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기분좋은 가을비

史野 2014. 10. 21. 21:46

 

 

이틀이나 쉬지않고 내린 비 덕분일까

오랫만에 참 평온한 날이었다

햇살아래서도 예쁘지만 비에젖은 초록은 또 얼마나 싱그러운 지

일찌감치 난로피워놓고 따뜻한 불빛과 조금씩 어두워져가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행복하다, 라고 느꼈던 건 진짜 오랫만이었던 것 같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연달아 영화 두 편을 본 것도 영향은 있었을거다

어쩌면 전혀 다르지만 결국은 또 같은 '해무' 와 ' 리스본행 야간열차' 를 연달아 봤다.

두 영화는 인간이 뭔 지 삶이 뭔 지를 한꺼번에 요약해서 보여주었다 우연한 선택이었는데 본 순서도그렇고 적절한 조합이었다

 

섹스, 생존에의 욕구, 잔인성, 자유로의 갈망,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외로운 몸짓 등등

결국은 각자가 타고난 환경이나 경험 그러니까 이 삶은 딱 그 본인의 역량만큼의 몫을 살아내고 이해하는 거란 진리..

 

이 비오는 날 그 모든 투과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점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만 역시 오랫만에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며 나름 위로받은 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여전히 사야에겐 이 삶이 드럽게 아름답다는 걸 다시 인지한 날

 

살아있어서 참 아름답고 소중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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