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나보다.
어버이날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얼마전부터 자식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긴 했지만 어버이날을 의식하게될 줄은 말이다.
세상 모든 부모가 부러운 날이다.
물론 키우느라 고생하고 애면글면하는 건 빼고..^^;;
세상엔 대체불가능한 경험이 많지만 자식문제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사람이 부모된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인 사람들도 자식없이 인생을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 지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야는 부러울 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있거나 없거나 결국은 가보지 않는 길일테니 말이다.
물론 자식이 이 미스테리한 생을 구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삶에의 동기를 부여하고 대신 죽어주고 싶을만큼의 의미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축복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엄밀히는 이 삶에서 중요한 뭔가를 놓치는 기분이랄까
아님 뭔가 안전장치없이 암벽을 등반하는 기분이랄까
그래 감당해야할 것들은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서 남의 떡이 참 많이도 커보인다.
세상에 태어났으므로 어버이날은 자식뿐 아니라 부모에대한 날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로 심상해진 건 몇 년이 되었다
이런 저런 루트로 엄마의 소식을 듣고 또 연민도 갖지만 그건 어떤 개인적인 연민이라기보다는 인간에대한 보편적인 연민이라는 게 맞겠다.
아 자식이 산더미(?)인 사야엄마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연민의 대상인 걸 보면 또 자식의 유무가 아닌 개개인의 문제인건가
그것도 아니면 시간의 문제, 남아있는 삶의 양이 가지는 무게인가.
사야의 엄마보다 네살이나 많은 시어머니가 덜 가여운 건 또 역시나 그 삶을 구성하는 질의 문제인 건가
사실은 지난 주말
사야가 상상가능한 가장 완벽한 가족의 소식을 들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져 울컥 눈물이 났다
귀여운 두 아들 착한 부모
심하게 똑똑하면서도 허당인 아빠 그리고 무엇보다 대책없이 귀엽고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 그 엄마
우리 지금 동물원에 와 있어, 하는데 정말 순간적으로 그 모든 분위기가 절절히 상상히 되며 태어나서 누군가가 그렇게 부럽기는 처음이었다
이 어버이날이 이리 격하게 와닿는 것도 아마 그 식구들때문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살 줄 몰랐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사야는 여전히 이렇게라도 살고 있어서 감사한 날들이다
그래서 더 부럽다고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내 것이 아닌 것인 줄은 알았는 데, 그래도 내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이틀전에는 첫조카 생일이었는데 만으로 서른
조카의 생일보다 사실 사야가 그 적지않은 긴 세월을 함께 살았다는 데 더 놀랬다
그 긴 시간을 뭘했을까 순간 생각했다만 물론 사야는 사실 한게 많지.많나?.ㅎㅎ
설날이나 추석이나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이나 나름은 큰 의미가 없어 참 다행이다 보내고 있었는데
오늘 어버이날이 사야에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우짜든둥 그래서 부모인 당신들 모두가 부럽고 그 당신들의 자녀들을 위한 축복기도도 함께한다
참 그게 키우는 고통은 나 몰라라하면서 그래도 부러우니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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