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이사온 지 정확히 사년이다
첫눈에 반해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야가 최초로 소유한 집
신기하게도 이 집에서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훨씬 긴데도, 방치한 시간이 길어 집상태가 난리가 아닌데도 사야는 이 집이 여전히 좋고 이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실 마음으로야 장성집도 평생살 생각으로 들어갔기에 이 집이 대단히 특별할 건 없다만 거기서 쫓겨나서일까 '소유'라는 것의 의미가 컸던 것 같다
이 아슬아슬한 평안함은 얼마나 갈까
지나간 삶을 날 것으로 들여다보는 건 늘 아프다
왜 사야는 평범하지 못한 걸까
오늘 드디어 장작을 주문했다
겨우 사분넘게 걸린 그 전화를 하는데 사야는 열흘이 넘는 시간과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했다
전화를 끊고나니 허탈했다만
바쁜 남편대신 영어로 중국어로 일본어로 이 일 저 일을 해결하고 다녔던 사야도 지금이랑 크게 다르진않다
사야에겐 늘 모든게 막막했고 벅찼다
어쨌든 지금 사야에겐 기적같은 순간들이 가고있다
태어나서 이리 완벽하게 혼자인 시간은 처음이다
여기서 처음에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낼 때도 늘 원하기만하면 손에닿는 누군가가 있었다
거기다 그때는 이웃도 있었다
울새깽이들덕이라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 지금 사야에게 일어나고있다
사야는 정말 이렇게 평범한 인간이 되어갈 수 있을까
그래 아직까지는 여전히 모든게 엉망이긴 하다만 사야는 이 모든것이 스스로도 넘 신기하고 그게 이 집이 사야에게 주는 선물인 것같아 넘 고맙다
이게 해프닝으로 끝나는게 아니라면
사야가 정말 이 곳에서 한 인간, 그래 그게 이성적이거나 깨인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냥 동물적인 인간이라도, 앞으로를 이렇게만 살아낼 수 있다면
사야는 그저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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