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도가 온단다. 우리집에 오는 건 아니고 출장을 오는 거지만 아침에 신랑이 '참 오늘 기도 온다'하고 나간 후부터 또 만땅 감상적이 되어 더블린의 기억속을 헤매고 있다. 그래 일주일만이라도 여기다 수다를 안 떨 결심(?)을 했는데 또 수다를 떨어야겠다
운동을 가서도 트레이너를 붙잡고 내내 더블린 이야기만 하다 내려왔다. 도대체 내는 돈이 얼만데 수다만 떠냐고? 일본어로 떠는 수다니까 그냥 일본어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ㅎㅎㅎ
그럼 기도가 누구냐. 삼년 전에도 출장을 왔었기에 여기 올렸었는데 주인장인 나도 못찾겠으니까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신랑이랑 더블린 지사에서 함께 근무하던 애.
도대체 도쿄보다 적게 살았던 그 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안그랬었는데 요즘은 아시겠지만 정말 미치도록 더블린이 그립다. 미어터지던 팝들이 빅토리아양식의 줄지어선 건물들이 리피강이 그리고 그 곳에서 나누던 이야기가. 그 이야기를 나두던 사람들이.
아니 더블린 말고도 위클로우마운틴도 골웨이도 도니걸도 감자기근으로 미국으로 호주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남겨놓은 그 수 많은 폐허들도..
도쿄가 서울이랑 가까와 한국지인들이 자주 다녀가는 것처럼 그 곳은 딱 뒤셀도로프랑 그 정도의 거리였기에 참 많은 독일지인들이 다녀갔더랬는데.. 그래서 그들과 참 여러 곳을 구석 구석 헤집고 다녔더랬는데..
어쨌든 사진들을 꺼내본다.
우선 이게 뭐이냐. 자기 운동복 바지 끈이 빠졌다고 좀 고쳐달라면서 신랑이 식탁위에 만들어놓고 간 하트다.. 늘 즐거운 건 아니지만 이런 남자랑 사는 거 가끔은 재밌다...ㅎㅎ
어느 날은 저렇게 입고 출근하면 안되겠냐고 나타났다..ㅎㅎㅎ 어찌 집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이게 첫 해의 그 물위에 떠있던 집. 글고 저 남자 왜이렇게 젊냐? ㅜㅜ
이것도 첫 해. 그 유명한 위클로우마운틴. 아일랜드는 늘 저런 풍경이다..^^
조이스 동상과 같은 폼을 잡아보려 했건만..ㅎㅎ
첫해 어학원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던 스웨덴, 독일애들. 중요한 몇 사람이 빠졌다..^^;;; 저 왼쪽 애가 꼭 스톡홀름에 오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고 해서 니 고향이니 그렇겠지 하고 놀렸는데 내 남자도 동의한다더라..ㅎㅎ
내 남자의 장난끼는 어디까지인가..^^;;; 입에 물고 있는 건 인공젖꼭지 모양의 사탕이다.
드디어 오늘 나를 이렇게 헤매게 만든 기도출현(맨 왼쪽). 마쿠스네 부부가 아일랜드에 왔을 때 기도부부 불러다 밥먹는 중. 이상하게 리즈랑 더 많은 일을 했는데 리즈 사진은 하나도 없다..ㅜㅜ
마쿠스와 기도는 같은 회사라도 저 날 처음 만났는데 요즘은 둘 다 회사 탁구클럽에 들어있어서 가끔 만난단다.
그리고 마쿠스네랑 서부로 떠난 여행중. 나 옷입은 거 봐라. 너무 추운데 수영복도 싸왔다며 굳이 물에 들어간 내 남자. 저 날 우리는 저 아무도 없는 해변가를 영화처럼 차로 달렸다..ㅎㅎ 면허는 없어도 학원은 다녔으니 니가 좀 몰아보라는 신랑에게 싫다고 했는데 사진을 보니 갑자기 후회가 밀물듯이..^^
이건 지난 번 왔던 친구네 부부 왔을 때 더블린 근처 바닷가에서.
요런 사진이 한 장 빠지면 안되지..ㅎㅎ
물론 이 사진도. 진짜 엎어지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ㅎㅎ
요건 아는 일본애인 아키라 생일날. 저 몸매에 저런 미니 원피스를 입을 생각을 한 내 남자 애인의 용기에 경배를..-_- (얼굴이 없으니 누군지 모른다..ㅎㅎ)
가운데 애는 신랑동료였던 영국인. 나랑 생각이 넘 비슷해서 셋이 영화나 연극을 보고 난 후면 울 신랑 둘이 이야기 하다 밤새라고 놀렸다.. 우리보다 먼저 떠났는데 넘 보고싶어서 쟤보러 런던까지 갔었다..ㅎㅎ 왼쪽이 기도마누라. 저 사진속에서 첫 애인 케빈을 임신중이다..^^
이건 내가 육개월만에 직장을 때려치며 했던 송별파티. 엄청 왔는데 다들 뷔페 처음먹나 식탁에서 안 떨어지더라..ㅎㅎ 저기 그만둘 때 나쁜 지사장. 너 여기 지금 그만두면 앞으로는 유럽한국회사 일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더랬다..-_- 그런데 뭐 곧 동양으로 와 버렸다만..^^ 오른 쪽에 서 있는 여자 애가 그때 사진 올린 적도 있는 독일애다. 성격 진짜 좋았었는데 보고 싶다.
한국인들은 초상권 침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저 빨간 옷 입은 여자애. 내가 교육을 담당했던 이태리애였는데(나는 수습을 떼자마자 교육부터 했다..-_-) 너무나 똘똘하고 인간성도 좋아 잊을 수가 없다. 저 애 역시 나를 못 잊을 거라고 써준 카드도 있는데..ㅎㅎㅎ
남들 다 먹었는데도 여전히 불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 내 남자 찬조출현..하.하
드디어 여기 몇 번 출현한 적이 있는 아이뤼시 제리다. 고기공선생님이었는데 한국인들은 한국음식 해준다고 하고 다 약속을 안 지키더라는 말에 충격받아서 고기공생일파티에 초대한 일을 계기로 우리부부랑 친해졌다.
내가 하도 답장을 안해서 연락이 끊겼는데 얘도 넘 보고싶다.
그리고 저 뒤의 애가 일본애인 아키라. 내가 가지고 있는 유가타도 쟤가 사다준 것. 분명히 지금 도쿄에 살텐데..ㅜㅜ 마유미가 찾아주겠다길래 아키라성도 모른다니까 뒤로 넘어가더라..ㅎㅎ
좀 무섭게 나왔지만 그 아이뤼시타임즈 기자였다는 우리 앞집 아저씨. 애들을 아무 쓸모없는(?) 아이뤼시 학교에 보내던 애국자시다..ㅎㅎ
오늘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과연 더블린 살 때의 나와 도쿄에 사는 내가 같은 인간인가 싶게 너무 다르다. 그때의 그 열정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나를 변하게 한 건 나이일까 아님 떠도는 삶일까. 그리고 그 변화는 내게 플러스인 걸까 마이너스인걸까
어쨌든 내일은 드디어 스모를 보러 내 남자가 휴가까지 내는 날.
작년에 본사에서 엄청 높으신 분이 온다고 홍콩보스가 스모티켓을 끊어놓으라고 했단다.
내 남자가 누군가. 엄청 높으신 분이 먹은 점심값도 비싸다고 싸인을 거부하는 인간 아닌가.
스모는 근무시간에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단다. 하하하
내가 내 남자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고 내 남자가 괜히 패가 나쁜게 아니다..ㅎㅎㅎ
그럼 오늘도 보너스.
자기야 스모 보러가는 날 사리를 입을까? (늘 깨는 아이디어로 충만한 사야..ㅎㅎ)
아 나인!!!! (오 노우에 해당하는 독일어다 기절할려는 신랑.) 그냥 집에서 입으면 안될까?
입으라는데 안 입을 내가 아니지 당장 가서 입고 이마에 립스틱도 칠했다. 우리 폐백할 때 연지 곤지 안 찍었다고 이 결혼은 무효라고 했던 남자가 내 남자라서..ㅎㅎ
이년 전에 뭄바이에서 맞춰 오고선 저 날 처음 입어봤다..^^;;
바쁘겠지만 빨리 기도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도는 분명히 리즈네랑도 계속 연락을 할텐데 리즈 소식도 들을 수 있겠지.
그리고 오늘 노래의 그대는 더블린이다..ㅎㅎㅎ
2007.05.22. Tokyo에서.. 떠도는 삶이 또 서러운 사야.
'떠도는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엔 영어소설 읽는 법 (0) | 2007.05.31 |
---|---|
사야의 외국어 공부법 (0) | 2007.05.31 |
우리부부의 사는 법 (0) | 2007.05.19 |
십년 전 사진들..ㅎㅎ (0) | 2007.05.17 |
갑자기 바쁜 사야 (0) | 2007.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