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이 좀 부족하다
2006-04-21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저자를 좋아한다.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구입해야지하고 있다 그냥 한국을 갔는데 어찌 알고 지인이 선물을 해주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물론 저자를 계룡산으로 보내려면 내가 책을 열심히 팔아줘야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한국땅에서 기독교인으로 자라며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풍수나 사주명리학.선교등 내가 그를 통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들이 많다. 거기다 그가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가 주변에서 접하고 사는 사람들과도 너무 달라 흥미롭기도 하고 말이다.
나 역시 별로 평범하게 살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무슨 인생의 거창한 뜻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들처럼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남은 삶을 잘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풀리지 않는 화두처럼 머리를 짖누르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그 불명확한 뭔가를 자꾸 찾아헤매게 된다.
이 책은 지난 번 방외지사처럼 뭔가 다르게 사는 사람들 특히 고수들의 이야기란다. 고수라는 말이야 너무 광범위하게 쓰여 나같은 애도 가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라는(그러니까 나도 고수란 이야기다..-_-) 말을 떠들 정도긴 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를 찾아나선 기행이라니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몇 명을 빼면 뭐가 진정한 고수라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그 대상들이
불명확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책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또 그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거기다 내 나름 마음에 들어하는 저자특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 즉 지금 방외지사는 아니지만 방외지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등이 참 좋았는데 이 책에선 질문의 방식이 주로 일을 그만둘 배짱이 어디있었냐는 단순한 식으로 진행이되니 식상했다.
더 나아가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저자의 조급함으로 읽혀 조금 불편했다면 내 저자를 향한 애정이 너무 큰 건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글을 읽는다기보다 '행복이 가득한 집' 같은 잡지에 실린 어느 집중 인터뷰를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망스럽기도 했다.(특정 잡지를 깍아내리자는 건 아니고 내가 구독해본 잡지가 저거 밖에 없어서이고 내가 좋아하는 잡지이기도 하다)
흙집을 지어 남들에게 별장식으로 무료제공하는 어느 분이 왔다 간 보통 한국사람들을 언급해 놓은 부분이무릎을 치게 했는데 좀 길지만 전부 인용을 해보겠다.
'도시 샐러리맨들이 한 번씩 세심원에 와 있을 때 유심히 관찰해 보면 대부분 혼자 있지를 못한다. 혼자 있지 못한다는 것이 큰 병인 것 같다. 혼자 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홀로 있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각종 계 모임, 동창회, 무슨 동기회 등으로 한 사람이 수십 개의 모임에 참석한다. 막상 자신은 외로움을 실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열지 못한다. 동굴 속에 갇혀서 나밖에 모르는 것 같다. 이웃이 있어서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혼자 있으면서 사색을 해야 타인과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과 공감할 때 너와 나의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사랑에 결핍되어 있는데,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기를 오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세심원을 방문하면 '당신이 기회를 주어서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안그래도 내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사람들을 보며 궁금해 했던 부분인데 혼자 있지 못한다는 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가까운 사람들중에도 모든 인생이 내가 아닌 가족으로만 돌아가는 삶이 너무 많다.
또 아무래도 모임이 많다 보면 자꾸 상대랑 나를 비교하게 되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제야 좀 궁금했던 점들이 풀리는 것 같다.
어쨌든 나도 이렇게 탱자거리며 헤매고 살게 아니라 중심을 잡고 남은 인생을 잘 보내야할텐데 저자 뭐라 할게 아니라 나야말로 자꾸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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