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이해하기로 올린 사야의 외국어 공부하는 법에 또 어느 님이 마침 영어로 책을 읽고 싶었는데 내 글을 읽고 더럭(?) 겁이 난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그럼 가만히 있을 사야가 아니지..ㅎㅎ
오늘은 하루종일 글 올리다가 그러면서 포도주 마시다가 시간이 다 간다. 이 놈의 포도주 좀 끊어볼라고 발버둥을 치는 중인데 벌써 한 병을 다 비우는 중
아무래도 이 글 마치고 또 나가야 할까보다.(내가 요즘 포도주를 두 병 안 살라고 역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중이다..흑흑)
각설하고
외국어를 하는 거랑 외국어로 글을 읽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글을 읽는 게 훨씬 쉽다(?)
특히 영어의 경우 우리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책상 영어를 오죽 배웠냐. 그게 다 어디로 간 건 아니고 머리속 어딘가에 있다. 아무래도 영어문장은 우리에게 익숙하단 이야기다.
전문서적이 아닌 소설을 읽을 경우 문제는 물론 조금 복잡해진다. 전문서적이 더 어려울것 같지만 무슨 말씀! 모든 소설이 그렇듯이 온갖 기교와 다양함을 선사하고 싶어 안달이 난 소설이 훨씬 어렵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온 어느 인간이 그 언어로 소설을 줄줄히 읽어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영어단어를 온 방에 쪽지로 붙여놓고 올인하셨다는 울 아버님이 귀뚜라미가 영어로 어쩌고 하시길래 내가 뭐라고 했더니 넌 그런 단어까지 어떻게 아냐는 거다. 그래 내가 한 대답이 소설 읽어봐 귀뚜라미가 아니라 곰팡이의 종류까지 나오는 게 소설이야.( 아 그렇다고 내가 지금 그렇다는 게 아니라 영어소설 열심히 읽을 때 그랬다는 거다)
각설하고 내가 이현수의 신기생뎐을 읽으면서도 사전을 얼마나 찾아 봤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한국인으로 그 단어를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닌데다 그 단어를 모른다고 소설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한국인이니까 모르는 단어도 있었네 궁금해서 찾아 볼 뿐이다.
예전에 내가 울 큰언니에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어본을 선물했는데 울 큰언니 잘난척 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못 읽겠다고 손들던데 사실 소설은 그게 정상이다.( 아 메디슨 카운티도 괜찮다 얇기도 하고 사랑이야기니 재미도 있고)
그러니까 우선 이건 듣기 말하기랑 비슷한 데, 관심이 가는데 본인보다 수준이 훨씬 낮고 얇기까지 한 책을 한 권 고른다.
한국어로 읽었던 경험이 있는 책이면 더 좋다.
그리고 그 책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옛날 영어시간 생각하면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읽는다. 이해 못해도 좋고 이해해도 좋고 아무 상관없다. 사전 찾지마라.
그러면 위에 언급했듯이 어 내 영어도 괜찮네 하는 자신감이 좀 생긴다.
그 다음 그 책을 책상에 앉아서 공책 옆에 놓고 사전 다 찾아가며 다시 한 번 읽는다. 기분에 따라 모르는 단어 마구 빼라 모르는 단어 다 찾다가는 늙어 죽는다.
그리고 그 단어장을 외우지 말고 그냥 한 번 훓어봐라. 들어오는 단어 분명히 있다.
그 후에 그 책을 다시 한 번 읽는다 (이러니 얇고 쉬운 책이어야 한다) 그럼 갑자기 본인의 영어실력에 감동하기 시작한다.
그 감동이 시작되었을 때 읽었던 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꺼내든다 (이럴땐 두껍고 얇고의 문제가 아니다) 읽었으니 대충 이해는 가고 또 감동의 물결이 인다. 물론 나는 상황상 그렇게 못해봤지만 읽을 때 매번은 아니라도 내가 이해한 게 맞나 한국어판을 참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거다
그럼 또 읽느냐? 아니다 그 책은 놔두고 그 작가의 다른 책을 꺼내든다. 말도 글도 마찬가지인데 한 인간이 모국어건 뭐건 즐겨쓰는 단어들이 있다. 당근 다른 책에서도 그게 반복된다. 이 때 쯤 가끔 사전 찾아가며 본다.
역시나 내가 이렇게 영어를 잘했나 감동이 밀려올거다.
나같은 경우 영어소설은 그렇게 못해봤고 독일어를 그런 식으로 읽었다. (내가 외국어 잘한다고 잘난척 아무리 해도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외국어는 이 두개다..-_-)
독일어 같은 경우 단어를 참 많이 아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소설을 읽으면 내가 이렇게 독일어가 완벽한가 감동할 정도로 모르는 단어가 거의 없고 또 어떤 소설은 내 독일어 수준이 겨우 이건가 싶을만큼 한 페이지에 와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내 독일어 수준은 형편없는데 그래도 말하기 보다 읽기는 위에 이야기했듯이 쉽다.)
언젠가 완벽하게 이해하는 거? 그거 환상이다. 나도 한국어사전 들여다 본다니까? 그리고 그렇다면 예전에 다 국어시험 백점 맞았어야지 왜 국어들 그렇게 못했겠냐. 난 초딩때부터 국어 아주 잘하는 인간 본 적이 없다. 독해 틀리는 이유가 뭔데? 이해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건 외국어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스토리 따라가며 보면 된다. 그래서 번역이 어려운 이유고 독일 혹은 미국에서 박사까지 받아 왔다는 인간들의 번역서가 오역이 범람하는 이유다.
무지 똑똑하고 엘리트 비슷한(!) 내 남자? 내가 가끔 소설 읽다가 자기야 이게 무슨 말이야 물어보면 그런다. 야 그렇게만 말하면 어떻해? 문장을 다 읽어봐라..ㅎㅎ
파노프스키라는 미술사의 대단한 이론가가 있다. 그 남자 논문을 나는 열번 읽었는데 이해를 다 못했다. 너무 절망해서 학교에 갔더니 내 친구가 자긴 세 번 읽고 간신히 대충 이해했단다. 지금 한국에 번역본도 나와있는데 웃기는 소리다.
내가 독일의 한국유학생들이 어떤지 넘 잘 아니까 그걸 번역할 만한 인간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유학생들의 수준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만 나중 기회 혹은 참자..ㅎㅎ)
울 신랑 내가 데리다 책 사서 읽는데 (또 한국에서 하도 유명하니까 최소한 알자라는 의미로) 앞에 보더니 그런다. 도대체 이게 말장난도 아니고 무슨 말이냐? ㅎㅎ
아 얘기가 샜는데 그러니까 모르는 문장이나 단어 있어도 그냥 넘어가면 된다는 거다. 스토리 따라가다보면 내가 단어 많이 이해 못해도 일본 영화 보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처럼 만족하게 된다는 거다.
당연히 그렇게 읽고 또 읽다보면 어느 단어가 이 내용에 중요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어느 순간에 생기게 된다.
(물론 나야 이런 저런 언어를 배우다보니 한 언어에 그런 수준에 못 다다른 다만..ㅜㅜ)
각설하고 정리하자면 내가 이 모든 문장을 이해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것
스토리를 따라 갈 것
처음엔 좀 특이한 단어같아 그냥 지나쳤어도 반복되는 단어는 중간에라도 찾아 볼것(이게 그 작가의 언어 습관일 가능성이 크다.)
책을 읽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습관에 따라 굉장한 차이가 난다. 그러니깐 누군가 어떤 책을 영어로 읽고 싶단 이야기는 그 방향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그 방향을 잡는 건 위에 언급한 것처럼 몇 번 하다보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해하고 감동하면 되었지 뭘 바라는데? ㅎㅎ
물론 그 영어책을 읽고 레포트를 내야한다던지 그럼 다른 문제다만 즐기고 가까와지고 싶은 이유라면 이렇게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가끔 하는 건데 책을 읽다가 이 표현 넘 마음에 든다 이러며 써먹을려고 적어 놓는 경우 말하는 데 도움도 된다.
물론 지난 번 속죄를 읽었을 때처럼 넘 감동해서 세 문장인가를 써놓고 신랑에게 말했더니 울 신랑 그런 문장을 말하는 인간이 어디 있냐고 그냥 웃음거리가 될거라고 박장대소한 사건
그게 읽기와 말하기의 차이다..ㅎㅎㅎ
어쨌든 포도주는 비었고 또 이 글을 쓰면서 또 술을 사온 관계로 이야기가 횡설수설 가능성이 있다만 궁금한 점은 모두 질문해 주시길
내가 생각해도 언어를 배우는데 전문가는 맞는 거 같다..^^;;;
덧붙여 예수쟁이인 내 가족 몇 분들 누가 먼저 읽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내가 술 좀 적게 마시게 기도 좀 해줘라
나 요즘 미치겠다.
누군가 간절히 하는 중보기도는 듣는 다고 아직도 믿고 있슴..ㅎㅎ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도쿄는 번개도 마구 치는데 (근데 비가 마구 안 쏟아진다) 또 술이나 마시며 이렇게 수다나 떠는 나란 여자. 이런 사이 야구도 시작했으니 오늘은 정말 땡이다
아 정말 나는 요즘 내가 한심해서 미치겠다..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식
이야기했던 젊은 스모선수가 드디어 어제 요코주나가 되었다. 요코주나는 승리랑 상관없이 되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하는 건데 어쨌든 감동이다..^^
아 나는 아까 열시에 돌아와서 아직까지 운동복 차림
신랑이가 돌아오기 전에 설겆이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샤워는 해야한다..ㅜㅜ
2007.05.31. Tokyo에서..사야
모님, 제가 아는 건 별로 없는데요 검색 능력이 진짜 뛰어납니다..ㅎㅎ 그러니 마구 질문해 주세요. 님의 영어실력향상에 막강한 실력을 행사할 준비 만땅입니다. 아니 영어에 관심을 가시신다니 무지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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