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보다 독일어 잘하는 사람도 많고 영어 잘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아 맨날 언어 어쩌고 하는 게 웃기긴한데 한국에서 지금 사야같이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다
다음 달이면 중국드라마도 안 보고 한국어는 틈틈이 읽기는 하지만 축구해설 말고는 안 듣고 사는지 일 년이 된다
독일어는 뉴스를 이삼십 분 정도 듣고 대부분은 하루 종일 영어 뉴스랑 미드 등등
예전에는 밖에서 일할 때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이어폰으로 가요를 들었었는데 이제는 티비는 뉴스를 틀어놓고 듣는 것도 영어 유튜브
그런데 그제 갑자기 영어가 들리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안 들린 게 아니니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긴 한데 그거 말고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갑자기 뇌가 영어를 다르게 인식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너무 신기해서 지난번 읽었던 세스의 책에서처럼 어떤 변화가 생긴 건지 뇌파검사 같은 거 받아보고 싶어진다
거기에 식물인간인 줄 알았는데 모국어에 반응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야도 각 언어를 들을 때 보이는 뇌의 반응이 어떨까 진짜 궁금하다
여러 언어를 배웠지만 사야가 했던 신기한 경험은 중국어가 유일했었다
중국에 가서 열 달쯤 되었을 때 중국어로 꿈을 꾸었고 갑자기 중국드라마가 막 들렸다
이것도 중국어학원을 계속 다니며 선생님들과 중국어를 쓰고 있었으니 무슨 천지개벽 이런 건 아니었지만 몇 단어 들리고 그러는 게 아니라 보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더라는 것
다른 언어는 그런 극적인 변화 같은 건 없었다
특히 일본어는 중국어로 미리 본 데다 너무 단순한 겨울연가를 처음에 봤기에 대충 다 이해가 가서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다 늦게 뭔가 이상한 경험을 자꾸 하고 있네
지난번에 썼지만 작년 말에 의식 못하고 독일어를 영어인줄 알고 듣다가 느꼈던 그 부드러움이랄까 하는 감정도 참 신기했는데 지금 영어가 그런 느낌이다
(이것도 너무 신기한 게 누가 독어로 묻고 영어로 대답하고 그런 대담 같은 건 또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신기해서 어제 계속 이거 저거 막 들어보고 그랬는데 웃기게도 실력이 는 건 아닌데 느낌은 확실히 달라졌다
정말 끝도 없이 새로 나오는 단어나 표현 때문에 예전 누구처럼 영어사전을 씹어먹어야 하나 싶을 지경이었는데 난데없이 이런 변화가 생기다니
이러다 평생 못 이룰 꿈인 줄 알았던 모국어만큼 들리는 외국어 하나 생기는 거 아니냐
쓰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인 데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읽기야 모르면 곱씹어볼 시간이라도 있으니 듣기만 문제없으면 되는데 왠지 그런 희망을 품어도 될 거 같은 기분이다

오월도 다 지나가고 있는데 이제야 넝쿨장미가 피기 시작한다
지난봄 나름 예술적(?)으로 가지를 정리해 놨더니 저런 모양

상자로 된 택배 가지고 들어왔는데 스티로폼이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어 치우려고 봤더니

져가고 있는 소주조팝꽃이 묻어온 거라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시골 사는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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