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조카들 이야기

史野 2015. 11. 26. 02:01

대박 축하할 일

민들레님 딸내미 그러니까 큰언니딸내미가 취직을 했다네

시험에 여러번 떨어져 맘고생을 하고 있는 걸 알고있었는 데 지난 여름 결국 회계사시험에 붙었고 드디어 한 회계법인에 취업했단다.


예전에 졸업식 다녀와서인 가 쓴 것 같은 데 전교일등이니 당연히 서울대를 가야할 그 학교의 막중한 사명을 지고 있었음에도 경영학과를 가야겠단 일념으로 그 모든 유혹과 강압을 뿌리친 신념있던 놈.

고등학교때엔 월스트릿으로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했었는데 대학들어가선 어찌 그쪽으로 목표를 세웠고 맘대로 안되어 포기할 듯 하더니 결론이 좋아 참 다행이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원하던 일이었으니까 너무 축하하고 고생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다.

특히나 외벌이로 딸내미 뒷바라지하느라고 역시 맘고생했을 울 큰언니가 무진장 기쁘겠다.


사야야 조카놈들이 성장하는 시기에 나가있었기에 그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조카가 여섯인 데 넷이 경영학과에 둘이 경제학과인 건 좀 충격적이긴 했다..ㅎㅎ

물론 역시 전교일등이라서 그 과중한 의무를(?) 못 이기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경제학과를 갔다는 작은언니 딸내미같은 케이스도 있긴 하다만 뭐 지금은 회사를 아주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으니 사야가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가장 압권은 사실 오빠 아들 그러니까 사야가 늘 이야기하는 큰 조카인데 고등학교때부터 기업이 싫다고 사야에게 자긴 아빠나 고모부(그러니까 사야 전남편)같은 삶을 살기 싫다고 그랬더랬다.

그래서 그 이야길 전해듣고 발끈한 신랑이 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고..하하하

우짜든둥 대기업도 싫다 은행도 싫다 그러다 어찌 취직을 해서 사야에게 술도 샀던 놈은 자랑스럽게(?) 회사를 때려치고는 전업투자중이다

이 놈은 고등학교때부터 자기돈 오백만원과 아빠돈 천만원을 빌려 투자를 시작했는 데 어쨌든 지금 집에서 피아노치고 송편도 빚고 음악도 듣고 그러며 참 멋지게 살고 있다..ㅎㅎ

만 서른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철학으로 살아내는 뚝심은 늘 부럽다.

몇 달 전인가 통화를 하다가 얌마 고모야 늘 널 믿지, 하니까 저도 고모를 믿죠 우리 같은 생각 아닌가요? 하는 데 소름쫙..ㅎㅎ

그래 이젠 누가 뭐랄 수 없는 어른 맞구나..


어쨌든 큰언니딸까지 취직이 되었다니 그 밑에 여전히 공부하는 놈들이 하나씩 있긴해도 뭐랄까 세대가 바뀌는 묘한 기분이다

제일 큰 놈이 85년 생이고 그 아래로 다섯이 줄줄이 사탕이니 한 세대를 삼십년으로 보면 뭐 대충 맞는 이야기인 것도 같고..

금수저들이 아닌 관계로 부모에게도 동생에게도 어느 정도 보탬은 되겠지

장남이나 장녀가 일곱식구를 멕여살리던 육칠십년대의 신파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


늘 의식하고 사는 건 당근 아니지만 그래도 사야가 한국에 돌아와 이 불안한 삶을 이어가며 가장 걸리는 건 조카들이다

모르는 척은 하지만 이 한국상황에서 별로 자랑스러운 고모나 이모는 아니라는 것.

예전이라면 흉이 될 수도 있었지만 차라리 사야의 이혼전 상태가 그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자폭이다만 어쩌겠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상처가 되었다만 왜 넌 돌아와서 니 오빠를 욕보이냐던 사야엄마의 말은 일정부분 옳다..ㅎㅎ

남친과 간절히 살기를 바라면서도 결코 남들앞에 나타나길 바라지 않았던 사야엄마의 현실감은 그래서 비난할 수가 없다.

비이성인 줄 알면서도 또 그 간절함이란, 이 사회를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핵심일 수 있으니까.


아 젠장

그저 귀엽고 예뻤을 뿐인 조카들을 놓고도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게된다

엄마나 형제들까지는 괜찮았는 데 조카들은 좀 다르네. 

아 정말 이 불길한 예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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