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팔불출..ㅎㅎ

史野 2007. 9. 26. 12:22

큰 조카이야기한 김에 일요일에 생일이었다는 언니 딸내미이야기도 좀 하자..ㅎㅎ

 

큰 조카가 태어난 후 삼년 뒤 이 조카가 태어났다. 아들이랑 또 다른 맛이 있었던 여조카라서 당근 무지 이뻐라 했다. 이 애랑은 같이 살진 않았기에 맨날 딸을 노래를 불러서 울 올케언니 둘째 놈 낳고는 고모가 딸을 낳으라고 했는데 미안하다고까지 했다..-_-;;;

 

나야 워낙 예전부터 마당발에 바빴기에 결혼 안한 동생이 이렇게 언니네 집에 안오는 애는 네가 유일할 거라고 구박받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뭐 밖이건 우리집이건 만나기야 자주 만났다.

 

나는 조카들에게도 왕 인기였는데 (울 오빠표현에 의하면 애들이랑 정신연령이 비슷해서..^^) 세살이었나 언니집에 갔다가 이모를 따라간다기에 데리고 왔다. 당근 엄마며 올케언니며 식구들을 믿었기 때문인데 이 조카가 찰거머리에 심지어 올케언니가 먹여주면 먹지도 않았다.

 

어쩌겠는가 데이트하는 데까지 데리고 다녔는데 밥먹다가 이모 똥마려..-_- 영화보다 쉬마려 잠들어서 안고댕기느라 고생시켜 난리가 아니었다지...ㅎㅎ

 

유치원때는 어떤 애가 밀어 아프게 넘어졌다는 데도 ' 선생님 괜찮아요 쟤는 처음와서 친구를 밀면 안된다는 걸 몰라서 그래요' 했다길래 아 왠수 우리식구를 안 담고 착한 형부를 닮았나 앞으로 인생 어찌 살려고 저리 착할까 무지 걱정했다..ㅎㅎ

 

그런데 자기주장이 확실해지기 시작하더니 우리 언니가 울 신랑왔을 때 촛불도 켜고 불도 켰는데 꼭 촛불에 밥을 먹어야한다고 굳이 지가 일어나서 불을 끄는데 감동..

 

중학교땐가 모두 모여 밥을 먹다가 언니가' 너는 꼭 괜찮은 커리어우먼이 되길 바란다고 애는 엄마가 봐줄테니 걱정말라고 했더니 아무말이 없더라나. 나중에 이 놈왈. 엄마 아까 엄마가 그런 말을 할때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 나는 엄마가 나이들어 엄마인생을 잘 살길 바라지 손주나 봐주는 할머니로 늙기를 바라지 않아. 하더라는 것..^^

 

강북고등학교의 전교1등이라 지역균형으로 S대를 갈 수 있었다는데 자기는 과를 바꿀 수 없다며 포기한 대단한 놈. 나도 골치아픈 인간이었지만 전교1등을 못 보냈으니 이 놈때문에 학교도 골치 좀 아팠겠다..ㅎㅎ

 

결국 자기가 원하는 대학은 떨어졌지만 과는 고수해서 어쨌든 장학금도 받았다고 하고 지금 만족하며 아주 잘 다니고 있다. 

 

참 장학금이야기가 나오니 어제 또 감동받은 이야기. 오빠가 군에 가기전 조카에게 너는 왜 장학금을 못받냐니까 조카가 자기도 신청하면 받을 수 있었는데 아빠회사에서 등록금이 나오니 안했다고 하더라는 거다. 오빠가 황당해하니까 그러면 진짜 그 장학금이 절실한 사람이 못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나.

 

아 정말 내 옆에 이렇게 멋진 인간들이 득실거리니 어찌 내가 행복하지 않겠냐고??? ㅎㅎ

 

어쨌든 언니 딸내미 언니가 이모 한국에 나온다더라했더니 역시 쿨하게 ' 이모 인생이니까 이모가 알아서 하는 거지' 딱 한마디 하더란다.

 

일요일저녁 울 언니 우리아들이 안 온게 도와준거라고(말했듯이 의자가 네개니까..ㅎㅎ) 이건 무슨 이태리 레스토랑에 온 거 같다며 함께 기분좋은 식사와 생일축하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멋진 남자친구를 만나는 일이라며 그 부모와 이모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건배도 했다..ㅎㅎ

 

재료구하기가 힘들고 내가 정신이 없는 관계로 한식이 아닌 이상 요즘은 메뉴가 딱 두 개 스파게티 아니면 스테이크다. 좀 다양한 요리를 하고 싶건만 다 한식 아님 양식 물어보면 양식을 원한다..ㅎㅎ

 

전업주부면서 살림하는 걸 싫어하는 울 큰 언니 너무 맛있다며 요리법을 적어달라길래 형부랑 나랑 조카까지 다 감동해서 쳐다봤더니 응 나중에 사윗감에게 해줄라고..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울 큰 언니 십년전인가 식빵까지 만들겠다고 오븐을 산다길래 말렸는데도 굳이 사더니 안써서 망가졌다더라..^^

 

울 조카놈 엄마 그건 넘 먼 이야기잖아요..ㅎㅎㅎ 걔가 올해 만으로 19살인 지라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내가 언니 그냥 남자친구를 해주면 안될까했더니 남자친구까지 밥해먹일 생각은 없단다.

 

그래도 조카놈 말에 의하면 엄마가 안해서 그렇지 하면 잘 한단다..^^

 

센스있는(!) 이모는 생일케�도 티라미수로 준비해서 (직접 만든 건 아니다만) 자기가 사먹는 것보다도 훨씬 맛있다고 조카가 또 엄청 좋아했다지.

 

그 집에 묵었던 우리 시누이가 형부랑 언니 교육방법이 참 마음에 든다며 감탄을 했을 정도로 원래 잘하기도 하지만 셋이 꼭 친구같은게 보기 좋았다. 언니는 이제 친구가 하나 생겼구나 했더니 맞다며 행복해하는 그 얼굴이라니..

 

이 놈은 성격도 엄청 좋은데 우리집 식구만 닮았으면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다행히도 형부와 언니의 장점을 고루 빼 닮았다. 큰 조카놈도 사실 올케언니의 장점을 많이 닮아서 다행이고 엄마랑도 무지 친한데 어제 울 오빠 엄마랑 너는 왜 비밀이 없는 거냐고 투정아닌 투정을..ㅎㅎ

 

참 내가 오븐만 산게 아니라 홈시어터도 샀다. 나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놈이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어차피 내가 티비사고 오디오사고 그럴거면 홈시어터가 낫다고 우기길래 했는데 써보니까 정말 잘했다.

 

내가 장에 다녀오고 식사 준비하고 하는 동안 늦게오는 조카도 기다릴겸 둘이 다운받아놓은 황진이를 보았는데 집에서 컴으로 보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다고 우리 형부 캡 감탄.

 

그렇다고 홈시어터를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영화보러 오겠단다..^^ 그래 내가 안그래도 우리집이 카페겸 레스토랑겸 영화관이라고 그랬다..ㅎㅎ

 

어제 조카놈도 고모가 이야기한 그런 사랑방이 되어가는 것 같다던데 아무래도 이거 자막없이 영화보고 영어로 토론하는 모임 뭐 이런 거라도 진행할까보다..그럼 고기공놈만 참석하려나? ㅎㅎ

 

오늘은 드디어 모든 식구들이 집구경을 오는 날이다. 처음엔 집들이를 할 생각이었는데 워낙 대부대이기도 하고 추석이니 어차피 많이들 먹기도 하니 그냥 우리집에선 차나 한 잔씩 하기로 했다.

 

즉석에서 갈아서 프렌치스타일로 커피를 끓이는 관계로 우리집 커피맛 좋다고도들 난리니 밥은 못해줘도 덜 미안해하기로 했다..

 

15년만인가 만드는데도 송편이 그림같이(!) 만들어져서 우리집 식구들은 다 감탄했었는데 추석전날 온 그녀는 이게 이쁘게 만드는 거냐고 또 캡 비웃고 갔다. 나만 충격받은 게 아니라 올케언니랑 조카놈까지 충격받아서 그녀의 송편만드는 걸 꼭 봐야한다고 우기니 내년엔 송편만들 때 그녀를 초빙해야겠다..^^

 

조카놈 군에서도 송편은 만들었다는데 자긴 그냥 평소하는 것처럼 했지만 다른 애들은 (얘야 숙련된 송편만드는 사람이지만 다른 남자애들이야 어디 했겠냐) 지구본 모양도 만들고 난리가 아니었다는거다. 문제는 본인이 그걸 먹어야했다는데 그런 애들은 안먹고 다 도망을 갔다나. 명절인데 그냥 놔두지 부대장인지가 또 방송까지 해서 다 먹으러 오라고 불렀다니 하하 군생활도 재밌다. 

 

이렇게 돌아와서 첫 명절이 가고 있고 명절이건 아니건 여전히 달리기는 계속되기에 편의점 아저씨가 감탄하고 계시다..ㅎㅎㅎ

 

 

 

2007.09.26.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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