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황당한 경험 그리고 뮌스터

史野 2026. 4. 21. 12:40


시골에 살다 보면 별의별 경험을 다하게 되고 쥐 빼곤 별로 싫지도 않다
사실 쥐에 관해서도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장작더미 속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낸 건지 일고여덟 마리 정도 쪼르르 데리고 떠나는 에미쥐를 집안에서 본 적이 있는데 쟤네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진짜 짠했다
뱀이건 쥐건 집안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된다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지네도 끔찍하거나 그렇진 않다
지네는 의외로 사진도 찍고 가서 나무젓가락을 가져올 동안도 어디 빠르게 도망도 안 가 잡기도 쉽다
물론 썼듯이 한 마리가 나오면 하루이틀뒤 짝 찾아 나오는 또 한 마리를 긴장하며 기다려야 하는(?) 단점은 있더라도 말이다



자 이제 본론인데 ㅎㅎ 그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네새끼를 봤다
이벤트성 축구경기가 있어서 딱 저 자세로 보는데
이불 위에서 하필 하얘서 아니 고맙게도 하얘서 길이가 오육센티는 되고 굵기는 이미리도 안될 것 같은 선명한 붉은 존재가 스멀스멀 사야 저 손을 향해 기어 오는데 너무 놀래고 당황해서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더라
와 진짜 순간 소름 돋고 무섭고 어찌 잡아 죽이 긴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왠지 새끼는 막 여러 마리일 것 같고 이불 들쳐보고 침대밑도 보고 ㅠ
성체는 하도 봐서인가 별 느낌이 없는데 새끼는 진짜 혐오스럽게 생겼더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대체 그 새끼가 어디서 나타나 혼자 침대 위까지 기어올라온 건지
성체가 있으면 당연히 새끼도 있는 건데 처음 봐서인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더라


오늘 음악방송을 틀어놓고 아침을 먹는데 나타난 저 성당
뮌스터의 대성당
배경음악이 미사곡 이어서인가 갑자기 울컥하는 거다
92년부터 2007년까지 16년간 엄청 드나들던 곳이니 왜 그립지 않겠냐만 그래도 좀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뮌스터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티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곳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저 성당 주변이 시내다 보니 구석구석 가게들이며 골목길도 다 눈에 보일 듯 선하다
저 화면 속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시부모님이 누워계시는 곳이기도 하고
사야에게는 서울 다음으로 고향 같은 느낌의 도시
사야의 고통스러웠던 그리고 또 찬란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품고 있는 곳
혼자 간 적이 하도 많아서인지 뮌스터는 대부분 시부모님과의 추억이 강하다
오래되어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두 분 속을 어지간히도 썩였다
사랑 정말 넘치도록 받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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