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고운 선물과 허한 마음

史野 2014. 9. 7. 22:24

 

장성시절 처음 꽃을 보곤 해마다 사는 부레옥잠

봄에 겨우 천원짜리 열개 사 수곽 두 개에 던져 놓으면 꽤 오래 꽃이 피었다 지었다..

오래 비웠던 지라 기대하지 않았은데 어제 오늘은 저리 화려한 모습이다.

끝물이라 한 개 간신히 필까말까하더니 제대로다

햇살에 비친 모습이 예뻐 하루종일 보고 또 본다

참 곱기도하구나

연꽃처럼 내일이면 볼 수 없기에 더 고와보이는 지 모르겠다만..

 

작년 이 곳에서의 추석선물은 뱀이었는데 ㅎㅎ

사야야 명절이 의미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설사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자식이 왜 죽었는 지도 모르는 유족들만 하겠냐

아직 팽목항에 계신 분들 사연을 읽다가 또 울컥

 

산다는게 뭔지 아무리 힘들었어도 몇달간 세월호 소식은 눈에 불을 켜고 주시했었는데 막상 본인이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되니 아무래도 무심하게 되더라

 

비약하고 싶진 않고 지금 사야 상황이랑 큰 관련은 없다만 이래서 그들은 그렇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극단으로 내 모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벅찬 인간들에게 정의는 물론 타인의 억울한 죽음따위가 뭐 대수이겠는가

안그래도 가질 수 없는 걸 원하게 만들고 정작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이 너덜너덜해진 사회에서 말이다

 

이 분노를 부르는 사회에 산다는 게 참 구차했는 데 분노도 구차도 살아있으니 느끼는 감정.

사야에겐 왜 살아있다는 사실이 늘 이렇게 가슴 벅차게 감동적인 일인지 모르겠다

그 살아있는 모양새와 아무 상관없이 말이다

멋있게가 아니라 더 비참해지고 더 구차해지더라도 사야는 살고싶다

바란다면 조금만 덜 외로왔으면 좋겠는데 살아보니 그 무엇보다 그게 가장 어렵다

'7. 따뜻한 은신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몬산다  (0) 2014.09.12
고맙고 아픈 존재들  (0) 2014.09.11
커피를 마시는 시간  (0) 2014.09.10
눈부신 아침  (0) 2014.09.10
산너머 산  (0)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