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기운없었던 주말

史野 2007. 6. 4. 17:08

요즘 사야가 기분이 별로다.

 

아 뭐 조울증에 시달리지는 지라 내 기분이야 늘 업다운 업다운을 반복한다만은 요즘은 몸이 안좋다.

 

안그래도 몸에 이상이라도 있나 겁도 덜컥 나는 마당인데 자주 가는 블로그에서 피부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이제 면역력이 다 되었다는 신호라고 했다나.

 

나역시 요즘 피부에 문제도 생긴데다 그녀도 나랑 비슷한 나이던데 젠장 그렇구나 이제 면역력이니 어쩌느니 하나씩 잃어가는 나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도 서늘해지고..

 

나는 등쪽으로 통증까지 있어서 혹 폐암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ㅜㅜ

 

가끔 생기는 통증인데 이게 무거운 카메라며 늘 같은 쪽으로 매고 다녀서인지 아님 근육운동때문인지 왔다 갔다 하는 통증이다만 영 기분 찝찝하다.(아 오늘은 또 통증이 전혀 없다)

 

어쨌든 금요일엔 드디어 한국가는 표를 샀다. 생일다음 날인 20일에 갔다가 26일에 돌아온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본 적도 없는데다 일정변경도 안된다는 싸구려표를 샀더니 괜히 매인(?) 기분. 주말만 왔다가는 신랑표는 천사표인 마누라 답게 내 표의 두 배나 주고 하네다 김포로 끊고 여행사 간 김에 또 이주 후에 온천도 예약했다...^^

 

각설하고 요즘은 기분이 그렇다보니 트레이닝 빼고는 운동도 안하고 늘어가는 뱃살을 바라봐도 별 감흥도 없고(정말 내 배는 무슨 풍선같이 바람이 확 빠졌다 탱탱해졌다 난리다..ㅜㅜ) 주말내내 뭔가 이상했는지 내 남자가 그제서야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주책이라도 '내가 암걸려 죽을까봐 겁나서' 이런 말까진 못하고 그냥 몸도 안좋고 기분이 별로라니 긴장해서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하는 이 남자를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오랫만에 술 사러 보냈다.

 

포도주 사오랬더니 들어오자 마자 뒤로 뭔가 숨기고 맥주부터 내미는 남자. 알고 봤더니 동네에서 포도주를 산게 아니라 긴자까지 가서 평소 내가 하는 것처럼 회도 사고 나를 위해 김치랑 깍두기, 월요일에 구워먹을 생선이며 포도주까지 사들고 왔다.

 

쇼핑백에서 계속 뭔가 나오는데 포도주가 안 나오길래 화를 버럭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결국 마지막에 나온다..ㅎㅎ

 

그런데 맥주는 왜 사왔냐니까 너무 비싼 포도주를 산 관계로 자기랑 정확히 나눠먹으면 내가 열받을 까봐 다른 알콜도 챙겨왔단다.(넌 알콜이 많이 필요한 애잖아란 말과 함께...-_-)

 

내가 아무리 요즘 포도주에 미쳤어도 절대 살 수 없는 가격, 평소 내가 마시는 포도주 세 병을 살 수 있는 포도주를 들고 나타난 신랑. 그래 부부는 이런거구나. 살다보면 닮아간다더니 결국 이 남자도 나 닮아 미쳐가는 구나..ㅎㅎ

 

캡 감동해 따서는 긴장하고 마셨더니 왠걸. 좋은 포도주라는 건 알겠는데 그만큼 풍부한 맛을 못낸다. 거보라고 그러게 왜 이런 비싼 포도주는 사왔냐고 말하면 사야가 아니지. 신랑도 마시며 고개를 가웃거리는데 왜? 역시나 뒷맛 깔끔하구만..^^ (그래 사야가 잘하는 거 하나 절대 남의 기는 안 죽인다)

 

나는 술꾼이다보니 술이 술을 먹는 관계로 사실 포도주 잘 모른다. 뭘 마셨는 지도 모르는 수준이긴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지금까지 마신 포도주가 한 천오백병이상은( 누군가 일주일에 한 병 마신다면 삼십 년을 마셔야될 양이다..-_-)  되는 거 같으니 그래도 가끔 맛은 아는 척 해도 되겠지? ㅎㅎ

 

기분좋게 먹고 마시곤 시어머님이랑 화상통화를 했다. 벌써 몇 주째 하고 있는데 시누이가 와 있던 관계로 나는 야구본다는 핑계로 그냥 인사만 하다가 어젠 신랑이랑 붙어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여행계획을 짜며 신랑이 걱정을 한게 우리가 간다고 하면 시어머님이 분명히 시누이네도 오라고 할거라는 거다. (난 요즘 시누이네랑 시댁에서 같이 보내는데 경기를 일으키는 지경이잖냐)

 

그래 자기야 우리가 무슨 원수냐. 열흘이 아니라 몇 일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었다.

 

어제 시어머님께 우리 여행계획을 말씀드리며 8월초에 몇 일 간다니까 너무나 좋아하시던 어머니 아니나 다를까 그럼 걔네들도 오라고 하자시더니 갑자기 자신없는 얼굴로 그럼 너희들이 짜증스러울까? -_-

 

어머님은 말 안해도 다 알고 계시는거다. 다른게 불효가 아니라 이런게 불효다. 안그래도 울 시어머니는 시누이걱정에 잠을 못 주무시는 분인데 내가 요즘 짜증스러워하니 아마 당신마저 없으시면 울 시누이 어떻하나 더 걱정하실거다..ㅜㅜ

 

캡 죄송스런 마음으로 아니라고 우리도 보고싶다고 오라고 하라니까 또 신이 나셔서는 조카가 우리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 지 한참 설명을 하시다 한술 더 떠서 뮌헨에도 들리면 안되냐신다. (아 어머니 그렇다고 또 오바를 하시다니..^^;;;)  

 

어쨌든 불독커플은 진작에 하던 걸 우리는 이제서야 한다만 화상통화를 하니 참 다행이다.  어머니 얼굴을 뵈니 우리도 좋고 어머님이야 당근 넘 행복하시고..

 

한국에서의 생일파티때도 어머님이랑 화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오실 수는 없으니까 잠시 어떤 분위기인지도 보고 울 식구들이랑 '하이'도 하고 생일선물로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그날 입을 옷값을 보낸다니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보실 수 있고 말이다( 무지 고민한다기에 캡 기대했는데 옷사라고 돈 보낸다고 해서 엄청 실망했다..-_-).

 

오랫만에 우리 식구들도 보는데 독일시간은 토요일 아침이니까 세수는 하시고 컴앞에 앉으시라고 농담했다가 어떤 모습이어야 당신이 나를 망신시키지 않을 수 있냐고 입을 옷도 없다고 또 너무 걱정을 하시는 바람에 농담이었다고 진정시켜드리느라 땀 흘렸다..흑흑

 

어쨌든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대견한 넘 멋진 아이디어다. 시부모님이 묵으셨던 울 작은 언니네 애들은 유치원생이었던 애는 이제 고3이고 딱 그해 봄에 태어난 놈은 이제 중학생이니 알아보시지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반가우실까. 엄마랑 오빠네가 독일에 다녀간 지도 벌써 십년이니 말이다.

 

유월하고도 사일. 드디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늙은 년'이 된다는 나이 마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왠수땡이 신랑은 자기 마흔도 끔찍해 하더니 ' 내 귀여운 마누라가 벌써 그렇게 늙어버렸단 말이냐' 고 한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 마누라를 젊은 년(뉘앙스가 그렇다는 거지 물론 독일말에는 년이라는 단어가 없다.)으로 바꿔라-이건 말로- 나도 젊은 놈하고 좀 살아보게.-이건 생각만-.ㅎㅎㅎ

 

세상의 모든 부드러운 것들은 내 별명이 되던 내 피부!!! 작년에 트레이너까지도 어떻게 그 나이에 피부가 그렇게 좋을 수가 있냐는 소리를 듣고 아이피부도 이렇게 부드러울 수는 없다던 내 피부가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나이. 이젠 뽑을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우후죽순 솟아나는 흰머리. 얇팍한 지식에 앞뒤 못가리고 여전히 흥분하면 방방뛰는 승질머리

 

무엇보다 내가 생각했던 마흔의 나는 이런 어설픈 모습이 아니었는데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안그래도 주말에 신랑이 너는 왜 늘 한가지에만 집착을 하느냐고 맨날 앉아서 책만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한마디 하던데.. 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또 월요일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마흔도 아니고 장장 이주나 되는 시간이 내 앞에 있다. 고민은 나중에 하고 그냥 마지막 삼십대를 즐겨야겠다.

 

아직 귀여울 때(?) 사고 한 번 쳐야하는데 뭐 껀수 없을까 ..ㅎㅎㅎ

 

 

 

 

2007.06.04.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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