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친구놈이랑 마트에 다녀온 걸 빼면 꼼짝않고 동굴놀이중이다
이 집은 그러기에 너무도 완벽한 조건이다
하필이면 다섯장이 들어가는 씨디플레이어가 고장이다
휴대용을꺼냈더니 그것마저 작동을 안한다. 기계들도 오래 방치하면 망가지나 조금 당황스럽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올레티비에 음악이 있다는게 기억났다
문제는 씨디는 걸어놓고 다른 일을하기도 하는데 티비는 화면도 있으니 꼼짝않고 집중해 보게된다
다른 스피커보다는 못하지만 집이 원통이라 그런가 꽤 들을만하다
이번에도 돌아와 느낀거지만 한국오자마자 장만했던 것들이 칠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야 삶을 편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목록을보다보니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이 있는거다 못들어본것같아 틀었는데 듣다보니 갑자기 라울 뒤피 그림들이 생각나더라
예전에 여기 올렸던게 기억나 찾아보니 또 음악회도 가고싶고 전시회도 가고싶고 잊고 살았던 것들이 마구 하고싶어졌다
유럽에 사는 재미는 미술관과 음악회가 아닐까
파리에 딱 육개월만 살아보고 싶은 적이 있었다 오전엔 불어배우고 오후엔 미술관돌고..
지금이야 불어를 배울 생각은 전혀 없다만 육개월간 매일 그 엄청난 그림들을 감상하는건 생각만으로도 여전히 황홀하다
이것저것 생각말고 그냥 튀어볼까?
근데 흐느적거리며 글을 쓰다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어차피 사야가 생각했던 삶의 터전은 잃었고 당장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고민이야 여기건 파리건 상관없는거 아닌가?
아 이런 집값이 문제구나..
라울 뒤피의 그림이 보고싶단 생각을 하다 참 멀리도 왔다
우짜든둥 아무리 폐인모드라도 삶은 삶인데 오늘 꼭 했어야할 일들을 하지 못한 채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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