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하늘바다님과의 여행

史野 2013. 1. 30. 21:10

주말에 하늘바다님과 진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늘바다님은 삼년전엔가 모님과 함께 연양리집에 한번 다녀가신 적이있다. 그러다 지난 연말 함께 연극을 본게 두 번째 그리고 고기공놈 결혼식에 오신거다.

사야야 처음보는 사람도 집에 와서 자고가도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긴하지만 여행은 또 다른 문제.

 

진도의 운림산방을 가본 적이 있냐시길래 없다니 진도에 선배가 계시다며 함께 가겠냐고 물으시는거다. 예전에 '소치 허련'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운림산방은 그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그래 얼씨구나 하고 따라가기로 했다지..ㅎㅎ

 

고기공놈 결혼식에서 26일 아침 9시차를 타기로 약속을 했기에 25일 서울에 올라가 자고 가려고 했는데 그 날 날씨가 너무나 좋아 나무를 해야되겠더라는 것. 너무 추워서 나무도 하다 관두고 괜히 여기 시어머니글을 올리며 홀짝홀짝 술을 마시다가 너무 늦게 자버린거다.

다섯시에는 일어나야 했는데 알람소리를 못 들어서 여섯시에 깼다. 택시를 여섯시반에 불러놨고 7시차를 타야하는 관계로 간신히 커피만 마시고 세상에 그 먼길을 떠나며 그것도 처음 뵙는 분도 만나야하는데 세수도 못하고 나갔다..하하하

 

일찍 도착하게되는 관계로 화장실에서라도 대충하려고 했는데 날씨는 또 왜그렇게 춥던지 따뜻한 우동 한그릇만 먹었다. 뭔 말이 하고 싶냐고?

사실 세수도 안하고 하루종일 있는 날도 많은데 사야는 이제 세수도 안하고 외출을 하는 경지(!)까지 이르렀다는 거다..^^;;

 

길이 좋아져 다섯시간밖에 안걸렸다만 또 다섯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멀긴 멀더라.

너무나 황당했던 건 마중나오신 그러니까 베를린박님이 하늘바다님 선배가 맞긴 맞는데 그 두 분도 처음보는 사이더라는 것..하하하

뭐 재밌게 잘 다니긴 했지만 자꾸 웃음이 나더라니까.

 

 

 

얼마전 베를린박님이 사야블로그에 오셔서 댓글에도 쓰셨지만 수의사시고 진돗개관련 일을 하고 계시더라. 덕분에 강토라는 저 강쥐의 묘기(?)를 제대로 봤다.

정말 너무나 똑똑하던데 물론 사야야 동물들도 저 훈련을 원할까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데다 왜 저 놈은 잃어버린 울 반동이를 그리 닮았는 지, 아무것도 못해도 좋으니 돌아오기만 해라, 아니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어디서 잘먹고 잘 살고 있기만 해라를 속으로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만..^^ 

 

 

 

 

소치허련,그리고 남종화 솔직히 서양미술사랑 연관(?)있는 사야가 뭔 그리 관심이 있었겠냐 어찌 잠시 정약용이나 김정희에게 관심이 잠깐 있을 적에 언급되던 초의선사 그리고 허련 뭐 이런 사슬로 책을 읽게되고 그러다보니 운림산방에 가보고 싶었던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너무 춥기도 했고 또 대한민국 돌대가리공무원들이(미안하다) 예전의 운치를 반은 망쳐놓았더라만 그래도 좋더라

다섯시간 달려간 게 무색하지 않을만큼 말이다.

우리의 그 옛정취와 문화를 우리가 그대로 배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

조선이 문제가 많은 나라였다는 건 알고 있다만 그래도 일제강점기식의 근대화가 아니고 그 피비린내나는 한국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민족은 지금 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

역사에 ..라면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강조하게 되는 건 사야도 늙어간다는 징조인가.

 

 

 

 

이야기했다시피 따라붙은 여행이라 관심가는 건 별로 없었는데, 그러니까 사야는 사실 어딜 간다는 게 중요하지 뭘 본다는 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래도 뭐 낙조를 봐야한다길래 갔는데 구름이 너무 많이 끼어서 볼 수는 없었다

상기했듯이 어딜 갔다는 게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그 분위기인데 다른 것보다 진도의 구름이 너무 좋더라는 거다. 정말 넋놓고 구름만 쳐다보다 든 생각이 ' 아 홍콩시절의 그 구름이구나. 여기가 섬이구나' 하는 깨달음.

 

 

 

 

 

 

고맙게도 하늘바다님이 잡으신 숙소가 딱 사야가 살던 홍콩집의 그 풍경, 더 웃겼던 건 바다가 보이는 위치나 풍경은 비슷했는데 집은 지금 사야가 살고 있는 여주집과 비슷한 동그란 황토집..ㅎㅎ

 

 

 

 

여행이 좋은 이유는 새로운 곳에 가는 이유도 있지만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 회를 떠서 셋이 펜션으로 이동해 이런 저런 이야길 했는데 사야에겐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세수도 못하고 간 주제에 저 포도주는 챙겨간 이젠 여자이기도 인간이기도 포기한 열정적인 술꾼인 사야. 포도주만 챙겨갔는 줄 아냐? 따개도 챙겨갔다..ㅎㅎ

 

물론 또 황당하게도 하늘바다님은 잠깐 들어가 쉬시고 나오신다며 그냥 마구..ㅎㅎ 주무시는 바람에 블로그로도 모르고 후배도 아닌 사야가 베를린박님이랑 거의 새벽 두시까지 이야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만..^^

그리고 술을 단 한 잔도 안드시는 그 분앞에서 연신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길 떠들어 조금은 죄송하다만 그래도 사야에겐 참 좋은 시간이었다

사야야 늘 혼자 술을 마시니 그냥 가셨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손님맞이하신다고 버텨주신 건 아닌 지..ㅎㅎㅎ 

사야가 요즘 운명 사주 어쩌고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또 아시다시피 혈액형이다. 셋이 이야길 하는데 갑자기 딱 감이 오는거다. 그래서 베를린박님께 물어봤더니 AB형 맞으시다네. 사야는 감이 안오는 사람에겐 혈액형 안물어본다...^^

 

 

 

 

아 바다, 창밖으로 보이던 저 바다, 창밖이 아니라 통창으로 보고살던 그 홍콩의 바다도 늘 저런 모습이었는데..

 

하늘바다님이나 나나 보아하니 어딜가서 열나 돌아다니고 어쩌고 하는 인간들이 아니더라는거다. 그리고 그냥 서로 알아서 이거 챙기거나 저거 챙기거나 차리거나 치우거나 자연스레 되더라지.

덕분에 늦게 잠들기까지 한 사야는 충분히 자고 또 아침에 커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누가 왔다간 흔적이 안 남았을만큼 깨끗하게 펜션을 남기고 나오게 되었단 이야기.

그 펜션주인 고맙게도 가격도 엄청 깎아줘놓고 ( 세심한 하늘바다님이 셋이 이야기하려면 이인용식탁은 안된다고하셔서 방을 옮겼다) 우리 터미널까지 버스타고 나가는 시간 추우니 차에라도 있으라고 정류장까지 내려왔더라. 아 사야는 정말 그런 거에 늘 감동. 

 

 

 

 

우짜든둥 사야가 진도까지 가서 울 새깽이들을 안보고 올 수는 없는 일. 고맙게도 하늘바다님도 동행을 해주신다고 해서 담양으로 갔다.

지난 번 그러고 올라온 날 울 호박이 다섯시까지 이불안에서 꼼짝도 안했다던데 할망이가 다시 나타나니 난리들 났다.

낯선 사람만 보면 미친듯이 짖는 녀석들인데 사야를 보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는 하늘바다님보고는 잘 짖지도 않더라. 고기공놈이 들으면 기가막힐 일..ㅎㅎ

 

 

 

 

사야가 새깽이들이랑 저 철망안에서 잔다니 하늘바다님 넘 놀라시던데 우짜겠노 내 새끼들인걸..ㅎㅎ

 

짧은 시간 너무 오래 차를 타서 피곤하기도 하고 저녁식사라도 하며 뒷풀이를 하며 서울에서 하룻밤 묵고 왔으면 좋으련만 내일 이삿짐이 들어오는 관계로 감사했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여주오는 차를 타고 서둘러내려왔다.

 

처음 함께하는 여행이었는데도 서로 별 트러블도 없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거기다 여주로 내려가는 곳까지 함께 오셔서 다행히 버스를 잘 탔는데 버스 떠날 때 보니 여전히 거기 서 계시더라는 거지 아 사야는 또 그런 거에 감동..ㅎㅎ

 

저녁식사를 하자시는데도 거절하고 서둘러 내려온 이유는 혼자 깜깜한 밤에 내려와 그 추운데 밤중에 불피우고 어쩌고 하는 게 싫어서였는 데

인생이 소설인 사야는..ㅎㅎ 동네를 들어서자마자 이 웃기는 기사분이 귀신이야길 하시더라는 거다.

예전에도 호랑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서울을 안가면 안갔지 그 고개는 절대 안남어갔다는 곳에 택시를 몰고 가셨는데 귀신이 나타나 자기더러 여긴 왜왔냐고 묻더라고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시더라네..ㅜㅜ

그 이야기가 막 끝나는 순간 사야는 차에서 내렸는데 주무시나 했던 옆옆집 분들은 또 차도 없으시더라. 사야네 집은 차에서 내려 몇 십미터를 걸어들어와야하는 구조인데 잠깐 나갔던 것도 아니고 그 이야길 듣고 이 집으로 걸어들어오던 그 기분이란..^^;;

 

혼자산다는 건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서운 건 아닌데 들은 이야기도 있겠다, 오랫만에 왔겠다. 이 방 저 방 불 켜보고 혼자 생쇼를 했다

불도 피우고 보일러도 돌리고 어쩌고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냥 엎어져 잘 수도 없었는 데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지..ㅎㅎ

깜깜한데 난로에 들어갈 크키의 나무를 찾을 수도 없고 어찌 하나 있는 건 난로문을 닫을 수도 없으니 탈 때 까지 기다려야해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사야처럼 정말 술을 마실 이유가 이렇게 많이 생기는 인간은 보다보다 처음본다..ㅎㅎ

 

아점만 먹은 빈속에 포도주 드립다 드리붓고 여기저기 전화해 깽판(?)도 치고( 물론 그 술김에 그리운 인연 하나 다시 만나긴 했다만..^^) 저녁식사까지 거부하고 내려온 이유가 일찍 자고 오늘 집정리하려는 거였는데 결국 또 늦게 일어나 세월아 네월아 이런다고 뭐 인생이 더 행복해지겠냐 하루가 간다.

 

여행기 쓴다며 또 말이 길어졌다만 결론은 뭐 또 그렇게 행복하고 좋은 여행이 마무리 되었단 이야기.

사야는 결코 하늘바다님처럼 아무리 친하더라도 그렇게 찾아가는 일은 못 할 인간이다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어 그렇게 여행도 하고, 안그랬다면 울 새깽이들을 그리 금방 보러갈 순 없었을텐데 덕분에 울 새깽이들도 보고오고 사야에겐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박삼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한 여행이기도 하다.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널렸고 나름 너무들 열심히 살아가더라는거다

물론 사야는 인생을 열심히 살 생각은 없다만 누구나 사야만큼은 치열하게 살고 있더라는 것.

아 진짜 이박삼일 여행기치곤 너무 길다..ㅎㅎㅎ

 

사진기도 말을 안듣고 이젠 넷북도 말을 안듣고 어제부터 쓰다보니 글이 이리 되었다..ㅜㅜ

어쨌든 오늘(그러니까 저 윗글을 쓴건 어제고..ㅎㅎ) 드디어 서울집을 비우고 모든 짐들이 여주로 왔다

정신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이야긴 다시 하기로 하고, 세수도 안하고 나갔다 귀신이야기로 끝나는 짧았지만 길기도 했던 여행기는 이리 대충 마친다

 

하늘바다님 그리고 베를린박님 두 분다 감사했습니다

세상 온갖 민족이며 다양한 사람 질리도록 만나고 다닌 사야입니다만 두 분도 참 특별하시고 특이하신 분들입니다..ㅎㅎ

 

 

 

2013. 01. 3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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