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도 날카롭고 몸도 찌부둥하고 별로 영화볼 기분도 안나고 치과에 갔다 위생사에게 양치질 좀 제대로 하라고 잔뜩 구박을 받고 왔더니 또 수다나 떨어야겠다.
내가 삼개월에 한 번씩 클리닝을 받으러 가니까 잘 아는 이 여자 날더러 당신처럼 담배 많이 피우고 적포도주 많이 마시는 여자가 최소한 양치질은 성의있게 해야할 거 아니냐며 엄청 구박하더라..-_- 신랑은 안그렇던데 나는 왜 그러냐길래 그 남자는 담배도 안 피우고 적포도주도 가끔 마시잖아욧!!!
(속으로는 괜히 너도 마흔되어봐라 이러면서..ㅎㅎ)
생일파티 이야기 나온김에 내가 본 가장 멋진 생일파티인 어머님의 만으로 고희잔치..ㅎㅎ
아버님이야 워낙 파티를 싫어하시고 어머님도 뭐 좋아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하도 초대만 받으니 미안해서라도 하셔야 한다고 해서 열리게 되었다.
모든 독일사람들이 똑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니까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듯.
우선 비가올 걸 대비해서 전 날 정원에 천막을 치고 아침식사를 거기서 했다.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나를 바라보는 내 남자의 저 표정! 둘이 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마누라가 너무 이쁜가봐..ㅎㅎㅎ
선물 증정식도 하고 티초도 70개 켜고 그랬는데 그 사진들은 하나도 없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물증정식. 울 시어머니네 세 자매다. 다들 한 특이하는 관계로 울 시누이왈 저 까다로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있으면 머리 아픈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어찌 무사히 지나갔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 지 모른다. 어머님이 장녀신데 실제로는 막내같다..ㅎㅎ(외모가 아니라)
무릎까지 꿇으시고 선물을 자세히 보시는 어머님. 자세히 안보인다만 맨 앞의 여자가 들고 있는 게 성냥갑으로 만든 여행가방인데(손잡이까지 있다..ㅎㅎ) 고 안에 세 자매가 같이 떠날 여행의 쿠폰이 들어있었다. 말하자면 함께 할 여행비용을 두 이모님이 부담하신 다는 이야긴데 그걸 말로만이 아니라 저렇게 인형까지 사서 준비하신 정성이라니..^^ 중요한 건 여자 셋은 맞는데 왜 마부는 하나냐고 아버님이랑 막내 이모부가 서로 마부가 당신이라고 하셔서 엄청 웃었다..ㅎㅎ
그리곤 어머님 몰래 지하방으로 사라져서 열심히 풍선을 불고 있는 신랑..^^
드디어 오전 11시 정원으로 이웃분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저 앉아 노래를 부르는 분은 아이를 넷이나 낳고 이혼하셨는데 지금 기타치는 분이랑 재혼하셔서 아이를 또 낳으셨다..ㅎㅎ 그 애들의 떨어진 옷을 꼬매주는게 울 어머님의 몫이었던 관계로 친하시다..^^
이웃분들이 준비한 시며 여러 과정이 많았지만 생략.
서빙은 원래 남자가 하는 거다..ㅎㅎ
그럼 여자는? 우아하게 샴페인이나 마시며 수다 떨어야지..^^;;
드디어 숨겨놓았던 칠십개의 풍선을 꺼내들고 그 풍선을 하늘로 다 날려보냄으로 정원파티 마감. 신랑옆에 있는 애는 옆집 큰 아들인데 삼십년 넘게 살았어도 신랑이랑 안 친하다. 그래도 저런 파티며 지난 번 아버님 장례식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해서 고마운 애지만 난 별로 안 좋아한다지..ㅎㅎ
아버지와 아들. 저 정원의자가 아버님이 어머님께 주신 선물이라 지금 테스팅을 해보는 중. 울 신랑 정말 살 많이 빠졌다..ㅎㅎ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보면 신랑이 아버님도 참 많이 닮았다..^^
그리곤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양쪽 가족과 친구분들과의 파티. 잘 안나왔지만 앞에 계신 분이 아버님과 쌍둥이이신 고모님이다. 미국인과 결혼하셔서 미국에 사시는데 일년에 두 번 정도씩 오신다. 이분 역시 내가 우울증에 걸려 폐인이 되었을 때 국제결혼을 한 당신의 경험담을 줄줄히 적은 긴 편지를 보내주셔서 고마왔던 분. 형제분들이 다 좋지만 이분 참 따뜻한 분이다.
저 뒷배경에 시누이가 입고 있는 것이 나랑 함께 맞춘 치파오다..함께 치파오를 입자는데 시누이가 키도 더 크고 풍만한 가슴에 얼굴은 반밖에 안되는데 총맞았냐 비교될 일 있게? 안 입었다..ㅎㅎ
다른 사람들은 다 옷을 갈아입었는데 나는 준비해간 옷이 넘 꽉끼어서 못 입고 같은 옷을 입어야했던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어느 분께 직접 만든 쿠션을 선물받고 좋아하시는 어머님
이런 식으로 손님들이 뭔가 엔터테인먼트를 준비해와서 발표(?)시간. 저 분이 (목사님이시다) 성경구절을 인용해 쓴 글이 넘 멋졌다는데 난 다 이해를 못해서 감탄도 못하고 웃지도 못했다..ㅜㅜ
파란 옷 입으신 분이 부인이신데 내가 가졌던 목사 사모에 대한 편견을 일거에 부수신 분. 골초에다 성격 엄청 까다로우시고 대단한 멋쟁이에 프랑스에 몇 십년 걸려 별장 짓는게 취미시다..^^;;; 우리도 한 별장을 빌렸었는데 바닷가의 헌집을 사서 모든 걸 다, 심지어 지붕까지 직접 고치셨다더라.
저 뒤의 까만 외안경을 쓰신 분이 내가 어머님친구분중 가장 좋아하는 분이다.(내가 좋아한다는 신랑친구 어머님이기도 하다) 내 레포트를 읽어보고 싶다고 하시질 않나 책도 좋아하시는데 나한테 자주 물어보셔서 아들선물로 주신다. 그래서 친구네 집에 가면 쿤데라책이니 하루키 책이 놓여있다..ㅎㅎㅎ
역시 압권이었던 시이모님네가 준비한 것. 저렇게 타들어가면서 70이란 숫자가 만들어지는 거다. 저 우아한 공주차림을 하고 계신 분이 신랑의 대모라는 막내이모다. 미인에다 멋쟁이고 시어머니보다 여덟살이나 어린 막내인데도 포스가 대단하신 관계로 모두 꼼짝 못한다..ㅎㅎㅎ
마리아네가 일일히 꽃사진 찍어 손님이름표를 만들었고 꽃을 꺽어다가 미리가서 저 탁자 장식이며 한 것도 두 이모님들이다.
파티의 대미를 장식한 하이라이트는 자식들이 준비한 질문코너인데 그 사진도 없다. 어머님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서 사지선다형으로 물으면 손님중 누군가가 대답을 하는거다. 질문은 우리부부랑 시누이가 따로 만들어서 그중 괜찮은 걸 스무개 정도 뽑았는데 대박이었다..ㅎㅎ
속상하고 서러운 건 겨우 오년 전 사진인데도 벌써 저 사진속의 분들이 몇 분이나 이 세상분들이 아니시라는 것...ㅜㅜ
어쨌든 엄마환갑때 보니 나름 우리식 잔치도 흥겹고 좋지만 나는 성향상 이런 식의 독일파티 그리고 이 독일인들의 성의가 참 좋다.
아 그렇다고 내 파티를 이렇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ㅎㅎ 술집에서 풍선도 불어준다니 날려보낼 건 아니라도 모여 얼굴 익히고 술마실거다. 그래도 혹시 여기 글을 가끔 남기는 무소카님이 끝내주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라서 연주라도 해줄래 했더니만 답장도 없는데 오늘 어떤 분 말씀에 어느 멋진 분이 오셔서 기타연주를 해줄지도 모른다니 기대만땅이다..^^
그날 바쁘시단 분도 있고 파트너 생각하고 오십명 잡았는데 혼자 오신다는 분들도 있고 내가 동양에 와서부터는 하도 연락을 안하고 살았더니 파티한다고 친구들을 갑자기 부르는 것도 웃긴거 같아 연락을 안할 생각이니 생각보다 작은 규모가 될 듯하다. 우리부부 또 식구들까지 총 열 여섯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분이 또 열 여섯. 오실 것 같은 분들이 열이다. 너도 나도 온다고 할까봐 어떻게 우아하게 거절하나 고민했더니만..ㅎㅎ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옛 사랑커플이라도 부를까나..하하하
어제 선물도 벌써 하나 도착했고 또 선물을 사놓으신 분까지 계시다던데 제발 부탁이니 그냥 만원 한장만 들고 오시길. 오십만원 잡았으니 모자라는 돈은 내가 다 채워 넣어야 하니까 그게 그냥 나를 도와주는 거다..ㅎㅎㅎ
어쨌든 내일 그 놈이 도쿄로 출장을 온다는 데 상무님 모시고 오는데다 짧은 일정에 어찌 될 지는 모르겠다지만 혹 모레 쯤 밤 열시에 상봉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밤 열시에 외간남자를 만나러 나가다니 일단 사고칠 건수 한건..ㅎㅎ
울 트레이너가 내가 일본어 배우러 다닌다니 당신이 일본어를 왜 배울 필요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잘 안나가는 당신이 그렇게라도 나간다니 다행이라고 해서 나를 캡 감동시켰다.
그래 트레이너 꼬셔서 춤추러라도 갈까 고민중이니 역시 사고칠 건수 또 한 건.(나는 사고치면 진짜 치니까 이건 자제모드다만..ㅎㅎ)
신랑이 토요일에 또 대사관에서 하는 무슨 사카머신축제인지에 간다고 표를 샀다니 응원한다고 맥주 들이마시며 온갖 주책은 다 떨어 신랑 망신 시킬 가능성 백프로의 한 건
16일에는 오랫만에 온천에 가니까 폭죽까지 들고가 스무살 애인인척 할려는 계획 이것도 한 건..ㅎㅎ
아무래도 혼자라도 방망이 들고 한 번은 도쿄돔으로 자이언츠 응원을 가야겠으니 이것도 한 건 (내가 살다 야구를 혼자 보러갈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건수를 찾아 헤매고 있다..흐흐
아 그건그렇고 16일에는 자비네가 마흔이 되는지라 뭔가 즐거운 선물을 보내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불독커플이야말로 우리부부랑 비교 진짜 깨는 애들이니까 완전 깨는 선물을 하고 싶은데..ㅜㅜ
지난 금요일 표사러 가는 김에 느릿느릿 산책을 하다가 불독커플이 근무하던 JT 건물 앞까지 갔는데 진짜 너무 보고싶다..흑흑
2007.06.05.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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