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실은 다른 글을 쓸려고 한건데 그만 술이 취해서 또 헛소리를 올려놨고..^^;; (그래도 취중에 나처럼 오타적게 나는 인간도 드물거다..ㅎㅎ) 오늘 멀쩡한 정신으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이번 미국에서 있었던 불행한 사태는 여러모로 한국인들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인식이 특히 충격적이었다.
나야 미국을 가본 적이 없으니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그 정도로 주눅들어 살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투명인간같은 적응력이 필요하다나 어쩌다나.
미대사인지가 32일간 금식을 제안했다길래 무슨 저런 정신나간 X이 있나 했는데 여기 저기 글을 읽다보니 그런 말도 나올만 했다 싶다.
예전 징용과 달리 먹고 살기 위해서건 공부를 위해서건 미국에 간 사람들의 선택은 자발적이었다. 타향살이가 어디 쉬운가.
어떤 이유에서건 외국땅을 밟았으면 그 나라를 이해할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하는 건 불문가지다. 그들의 언어를 습득해야함은 기본이고 그들의 문화를 알고 맞추려는 노력도 해야한다. 언어를 알아야 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것이고 말이 통해야 그 주류문화에 끼든 지 할 것 아니겠는가.
한인촌 만들어놓고 한국어만 쓰고 살면 미국사회에서 대접을 제대로 받고 살기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
이민을 가서 그 나라에 정착하고 사는 게 아니라 자그마한 또 다른 폐쇄적인 한국을 만들어 살게 되니 늘 불안하고 그래서 더 우리 한국인들이 뭉쳐야한다는 배타적 분위기가 형성이 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그러면 같은 이민자면서도 또 한국인들에의한 차별이 만들어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은 내가 살려고 한 혹은 공부하려고 하는 나라를 애정어린 눈으로 긍정적으로 봐야한다.
모든 사태를 인종차별문제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그걸 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냤더니 안 당해본 너는 모른다는 식이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인종차별의 문제라기보다 언어의 오해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 차별은 실제보다 내 안의 피해의식이 열등감이 차별로 받아들여질 때가 더 많은 법이다. 기분좋고 자신있어봐라 뭔 놈이 무슨 말을 하던 그게 기분이 나쁜지.
그리고 세상에 차별이 없는 곳이 어디있냐? 인간은 누구나 익숙한 것들에 관대하고 끼리끼리 놀고 싶어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동창회에 목매고 강남이니 강북이니 구별짓는 것 아니겠는가.
차별로 따지자면 한국사회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학벌 지역 심지어 본에 파에 십대 이십대 조상까지 따져서 양반이네 아닙네 구별지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처절하게 진행되는 가. 비싸면 무조건 잘 팔리고 명품입네 어쩌네 개나 소나 쓰고 걸치는 이유가 다 구별되어지고 싶고 상류사회에 속하고 싶은 욕망 아닌가 말이다.
물론 역으로 차별받고 싶지 않은 욕망이기도 하니 넘 억울해하고 분노할 것도 아니다.
워낙 별 볼일 없는 나같은 인간은 한국에서 받은 차별이 내가 떠돌며 외국에서 받은 차별보다도 크다. 그러니 나는 인종차별 어쩌고 하는 것에 동의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차별 이데올로기를 생산해내고 미국사회를 왜곡하는 큰 몫을 하는 건 사실 유학생들인데 어쨌든 유학을 가는 사람들은 그래도 좀 살만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너무 부자이거나 너무 가난했던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아니고 늘 문제가 되는 게 바로 그 중산층들이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좀 괜찮은 동네에서 괜찮은 사람들과 어울려 대접을 받고 살았더랬는데 유학을 가면 다 본국보다 못한 곳에 사는 게 보통이다.
어느 나라나 그 국민들의 수준은 차이가 있는 법인데 본인들이 그 후진 동네에서 겪는 일들이 꼭 미국의 전부인양 일본의 전부인양 이해하고 왜곡하고 피해의식을 갖는 다.
그럼 내 똑똑했던 친구가 유학까지 가서 전하는 말이니 본국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그냥 믿어버린다. 장학금을 주거나 해서 외국인학생들을 유치하는 건 내 나라를 좀 알리고(그래 이걸 또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기 위해서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만) 가까와 지려는 노력인데 그게 반대의 효과를 낳게 된다는 거다.
내가 일본에 와서 살면서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게 조금만 살아봐도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가 배웠던 거랑 다르다는 걸 알겠는데 왜 우리는 늘 똑같은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였다. 여태 이 곳에서 와서 공부를 하고 간 유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은 뭘 공부하고 뭘 느끼고 갔단 말인가하는 의문.
그런데 이렇게 피해의식에만 시달리다 돌아가게되면 일본을 더 잘 알리기는 커녕 반일감정에 일조하는게 이상할 것도 없다. 하긴 뭐 유학생이 아니라 주재원으로 와서 훨씬 나은 생활을 한데다 일본어까지도 너무 유창하다는 전여사께서도 '일본은 없다' 같은 책을 쓰시니 누굴탓하겠냐.
거대야당의 최고위원 그러니까 우리 대한민국의 지도층인사 아니신가. (정말 이게 우리나라의 수준이라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싶은 심정이다만..-_- 얼마전에 책을 버리면서 전여사의 책은 안버리고 책꽂이에 얌전히 꽂아놨더니 친구가 저런 책은 왜 안버리냐고 묻던데 증거자료(!)를 어떻게 버리냐? ㅎㅎ)
유학을 하며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이번 일에 알아서 기고 한 사람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리사회의 지도층이 될 확율은 높다. 그들이 생산해놓은 인종차별같은 이데올로기는 그들에게가 아니라 힘없는 민중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도 더 크다. 그리고 그때는 한 두명의 목숨이 아니라 수십명 수백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지도층의 테러의 시대라는 확대 재생산된 이데올로기로 얼마나 많은 죄없는 목숨들이 희생되고 있느냐 말이다.
(물론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가 언론의 자유가 있고 아직은 건강한 사회라는 건 믿는다.)
이게 물론 이렇게 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고 자꾸 세계가 다양화되어가는 상황에서 꼭 한국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독일에선 터어키인들의, 프랑스에선 북아프리카인들의 사회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이민문제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처절한 사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차낼 수는 없다는 거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랬다고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나라를 찾았다면 그 나라에 잘 적응하고 살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어느 정도의 설움도 감수해야한다.
자기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낯선 땅으로 왜 굳이 가겠는가. 그러니까 타향살이는 기본적으로 서러움이다.
그리고 똑같이 교육을 받았더라도 한국인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미국인 부모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당연하게도 절대 같을 수 없다. 아이들과 유창한 영어로 미국의 역사나 문학적 배경을 풍부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올 지는 뻔하지 않은가.
어느 유학생이 우리가 차별을 안 받으려면 쪽수로 밀어부치는 방법밖에 없다던데 도대체 뭘 어쩌자는 이야기인지 웃음이 나온다.
우리도 이제 외국인 백만명 시대에 돌입을 했단다.(실제 통계는 백만이 안되지만 불법체류자를 합하면 당연히 넘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은 미국에서의 한국인같은 처지들이다. 타산지석이라고 우리 역시 장기적 안목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허황된 소망이라 말을 꺼내기도 답답하지만 대선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이야기. 얼마전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몽고인이 체류자격을 얻고 어쩌고 한 기사를 보았다. 사람 목숨을 구한게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3D현장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죽어라 일하는 다른 불법체류자들도 우리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거다.
뭔가 대단한 업적만을 강조하게 되면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 장애인들 정신지체자들 불법체류자같은 소수자들이 소외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세계 십대 경제대국이라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그에 걸맞는 시민의식도 가지고 앞으로도 잘 살아남는 길은 너와 나를 너무 구별짓지 말고 땅덩어리야 아니라지만 일단 경제인지 뭔지 대국이라니까 대국다운 면모를 학습해 가는 길 뿐(!)이다.
2007.04.25. Tokyo에서..사야
특히 고기공님!!!!
고민하시는 문제에 좀 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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