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나도 한마디

史野 2007. 4. 18. 13:10

미국에서 그런 끔찍한 사고가 생겼다는 건 어제 알았지만 내 상태가 별로 좋지도 않은 지라 대충만 흟어보고 뉴스도 켜지 않았다.

 

그러다 블로그에서도 여기저기 이야기가 되고 특히 범인이 한국인이란게 밝혀지면서 너무나 시끄러운 관계로 어쩔 수 없이 CNN도 보고 BBC도 보고 슈피겔지에도 들어가보고 여기저기 한국뉴스나 블로거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읽었다.

 

우선 다른 사고랑 달리 총기사고는 충격적인데다 그게 대학내에서 무차별적으로 일어난 대량학살이란 점에서 끔찍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너무 놀라운 일은 한국언론의 범인이 한국인이란 것에 대한 과민반응과 역시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포함 다소 이기적으로 보이는 반응들이다.

 

범인이 중국인일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는 쿨했던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니 다들 난리인데 그게 사태의 본질과 큰 관계가 있을까.

 

물론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이고 미국인들이라고 모두 이성적인 반응을 하는 건 아닐테니까 걱정이야 되겠지만 그렇다고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당하게 하느냐고 요란을 떨어대는 건 볼상사납다.

 

이 사건은 한국인 중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어느 영혼이 불쌍했던 한 인간의 미친짓이었을 뿐이다.

 

그가 한국을 대신해서 미국에 복수를 한 것도 아니고 미군철수를 외친것도 아닌이상 한국인들이 죄의식에 시달리거나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범인이 중국인이었거나 미국인이었거나 똑같이 보통 인간들이 갖는 마음으로 이 사태에 아파하고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지 생각을 모으는 게 바른 자세이고 성숙한 자세일거다.

 

우울증에 걸린다고 외톨이라고 모두가 사람을 그렇게 살해하지는 않을 터. 혹 우리 주변에 그런식으로 상처받고 분노를 키우는 사람들은 없는 지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볼 수 있기를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한국인의 근본문제랑 연관을 시키기도 하고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이해를 하는데 나는 거기에도 동의를 못하겠다.

 

민족적 관점이 그리도 중요하다면 왜 김정일처럼 수천만을 고통에 몰아넣고 핵문제로 깡패처럼 굴어도 부끄러워 하거나 분노하지 않는가.

 

거기다 민족주의라면 왜 범인이 시민권을 따지 않았냐고 한탄을 하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이야기가 된다.

 

그건 당장 우리에게 피해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기주의에 피해의식이다. 걱정하는 한국인을 향해 표출하는 분노가 없을 거라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나가는 잠깐의 분노일 뿐이지 한국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되진 않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총기소지에 대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하니 알기론 미국교포들중 시민권자 많을 텐데 각자 속한 사회속에서 그런 운동에 더 참여하고 학교의 안전문제나 학교상담제도의 활성화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쪽으로 이 문제가 풀려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에 계신 분들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국에서 외국인 범죄가 생긴다고 우리라고 무조건 다 욕만하는 건 아닌 것처럼 불법체류자 문제며 외국인 노동자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외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건전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어떤 행동 하나만 보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말이다.

 

 

미국뿐 아니라 이젠 폐쇄사회였던 대한민국마저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는 차츰 모두가 코스모리탄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본인이 나오지 않더라도 들어가지 않는가) 차이와 다양성이 무시되어 공공연한 폭력이 행사되지 않는 지 자신들을 모두 돌아봤으면 좋겠다.

 

서른 명도 넘는 사람들을 그것도 아주 차분하게 죽였다는 범인을 동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연쇄살인에서 쾌감을 느끼는 전문살인범도 아니고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범행을 계획했다고 해도 막상 총을 쏘고 그러며 미쳐가지 않았을까.

 

그래 나는 이상주의자다. 십 년이 넘게 가는 곳마다 다른 문화와 언어속에서 소수자로 살면서 내가 느끼는 건 사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거다.

 

그저 잘먹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자기 주변사람들을 아끼고.. 단지 그 사회가 성숙한 사회냐 아니냐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우리가 얼마나 나와 다른 것들에 관대한가 나아가 자신의 태도에 반성하느냐의 문제인거 같다.

 

나를 내 가족을 내 나라를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나만 내 가족만 내 나라만이 안되도록 말이다.

 

어쨌든 지금 내 상태도 그리 바람직한 것도 아닌데 하루종일 버지니아텍 사태를 브레이크뉴스로 보내는(하루종일 보내는 게 무슨 브레이크 뉴스냐?) CNN을 틀어놓고 있다보니 엄청 심란하다.

 

나는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너무나 분노하지만 평소 CNN의 방송방식에 무진장 불만이라 거의 시청을 하지 않는데 그래도 이번 사태를 방송하는 태도에 그가 얼마나 문제가 있었던 학생이었던 쪽이지 한국인을 향한 차별적 뉘앙스는 없는 듯하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상태에서 그리고 그런 슬픔은 극복이 되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빠르게 그 학교 학생들이 안정을 찾아 이성적 대안에 관심들을 갖고 우리 모두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길 조심스레 바래본다.

 

 

 

 

 

2007.04.18. Tokyo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