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무서운 대한민국

史野 2009. 1. 20. 13:40

 

이 한 겨울에 농성을 벌이는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다가 수 명이 사망했단다.

 

그것도 2009년 대한민국,

 

민족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둔 코앞에서..

 

용산구청에는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게 쌩.떼.거.리고 분명 저렇게 경고했는데도 자.제.하지 못해 농성에 들어간 철거민들의 결과가 개죽임이란 말이냐?

 

이게 과연 헌번 제 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냔 말이다.

 

그것도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자칭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이 그것도 사랑과 박애의 상징인 기독교의 장로이시기도 한 대통령께서 집권하는 나라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이게 이명박대통령의 국정철학인 '법대로'란 말인가. 강경진압이 법대로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설사 법대로, 처리되는 일이라도 인간의 도리가 먼저 앞서야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법보다 더 앞서는 게 생명이다.

 

국가안보에 위협을 준 것도 아니고 그 곳에서 장기간 농성중이었던 것도 아니고 이 겨울에 살수차까지 동원하고 경찰 특공대까지 컨테이너에 투입할만큼 그렇게 절실하고 급박하게 진압을 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빌딩에 올라가 자살하겠다는 사람도 기다려야하는 게 이치인데 화염병들고 시너쌓아놓고 있었다는 사람들에게 그게 할 짓이었냔 말이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공권력에 의한 살인행위다.

 

안그래도 답답하고 억울해서 농성을 하던 사람들이 불에 타 죽기까지 했으니 그 넋을 도대체 어떻게 위로한단 말인가. 거기다 함께 죽었다는 경찰은 또 어떻고.

 

그들의 명복을 간절히 아주 간절히 빈다.

 

경찰 서울시 정부까지 충분히 사과하고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국민앞에 약속해야한다. 경찰청장이 바뀌는 애매한 시점이었다고 대충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뉴스를 볼때마다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래도 침묵했다.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상상이상이라 두려웠단 말이 더 맞겠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도 특정단어로 검색을 하는 것도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2009년의 대한민국.

 

자판두드리는 것에 눈치보는 것도 모잘라 '생떼거리'를 쓰다간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단 공포심까지 갖고 살아야한단 말인가.

 

글을 쓰며 뉴스를 보고 있는데 방금 용산경찰서장은 ' 용산 철거현장을 점거농성을 외부세력이 주도했다, 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단다.

 

우선 강제진압을 사과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기사가 먼저 올라오는구나.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박통시절에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대통령부부가 다 총맞아 죽는 충격을 겪고 이십대중반까지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에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이런 걸로 고민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개인의 팔자? 다 엿같은 이야기다.

 

독일에선 교육을 팔년만 받은 애들도 나보다 훨씬 인간답게 누릴 거 다 누리고 살더라.

 

사람목숨이 개값도 못한 이 나라, 오천년 역사를 가진 동방예의지국이며 제 2의 이스라엘을 꿈꾸는 당신들의 하나님이 선택한 나라.

 

나는 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잘못 자판을 두드렸다간 긴급체포될 수도 있으며 자제하지 못하고 생떼거리를 쓰다간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학습한 이 나라 국민.

 

이 정부를 지지한 적 없고 한나라당을 지지한 적도 없는 명백한 反정부 국민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힘없고 능력없어도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야할 구십프로 그 국.민.들의 나라다.

 

 

 

 

2009.01.20.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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