니 이 놈이 얼마나 속앓이를 했겠는가..ㅎㅎ

 

그럼 이만원씩 내서 십만원 만들면 되겠다고 했다는데 아무리 우리집이 민주적인 집안이라도 그렇지 대학 1학년부터 중1까지 일률적으로 걷다니!!!

 

아니나 다를까 이만원 내랬더니 작은언니네 막내놈은 '엄마 저 만삼천원밖에 없는데요? ' 하하하  작은언니가 생각해도 불쌍해서 삼천원은 놔두고 자기가 만원 보태줬단다.

 

한국간 다음 날 여자들 넷이 만나서 선물도 사고 쇼핑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얼마나 재밌고 다들 귀엽던지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우리 올케언니는 또 아니 군대간 자기아들은 왜 빼냐고 그애에게도 받아야 하니까 십이만원을 만들면 되겠다는 거다.

 

외박나오기 전 날 전화한 놈에게 '너도 고모 선물사는 데 이만원 보태라' 했더니 이 놈은 또 '아니 군인월급이 얼만데 이만원을 내라고 하냐고' 웃더라고..ㅎㅎㅎ

 

 

 

그렇게 조카들의 눈물로..ㅎㅎ 장만한 게 이 너무나 이쁜 잠옷. 이야기했다시피 나는 신랑 출근할 때는 물론 운동을 안하는 날에는 주로 잠옷차림이라 잠옷이 중요한 인간, 속옷세트대신 이걸로 샀다.

 

입은 모습이 훨씬 이뻐서 착용컷을 보이고 싶지만 너무나 섹쉬한 관계로 만인이 잠옷이룰까봐 참고..하하하.

(얘들아 그 날 사실 보여줄려고 가져가기까지 했는데 깜박잊고 보여주지도 못하고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너무 고맙고 잘 입을게..^^ )

 

여섯 놈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이쁘고 조카자랑을 할려면 삼박사일이 모자라는 팔불출인 난데 그 날도 여섯 명을 보고 있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워낙 천방지축 인생이라 담배피운다고, 교회 안 나간다고 등등 조카들 걱정도 많이 시켰지만 나는 늘 단 한마디 '너희들이 알고 있는 걸 고모(혹은 이모)도 알고 있다고 믿어줄래?' 로 판정승..ㅎㅎ

 

뭐 울오빠 표현에 의하면 워낙 철이 없으니 조카들이 그냥 봐주는 거라고 하더라만..^^;;;

 

그게 사실 틀린 말도 아닌게 몇 년전 한국에 갔다가 조피디와 인순이의 노래가 너무 좋아 씨디 산다며 설치다가 까먹었더니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작은언니 아들내미가 기억했다가 선물을 해주질 않나 (역시 오빠에게 벼룩의 간을 빼먹으라고 구박받고..ㅎㅎ) 언젠가는 그 누나가 너무나 이쁜 실로 뜬 목도리를 선물로 보내서 내가 너무 좋아했더니 신랑이 그게 좋아할 일이냐고 이모가 조카에게 목도리 떠 선물하는 건 봤어도 거꾸로 하는 건 또 처음본다고 구박받았다.(나? 뜨게질 못한다..ㅎㅎ)

 

어쨌든 이번에 만났더니 군대간 놈도 좋아보이고 (그 놈이 사실 무진장 감성적인 놈이라서 군생활이 걱정되었었다) 대학들어간 놈도 무지 이뻐졌고 고 3인 두 놈들은 고3이 맞는 지 얼굴이 편안하기 이를데 없고 고1 중1인 두 놈도 여전히 씩씩하고 부쩍 커버린게 아주 보기 좋았다.

 

조카들이 커가니까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그런 기분이라 아주 든든하다..^^

 

 

 

2007.06.30. Tokyo에서..사야

 

 

27098

 

아 드디어 왠수같은 미국비자를 받았습니다. 목요일 인터뷰할 때는 일주일 후 받아보게 해주겠다더니 이틀만인 오늘 뜬금없는 시간에 여권이 도착했네요.

 

제가 댓글에도 잠시 썼지만 너무 웃겼지요. 그럼 미국을 가본 적이 없단 이야기냐고 이건 완전히 어떻게 그 대단한 나라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느냐는 어투로 오버액션까지 해가며 unbelievable을 외치더라니까요..-_-

 

이년 전에 미국비자문제로 신랑과 대판싸우고 여행여정을 다 바꿨던 거 기억하시죠? 이번엔 비자도 미리 준비되고 비행기도 마지막노선에 문제가 생겨 하루를 당기긴 했지만 다 컨펌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호텔예약하고 천천히 일정짜고 그러면 되겠습니다.

 

곧 7월이네요 모두 뜨거운 여름 열정적으로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계속 너무 피곤했는데 정말 오랫만에 하루종일 집에서 안나가고 있는 편안한 토요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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