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년 가까운 사야인생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다면 그건 식탐일거다
그런 사야에게 요즘 식탐이 생겼다
늙어가면 탐욕도 는다던데 그게 사야에겐 식탐인가 싶을만큼 사야는 요즘 먹는 것에 올인하고 있다
혼자해먹는 음식 이젠 지칠때도 되었건만..
대구탕 회덮밥 콩나물해장국 병어구이 부대찌개..
지가 만들어 지가 먹으면서 감동하는 건 거의 노벨상감이다 ㅎㅎ
지난 번 담근 김치를 냉장고에 넣는 걸 잊었더니 쉰게 아니라 군내가 나길래 다시 담갔다
한포기만 담아도 무지 오래 먹으니 무슨 김장이라도 담근듯 뿌듯하네
마트에갔더니 오십프로 세일하던 더덕
빛의 속도로 장을 보는 사야에겐 불가능한 일인데 어찌 인연이 되어 사다 고추장에 박아놓고 껍질로는 차를 끓였다
쓴 맛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달콤해서 놀랬다.
우짜든둥 일어나서 샤워하고 커피끓여 울 새끼들 화장실가자고 나갔더니 오 마이 갓
모닝커피(?) 들고 있는 사람 민망하게 노을이네..ㅎㅎ
사야네 집은 노을이 보이는 곳이 아닌데 진짜 해가 짧아졌나보다..
첫끼먹은 지 얼마 안되어마시는 첫 술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오랫만에 독일효모맥주를 마신다
전용잔이 없어서 어찌 마시나 고민했는데 놀랍게도 포도주잔 하나가 오백미리를 커버한다.
오늘 새벽 잠들기전 당근 사야도 부고를 들었다
미안하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줄도 몰랐다
사야도 예전에는 그를 열렬히 자지하던 순간도 있었다
뭘 알아서 였다기보다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순수한 정치인이라고 믿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야는 구십삼년 말에 이 땅을 떠났으므로 그의 통치아래 살지는 않았고 어차피 삼당합당 이후론 관심도 없었다
사야가 결혼할 때 대통이었으므로 전 남편이 너무도 진지하게 물었었다.
내가 아는 너희 나라의 민주투사는 김대중이 유일한데 김영삼은 도대체 누구냐고?
지금 생각해도 참 놀라운 질문이다.
김영삼이 죽었다는 데 사야는 새삼스레 노무현을 애도한다
삼당합당에 반대한다고 손을 높이 들던 그를
김영삼은 서거인 데 사망이라는 자막이 뜨던 그의 죽음을..
최고의 권력을 갖고서도 그 권력을 쓸 줄 몰랐던 바보같은 그를
결국은 그게 자의건 타의건 삶을 놓아버렸던 그를 간절히 추모하고 또 미워한다
아 정말 간절히 당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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