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재밌는 연양리풍경

史野 2009. 9. 18. 20:24

 

 

 

맛이갔던 카메라가 작동이된다. 아주 맛이갔었는데 어찌 찍히긴찍히는 신기한 일이 생겼다. 물론 역시나안되겠다란 생각이지만 오랫만에 듣는 셔터소리는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찍어본 사진..ㅎㅎ

 

나랑 마시는 건 아니고 앞집남자랑 마시는 중이다. 남친보다 여섯살이 어린 앞집남자가 형님하며 따르는 관계로 가끔 이런 자리가 마련된다.

 

저날은 결국 넷이 마시게되었는데 나랑은 많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착한 사람들이란 느낌.

 

 

 

다음날 아침 어찌 산책길 만났는데 갑자기 이 사람들이 배추농사를 짓자는거다. 자기네터에 같이 심어서 기르자나. 황당하긴했지만 재밌을듯해 두 남자가 땅을 파기시작.

 

같이 일을 하니 또 참을 내가느니 어쩌니하다가 맥주를 마시게되었다지. 동생네가 온다며 우리랑 같이 밥을 먹자길래 싫다고하고 왔는데도 굳이 찾아와서 오라고해 그 날밤도 술자리..^^;;;

 

 

 

파다보니 도저히 안되어서 우리집 마당까지 심게되었다. 배추랑 무랑 쪽파랑 심었는데 어찌될 지 아주 궁금. 잔디를 안깔아주니 이런 맛이있다.

 

김장도 담가본 적이 없는데 내 평생에 배추를 기르게 될 줄은 몰랐다..ㅎㅎ

 

우야든둥 땅이야 안팠지만 이틀간의 음주며 달리기며 배추까지 좀 심고보니 피곤해죽을 지경인데 또 딴집에서 밥을 먹으러 오라는거다.

 

아 정말 이 동네...뭐 나야 끝까지 안갔다만 우리집에 손님들이 안와도 피곤하다...-_-;;; 

 

 

 

바리가 뛰기도 싫어하지만 자꾸 잠만자고 활동성이 현격하게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임신을 한것같다..자꾸 젖꼭지가 커지는게 이상했는데 우유도 조금씩 나온다. 옆집 토야땜시 상상임신이길 간절히 바랐지만 배가 자꾸 불러오는게 아무래도 진짜 임신인듯.

 

아놔. 이건 아니잖아..아직 초경을 안했다고해서 그 난봉꾼으로부터 보호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중이었는데...흑흑

 

 

 

토야새끼들이 이만큼 자랐다. 이젠 고비를 넘긴듯. 오늘은 저 하얀놈이 짖기까지 하는데 넘 웃겼다. 생긴건 백프로 애비를 닮았는데 짖는건 히스테리적인 토야를 닮았나보다.

 

그러니까 얘들이 바리가 낳을 강아지들과 배다른 남매들이다..-_-

 

 

 

요즘 이 동네는 다산의 계절이다. 앞집에서 닭을 키우는데 몇 마리가 부화했다. 태어나서 처음본 저 까만병아리. 하도 도망을 다녀 사진찍기도 힘들지만 진짜로 억수로 귀엽다..ㅎㅎ

 

 

 

중고사는게 취미인 남친이 또 사고를 쳐서 천체망원경을 샀다. 장성있을때부터 사고싶어했기에 잘했다고 했더니 왠걸 너무나 싸구려를 사서 별보기도 힘들다...^^;;;

 

삼일내내 나가 저 고생(?)을 하는데 조금 커다란 달이 안 떠줘서 아직 제대로 실험도 못해봤다...ㅎㅎ

 

 

 

드디어 독일에서 식칼이 왔다. 늦은 생일선물겸 이사선물겸 뭐가 필요하냐시길래 당시 과도로 수박을 자르던 나는 식칼을 외쳤다지.

 

이런 저런 이유로 수박철이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만 저 칼을 사러나가시고 소포로 보내시고할만큼 건강이 회복되셔서 다행이다.

 

자필편지를 읽는데 그리움에 울컥하더라. 그녀를 안본 지 벌써 이년 독일을 떠나서도 일년에 두번 씩은 만났었는데...

 

술만취하면 전화해서 횡설수설하는 나를 늘 받아주는 그녀. 몇일전 남친에게 내가 독일에서 전화해서 자기욕하고 어쩌고했더니 남친왈, 나는 장모가 둘이야..ㅎㅎㅎ

 

 

 

드디어 승호엄마가 이 이쁜 디캔더를 사가지고 다녀갔다. 아버지 항암치료때문에 정신없을텐데 마음에 드는 걸 사려고 동분서주했다니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 사야는 이렇게 옛친구들과 멀지않은 곳에서 왔다갔다하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정말 오랫만에 우아하게 포도주를 마시다보니 기분은 참 좋은데 다린 식탁보를 깔고 디캔더에 포도주를 따르고 한끼의 식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던 시절이 과연 내게 있었나싶을만큼 그 기억들이 아련하다.

 

 

 

이야기나온김에 역시 중고로 구입한 와인랙자랑. 수공예품이라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잔디를 안깔아주니 밭도 만들고 좋다고 신나한지 일주일도 되지않아 갑자기 잔디를 깔겠다고 나타나선 저리 마사토를 뿌려놓고 갔다. 수평을 맞출려면 오른쪽 꽃밭을 없애야한다길래 남친과 내가 일일히 손으로 흙을 뿌려 대충 맞춰놓았다. 

 

 

 

신기했던건 바리 이 놈이 땅이 부드러워서인지 먹을 걸 주면 잽싸게 가져다 저 땅에 숨겨놓더라는 것. 개가 인간의 반려가 된지 얼마인데 아직도 그런 면이 남아있다는 것이 넘 신기하더라.

 

그건그렇고 이제 우리 세식구 정붙이고 살려는데 세식구가 열식구가 되면 어쩌나..

 

나도 개키우는데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저 놈도 초산이라 힘들텐데 우리 잘해낼 수 있을까, 수시로 바리배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이다.

 

이런 고민까지 하고 살게될 지는 몰랐다...^^;;;;

 

 

 

 

 

 

2009.09.1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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