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지만 너무나 맑았던 지난 목요일 아침에 눈을 떴더니 천창에 비친 하늘이 예쁘다
갑자기 바다를 보러가자는 어느 분의 전화.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작년말부터 함께 바다를 보러가자고 하셨는데 의리를 찜쪄먹은 사야가 하늘바다님과 먼저 진도를 가버린 것..ㅎㅎ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그 분과 원주에서 만나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속초는 엄청 갔던 곳이긴 하지만 92년도에 신랑이랑 93년도 시부모님과 가보고 처음이니 근 이십년만에 가는 곳. 구비구비 고개넘어 가던 곳을 이젠 터널만 지나 쑥 가버릴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한 사야.
회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야지만 그냥 모텔방에서 요즘 제맛이라는 대게와 속초까지 싸가지고간 포도주로 기분내고..ㅎㅎ
밤에 도착한 관계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바다가 저기 있다는 건 알겠다.
늦은 아침 일어나보니 세상에나 이런 동그란 창속에 바다도 속초시도 설악산도 다 들어있더라.
모텔뒤로는 이렇게 담양에서나 보던 대나무가 가득이다. 어마어마하게 추운 날이라고 했는데 점심때쯤 나와서인 가 별로 춥지는 않더라.
문제는 사야가 예전에 그림그리는 사진도 올렸던 그 추억의 영금정이 정말 너무나 형편없이 망가져있더라는 것.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라.
그러니 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여하튼 속풀러간 바다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더라는 것.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는 그나마 아름다왔지만 바다에 떠있는 더러운 거품들이며 사야에겐 정말 속 어지러운 날. 같이 간 분은 간절히 바다를 보고싶어하셨더랬는데 진짜 좋았다고 하셔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가시거리가 좋지않아 설악산도 그저 그렇고..
흉물스럽던 정자인지 뭔지 철제구조물을 피하려다보니 사진찍기도 너무 힘들고 혹시 싶어가져간 미니라이카는 밧데리가 나갔는 지 말도 안듣더라.
어쨌든 방파제를 따라 등대까지 걸으며 속초시도 찍어보고
하늘도 담아보고..
바다보다 돌아오는 길 강이 더 좋더라. 거기다 터널을 빠져나와 백담사 입구 용대리를 지나오면서부터는 역시 많이 변하긴했지만 그래도 끝임없이 밀려드는 추억에 젖었더랬다. 갈때는 직통이었는데 올 때는 버스가 원통과 인제를 들려온 지라 더 옛 생각이 나더라.
설악산엔 겨울에 많이 갔었는데 사야가 좋아라하는 저 절절한 겨울풍경이 어찌나 좋던 지..
확실히 새깽이들이 없으니 자유로와지긴했다. 이렇게 전화한통에 훌쩍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 볼 수도 있으니..
어쨌든 사야가 사실은 요즘 컨디션이 별로라 그런 이유도 있었을 거고 워낙 항아리같이 아늑한 공간, 그것도 심연에 빠져있다 그 깊이를 더 알 수없는 깊고 넓은 바다를 보니 어지럽고 울렁증이 생긴건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바다도 이제 그만 툭툭 털고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데 자꾸 속으로 속으로 숨어드는 사야의 무의식이 불에 데인듯 화들짝 놀래버린 것인 지도..
우습게도 바다를 보고온 이제야 그 푸르름이, 파도가 가슴으로 밀려든다.
조만간 다시 바다에 가야할 것 같다.
낙산사 홍련암에 가서 108배라도 하고 오면 자꾸 날카로와지기만 하는 이 예민한 신경줄이 조금은 튼튼해질까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데 그 마음 한자락 움켜쥐는 일이 참 어렵다..
같이 여주까지 오신 그 분의 낭만적인(?) 잠자리도 한 장 추가
그리고 어제 사진은 아니다만 따끈따끈한 정말 멋진 난로사진도 하나 추가..
날씨는 춥고 난방비는 아깝고 아니 그것보다 무엇보다 난로가 중요한 사야인데 도끼질에 실패한 관계로 많이 괴로왔다만
저 난로처럼, 들어갈 크기만 있으면 끝내주게..ㅎㅎ 피울 수 있는 방법을 또 터득했다
고맙게도 새로 이사오신 분이 필요하면 말씀하시라고 몇 번이나 하셨지만 디스크수술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더니 사야성격엔 그게 잘 안되더라.
제발 장작 좀 패주면 안되냐고 여기저기 애교(?) 떨어대고 정말 치사하고 드러웠는데..ㅎㅎ 지금 나무 하나로 여섯시간을 버티고 있다. 아 정말 사는 건 어쨌든 배우는 거다..하하하
2013. 02. 09.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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