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언제 한 번 써야지하고 있었는데 네무루님이 묻기도 하시니 내친김에 정리를 좀 해봐야겠다.
물론 꾸준히 여기 저기 언급을 했지만 새로 오신 분들이 이 많은 글중에서 그걸 다 찾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ㅎㅎ
떠돌다 보면 언어를 세 개 정도하는 사람들은 무지 많은데 나처럼 다섯 개를 하는 사람은 적은 관계로 요즘은 어디를 가나 빛이 반짝반짝 난다. 내가 지난 번에 농담으로 나는 천재라고 그랬지만 사람들은 진짜 진지한 얼굴로 당신은 언어천재인가봐요 묻는다..하.하.하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그랬던가 천재는 일프로의 영감과 구십구프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진다고.. 내가 외국어를 어떻게 공부하는 지 이야기하면 사실 사람들은 언어 안하고 만다! 가 반응이다.
참 아인슈타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농담하자면 아이러니컬하게도 Ein(하나)stein(돌)은 하나의 돌이다..ㅎㅎㅎ
울 신랑표현에 의하면 나는 언어의 전문가가 아니라 언어를 배우는 전문가란다.
이 남자는 중국에서도 그러더니 내가 여기서 영화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 진짜 이해하고 우는 거냐고 물어본다..-_-
어쨌든 언어는 어떤 목적으로 배우느냐에 따라 공부법이 달라지긴 하지만 듣고 이해하기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내 언어공부의 가장 기본은 사전이다. 우선 뭔뜻인지를 알아야 할거 아니냐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어학사전들이다.
우선 첫 외국어였던 영어. 초딩마치자마자 성문기본영어 책을 몇 번 봤고 중고등학교 6년동안 단하루도 안 빼고 영어사전을 가지고 다녔다. 모르면, 궁금하면 무조건 사전을 찾는다. 지금도 내가 앉은 자리 주변은 사전들이 가득하다. 물론 요즘이야 인터넷 사전이 발달해 있으니 인터넷으로도 많이 찾는다만
이 세 사전. 그러니까 중독, 독독, 영영사전이 내가 가장 많이 들춰본 사전인데(아니 사실 그 옆의 국어사전도 열심히 봤다만) 하도 들춰봐서 저 스카치테이프로 때운 거 봐라. 저 중독사전은 사람들이 사전가지고 부부싸움하냐고 할 정도로 망가졌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기도 어마어마한 사전을 중국어배우는 일년반동안 또 단한번도 안 빼고 들고 다녔다.
이건 독독사전이다. 저 처참한 꼴을 봐라. 물론 저 처참한 지경과 비례하는 건 아니라 여전히 독일어실력은 형편없다만..-_-
그리고 이건 요즘 내 사랑을 받는 일독사전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전을 찾으면 꼭 낙서(!)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찾을 때 아 내가 봤던 단어구나 하며 주의를 기울일 수가 있다.
내가 제 삼 제 사 언어까지 독일어로 보는 건 물론 한국어사전을 구할 수 없었던 내 처지의 문제도 있지만 나는 독일어가 중요한 언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독으로 찾다 그 독일어 단어를 모르면 또 독독으로 찾아보고 거기서도 모르면 독한 사전을 다시보는 식이다. 미쳤다고? 그래 미치지 않으면 언어하나 잘하기 어렵다..-_-
그리고 찾은 단어를 공책에 적는다. 아일랜드에서는 공책에 적은 단어들을 다시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까지 했다. 그러니까 같은 단어나 표현을 두세 번 보게 되는 거다.
단어를 무작정 외우는 건 내가 보기엔 별 소용이 없다.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를 알아야하니까.
문장을 외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나같은 경우는 외우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그 방법은 못써봤다. (나는 학교다닐 때 암기과목도 외우는 게 싫어서 그냥 책을 두 세번 읽었다..-_-)
그리고 중요한 건 문법책이다. 수준에 맞는 문법책을 하나 골라서 역시 낙서해 가며 두 세번 본다. 우선 그 언어의 문장구성이 어떻게 되는 지를 알아야 듣던지 읽던지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불어같은 경우 매일 한시간씩 투자해서 한달넘게 같은 문법책을 반복해서 봤더니 곧 꼬마니콜라 70 퍼센트 독해가 가능하더라.(아 물론 사전 찾아가면서)
고등학교 때 문법책같은 경우 문제 옆에 답이나 해설이 있는 책을 나는 하얀종이로 다 붙였다. 답이랑 해설을 같이 보면 이해가 간 거 같지만 돌아서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리고 사전에서 전치사만 골라서 복사를 한 후 다 코팅을 해서 가지고 다녔다. 이런 것들이 내가 중딩때부터 영어를 잘했던 비결이다.
그럼 듣기와 말하기.
아가들이 말배울때도 마찬가지지만 우선 들을 수 있어야 말을 하는 거니까 자꾸 듣는게 중요하다. 우리 큰언니 기억에 의하면 나는 화장실에서 씼을 때까지 테이프를 틀어 놓았다던데 역시 이게 회화학원 안다니고 영어회화가 가능했던 이유다. 그런데 이건 단기간에 언어를 잘해야겠다던가 금방 써먹을 데가 있을 때나 좋은 방법이고 꾸준히 해서 잘하길 바라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거다. 그 사람들이 어떤 때 어떤 표현을 쓰는 지를 알아야 하니까.
요즘이야 디비디가 있어서 자막을 없앨 수 있지만 예전 비디오는 그게 불가능했으니까 나는 자막이 나오는 부분을 종이로 붙여 가리고 봤다. 보다보면 자막을 보게되지 안 듣게 된다.
우선 본인의 취향에 따라 몇 번을 봐도 괜찮을 것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하나 고른다. 그리곤 처음엔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앉아서 본다.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자꾸 멈춰서 단어 찾아보고 어쩌고 하다 보면 초짜는 짜증나서 못본다.
그러니까 이해가 안되어도 보면서 뜻은 모르지만 들리는 단어들을 한국어발음으로 무조건 적는다. 영어스펠링까지 신경 쓰다보면 한장면 다 지나간다.
그리고 다 본 후 사전을 펼쳐 들고 그 한국어발음에 의지해 단어를 찾아본다. 그리고 공책에 당연히 적는다.
그 후 다시 한번 본다. 그럼 다는 아니더라도 찾았던 단어 중에 몇 개가 들리고 그 문장이 이해가 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재미로 언어공부를 하는거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해 본 후 다른 영화를 보면 먼저 번에 나왔던 단어들이 또 마구 들리기 시작한다..ㅎㅎ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는 그 단어를 모르더라도 상황상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기에 저절로 알게 되는 단어나 표현들도 생긴다
서양언어인 경우는 다르지만 중국어나 일본어의 경우는 다 한자를 쓰기때문에 듣기가 훨씬 쉽다
오백만년전에는 모두 같은 발음이었음에 분명한데 떨어져 살다보니 각 민족의 편한식으로 변했다는 게 내 추측이다.
그래 중국어랑 한국어의 같은 한자인 경우 나름 발음의 규칙같은 게 있다. 이건 일본어랑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뭐냐고 나한테 묻지마라 본인이 발견을 해야 들리기 시작한다.
사전을 잘 보다보면 한국어로 이렇게 발음되는 한자가 일본어로는 거의 이렇게 발음이 되는구나를 알게 되는데 그걸 드라마보면서 통밥으로 맞추면 대충 들어맞고 그게 들어맞으면 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언어를 배우는 재미가 생긴다.
드라마자체는 캡 후졌지만 겨울연가를 중국어랑 일본어로 본 내 경험에 의하면 겨울연가가 언어공부하기엔 참 좋다. 너무 단순해서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다 평소 쓰는 말도 많이 나온다. 대장금같은 거 봐봐라. 전혀 쓸모없는 음식이야기며 약초이야기며 머리에서 쥐난다..ㅎㅎ
대화를 할 때의 기본은 물론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모국어도 틀리는데 남의 나라 말을 어떻게 안 틀리고 말하겠냐. 그리고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는 것. 모국어도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냐. 그럼 도대체 그게 뭔소리냐고 묻듯이 외국인에게도 그렇게 물어야 한다.
예전에 내가 리즈에게 잘난척 결혼하고 a stone 이 늘었다고 했더니 리즈가 그게 얼마나 늘었다는 뜻이냐고 묻더라..ㅎㅎ (대충 육킬로남짓 늘었다는 이야기다)
각설하고 언어를 잘하는 건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거다. 그래 내가 맨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렇게 언어에 투자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거나 다른 공부를 했다면 일가를 이루었을 거라는거다..^^;;
물론 장점도 많다. 한 언어를 한다는 건 한 세상이 열린다는 거고 왜곡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도 있으니까.
툭하면 왜곡을 일삼는 모신문기자들이 일부러 왜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어기사를 제대로 이해못해서 왜곡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
그리고 언어를 배우면 당연히 그 나라 문화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어에 무차(無茶, 발음이 똑같다)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게 도리에 어긋나는, 말이 안되는 뭐 그런 뜻이다. 차가 없으면 도리에 어긋난다니 일본사람들에게 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단어가 아니겠는가..ㅎㅎ
어쨌든 나는 이번주부터 매일 한편씩 일본영화를 보기로 했다. 월요일은 말했던 비잔을 봤고 화요일엔 이번에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모가리 노 모리'를 봤다 (세상에 상탔다고 아직 개봉도 안한 영화를 티비에서 해주는 친절함이라니..-_-) 어제는 공동경비구역을 일본어로 오늘은 도쿄타워 다시보기다.
그래 어제 집에있는 일본어 디비디 다 찾아다 놓고 케이블티비 영화정보를 열심히 보다가 우연히 오늘 '비정성시'를 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아침 열시. 아홉시부터 트레이닝이라 취소를 할까 생각하다 오늘 올라가서 영화봐야한다고 오분 일찍 끝내달라고까지 하고 내려왔다.
그런데 급하게 와서 티비를 틀었더니 비정성시가 아니라 비정도시다..ㅜㅜ 너무보고 싶은 마음에 한 자를 잘못읽은 한심함이라니..ㅎㅎ
2007.05.31.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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