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뒤셀도르프와 더블린 그리고

史野 2025. 8. 27. 16:11

어제 외국에서 나고 자란 독한 혼혈 축구선수 Jens Castrop이 최초로 대한민국대표팀에 선발되었는데 하필(?) 그 넓고 넓은 독일땅에서 뒤셀도르프출신이더라
2003년생이니 사야가 홍콩 살 때라 시기가 겹치진 않아도 기분은 묘하더라
지금은 당연히 많이 변하긴 했겠지만 4년을 넘는 시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던 그 거리들이 눈에 선하다
뮌스터는 17년을 들락거렸고 뒤셀도르프는 겨우 4년 살았는데 더 애틋한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뒤셀도르프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참 매력적인 도시였다
거기다 떠돌던 다른 도시들과 달리 뒤셀도르프만 사야에게 온전히 집이었는데 그러니까 외국에(?) 살면서도 늘 돌아가게 될 도시였는데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네
전남편도 그 도시로 돌아가진 않았으니 말이다

어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뒤셀도르프를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또 고기공놈 생일이라 더블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
왜 사진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 위에 떠있던(?) 첫 아파트
그곳에서 그놈 스무 살 생일파티를 했었는데 27년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해는 98년 프랑스월드컵도 있어서 외국인들이 많이 살던 그 아파트에서는 그 기간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골먹히고 절망할 때 어느 창문에선 괴성들이 들리고
더블린 첫해였던 그때 사야에게도 참 일이 많았었는데 그 아파트 앞의 레스토랑에서 팔던 치킨윙스가 제일 그리우니 낭만 같은 건 사라진 건가

거긴 신개발지였어서 모르겠지만 유럽에는 백 년 넘은 술집 같은 것도 꽤 되니 두 도시 다 사야가 다녔던 술집들이 그대로일 거 같다
그러고 보니 98년도에 혼자 뒤셀도르프로 돌아가서 잠시 살았었구나
어쩜 이리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사야가 독일티비에 나왔던 때도 그때 뒤셀도르프로 놀러온 고기공놈이랑 간 술집이었는데


요즘 스웨덴이 배경인 월랜더라는 영드랑 스코틀랜드 북쪽 셰틀랜드섬이 배경인 수사물을 연달아 봤는데 사야는 그 황량한 풍경들이 너무너무 좋더라
그냥 풍경이 아름답다가 아니라 전생에 그곳에 살았었나 싶을 만큼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은 느낌
더블린은 도시였던데다 막상 아일랜드 시골과 스코틀랜드를 여행할 때는 그저 풍경들이 신기하기만 했고 스웨덴은 가본 적도 없는데 이건 또 무슨 감정인지
어쩌면 사야가 지금 고립된 생활 중이라 뚝뚝 떨어진 자연 속에서 사는 풍경속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마침 월랜더는 무료라서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을 때도 있다


참 이 아저씨가(?) 월랜더형사인데 넘 멋있어서 검색해 보니 엠마 톰슨 전 남편이었더라
헬레나 본햄카터랑 바람피워 이혼했다는 TMI

어쨌든 둘 다 황량한 곳이라서인지 이상한 극단적 종교주의자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다시 한번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
한국도 부산같이 바닷가에 면한 곳은 무당이나 점집 같은 게 다른 곳보다 많다지 않은가
수사물 같은 드라마 속에서 이상한 인간들을 너무 봐서인지 이미 형성된 인간의 생각을 바꾼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의학드라마에선 뇌종양이나 그런 걸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사람들도 나오니 인간이 생각하는 자유의지나 신념 같은 게 참 우습다는 생각도

하긴 수사물이나 의학드라마 말고도 이땅의 조국같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그런 인간을 집단추종하며 쉴드치는 식자라는 인간들도 많은 걸 보면 인간이 뭔가를 논한다는 게 의미 없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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