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슬픈역사, 건널 수 없는 강

史野 2007. 6. 20. 01:36

 

꼭 한민족만이 피비린내나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세계사를 들춰봐도 그렇고 아니 지금도 중동이며 아프리카며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아침마다 이런 뉴스로 하루를 시작해야하는 생각이 들만큼 늘 피터지는 현장. 아니 인간사.

 

식민지세대도 전쟁세대도 아닌 내가 지금 여기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읊을 생각은 없지만 내가 겪지 않은 역사의 현장에 여전히 서있는 그런 느낌, 그것에서까지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언급했듯이 지난 15일에는 일본어 신문은 통일일보사 주최로 변화하는 조선반도정세의 행방, 뭐 이런 주제의 강연회가 있었다. 강사는 뉴라이트대표 김진홍목사와 월간조선 조갑제편집장 그외 토론에 나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동복, 유석춘교수 참석. 부제는 선거이야기였는데 결국 내용은 거의 선거에 관한거였다.

 

마지막으로 독일어강의를 들었던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머리깨지는 독일어강의를 듣던 그때처럼 오랫만에 긴장하고 들었던 강의 그리고 질의응답. 너무나 복잡한(?) 이야기라 내가 총체적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고민이 필요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선 정리를 해야겠다. 

 

우선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당시 학생운동에 공감할 수 없었기에 운동권도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당이 집권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한국에 살고 있지도 않지만 외국에서도 한국교민사회랑은 별 상관없는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했듯이 그지같은 한국법에 의해 선거권이 있다..^^

 

아직 12월 19일에 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지 안 할지 결정한 건 아니고 한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 건 아무(?) 상관없는 삶이긴 해도 (그래 나는 여차하면 독일국적받아서 나를 수도 있는 인간이다) 나는 늘 내가 만나는 인간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관계로 한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 혹은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았고 짧긴 했어도 교육의 현장에도 있어본 내가 제대로된 역사교육은 커녕 왜곡된 또 혹은 편협한 분위기에서 자라난 지라 늘 진실에 애타하고 나와 다른 인간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목이 마르다.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사람사는 세상'이고 예전에 초보빨갱이 어쩌고 하는 글도 올렸듯이 세금 왕창 뜯어다가 놀고 먹는 인간들 먹여살리는 독일시스템, 돈없어서 자식을 죽이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일이 없는 그런 시스템에 열광하는 나는 사실 어떤 면에서는 사회주의자다.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위에 언급했듯이 강연회의 성격이 조국은 뭔지 선거는 뭔지 아니 대한민국의 살 길이 뭔지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살 길과 내가 생각하는 살 길이 사실은 너무 달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각을 그저 무시만은 할 수가 없어서 머리가 아프고 괴로왔다는 게 맞겠다.

 

특히 모두의(내가 아는) 적인 조갑제씨에게서 너무나 진정성이 느껴져서 내 식으로는, 아 저 인간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구나, 싶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

 

언론으로 접할 때는 김진홍씨가 조갑제씨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데다 김진홍씨에게 보이던,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라는 그 자신감이 조갑제씨에겐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나름 자신의 방식을 지켜가며 본인식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겐 느껴졌다는게 이번 강연의 소득이었다

 

물론 여기엔 내 성향이 작용을 했는데 나는 원희룡이가 전두환을 방문했다 사과를 하고 어쩌고 혹은 모님말처럼 김문수가 박정희정권에 대항해 싸운게 후회스럽다느니 어쩌느니 하며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보단 조갑제씨나 복거일씨처럼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는 그런 인간들을 더 좋아한다. 나랑 다른 건 상관이 없거든. 왜 인간들이 다 나랑 똑같이 생각을 해야 하는가?

 

나야 여러 이유로 노통을 좋아하고 (나 노사모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건 우리가 발전하고 믿고 있는 관계로 그들의 무조건 좌파가 십년 간 대한민국을 망쳤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는 없었더라도 말이다.

 

조갑제씨랑 비교 김진홍씨는 저 인간이 목사가 맞다 싶을 정도로(그래 이것도 이야기했지만 나도 한때는 성경을 몇 번이나 통독하며 신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데다 본인이 믿는 게 무엇인지가 헷갈리는 사람이더라. 팬도 많다던데 이런 말을 하면 명예훼손에 걸려 고소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만 내 느낌이야 그냥 내 느낌이니까..

 

이번 강연이 한나라당 말하자면 보수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선전강연 비슷한 거였는데 이게 또 일본에서 개최가 되다보니 성격이 좀 다르다

 

 

강연이 개최되었던 한국영사관이 들어있는 빌딩의 민단홀. 아시는 분이야 뭐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일본의 교포는 대충 셋으로 나뉘어 진다. 대한민국쪽의 민단 그리고 북조선의 조총련 그거와 상관없는 뉴커머(Newcommer).예를 들면 보스님이나 멜론님같으신 분들이 뉴커머다..^^

 

그러니까 이 강연회는 어찌보면 한나라당과 민단쪽의 이번 선거를 이기기 위한 자체 기원회라고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혹은 북조선이 나뉘어진지는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속에서 겨우(!) 육십년 남짓. 통영에서 태어난 1917년생의 윤이상씨가 북한에 간 이유를 설명했던 것처럼  '제가 태어났을 때는 조국이 두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오십년이나 늦게 태어난 나는 과장하자면 젖도 떼기 전부터 북한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들과 내가 생각하는 게 다른 건 너무나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또 그러니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김진홍씨나 조갑제씨나 사십년대에 일본에서 태어났다던데 그들과 내가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불가능한건지도 역시 모르겠다.

 

좌우파가 나뉘어졌던 건 해방전이지만 그리고 당시의 상황상 많은 인텔리들이 좌파가 되었고 조국이 나뉘어 졌을 때 월북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육이오전쟁을 통해 더 심화된 우리의 슬픈 역사.

 

해방후 대한민국, 그러니까 남한 이승만 정부는 일본에 남아있던 교포들에게 아무 일도 안했음에도 그렇게 나뉘어진 상황에서 그들이 가졌던 대한민국에 대한 충정. 아니 우파, 공산주의를 혐오하던 인간들의 충정. 당시야 북한이 더 잘 살았고 재일교포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했슴에도 이념때문에 거기에 식민지인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살며 쌓인 감정까지 합해진 저 외롭고 처절했던 민단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헛 들을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조갑제씨를 비롯 그 강연회에 왔던 많은 사람들은 정말 간절히 북괴에서 우리 나라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는데 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지 이해가 가고도 남던 날. 말하자면 박정희를 너무나 싫어하는 내가 박정희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는 이해하는 심정이랄까.

 

정말 공산당에 대한 증오가 너무 커서  나쁘게 말하면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그 분위기.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를 하는 건 지금으로선 당연하지만 그래야 나라가 살고 한나라당이 이기는 건 그 당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사는 거라는 절대적인(!) 신념

 

나는 그 신념이 벅차서 살이 떨렸더랬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전쟁이더라는 거다. 휴전선이 말로만 휴전선이 아니라 진짜로 그게 휴전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났으니 어찌 안그랬겠는가.

 

전교조며 민노당이며 노무현정권이며 다 그 끔찍한 김정일의 프락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위에 이야기했지만 나는 운동권이 아니었지만 운동권을 알고 있고 그때의 그 운동권과 여전히 친구인 관계로 그들의 변화를 잘 아는데 보수들은 여전히 그들을 다 간첩이라고 생각하더라는 것.(우파가 꼭 틀린 건 아닌게 '여전히'는 아니더라도 내가 아는 한은 당시 386이 개판을 친건 맞다)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던 내 남자의 표현을 빌자면 거긴 아직도 세계사에서 사라져버린 냉전(冷戰)이 진행중이구나..

 

믿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 믿을 수 없었는데 그들은 오육십년전처럼 여전히 싸우고 있더라는 거다. 지난 글에 올렸지만 내가 멜론님때문에 만났다는 그 재일교포분은 북조선쪽이었는데(그러니까 하루사이에 오륙십년의 세월뿐 아니라 남북을 왔다리 갔다리했다) 그 분 역시 남조선을 인정하지 않더라는 것. 그 분 말씀으로는 작전통수권도 못 쥐고 있는 나라를 어떻게 자립한 나라라고 볼 수 있냐며 아무리 개판을 치더라도 당신 조국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는 건 북조선이라는 거다.

 

예전에 식자들이 명나라에 올인을 했던 것처럼 위의 조갑제씨며 미국을 숭배 아니 큰 형님으로 모시는 한국의 보수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 분의 비판에 백이십프로 동의했다만은 또 대한민국이 북조선이랑 비교 그렇게 개판인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정말 김정일을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기에 미친 놈은 그저 달래야 한다는 의미로 햇볕정책에 절대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는 당근 없다.)

 

아 뭐라고 해야하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내가 이해하는 우리 역사의 폭은 겨우 이거였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마흔 살인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그들은 겪었다는 것. 그래서 화해할 수 없는 서로의 상처가 되었다는 것. 꼭 무슨 유행가 가사 같다만 그 상처가 너무 깊어서 그리고 그 상처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보호본능에 다들 여전히 칼날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 그게 내가 강연회에 가서 느낀 것들이다.

 

제목처럼 건널 수 없는 강. 나는 건널 수 있으리라, 아니 건너야 한다고 믿었더랬는데 그들은 건널 수 없더라.

 

과연 내 조국의 미래는 어찌 될것인가. 그때 천정배란 인간때문에도 글을 잠시 남겼지만 서로 다른 이념 혹은 신념을 절대 인정해줄 수 없는 우리의 절박성! 그리고 진정성!

 

꼭 민족주의자의 관점에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죄없는 후세들에게 우리만의 뭔가를 남겨줄 수 있다면, 어떤 의미에서건 오천년을 살아남은 한민족이 앞으로도 그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고 글로발세계에서 한 몫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나는,

 

그 날 그 모든 게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1953년에 끝난 전쟁을 1967년에 태어난 내가 2007년을 살고 있음에도

 

아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구나...

 

당신들은 여전히

 

너무나 진지하게도

 

이걸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구나.

 

그리고 또 여전히

 

아직도 미국이 희망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 구나..

 

 

그러면서 들던 마음속에서부터 솟아오르던 감정은 나는 이명박도 싫고 박근혜도 싫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까지 반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보수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니 뉴라이트가 아니라 나는 뉴레프트라도 조직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이건 아닌데 이렇게 늘 전쟁상태로는 우리 문제를 풀어갈 수 없는 데. 뭐 그런 생각.

 

거기다 아 저 사람들도 저렇게 나라를 생각하는데 나도 좀 내 나라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거 아닌 가 뭐 또 그런 생각.

 

그랬다 그 날.

 

술이 드럽게 취한 상태로 쓰는 글이라 앞뒤 안가려지지만 일단 올린다. 말하자면 몇 일 연속내내 술이 취한 상태..ㅎㅎ

 

 

2007.06.19.Tokyo에서..사야

 

 

 

넵 그렇습니다

 

사야가 그렇게 힘들어한 마흔이 드디어 되었네요. 12시가 넘었으니까 이제 생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하 안해주신 분들 해주실거죠? ㅎㅎ

 

 

어제 밤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12시 들어가는 파티를 둘이 했어요.(저기 노트북 저 자리가 제가 요즘 늘 앉아있는 자리랍니다.^^)

 

 

술 좋아하는 마누라를 위해 술을 왕창 사와서 내내 잘 마셨습니다..ㅎㅎ

 

 

술만 사온 건 아니구요 안주(!)도 사왔지요.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고 개판을 쳤는 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생일아침이니까 일어난 신랑은 준비를 합니다

 

 

말하자면 절대 변하지 않는 제 생일 메뉴입니다..^^

생일날 아침엔 늘 얻어먹는 음식이라죠..

그러고보니 저 커피잔도 언젠가 생일선물이었네요...ㅎㅎ

 

마흔 특별하긴 한가 봅니다

오늘 전화 안하던 놈들까지 하더군요..ㅎㅎ

 

내일 한국에 갔다가 26일에 돌아옵니다

이번엔 노트북을 가지고 가긴 합니다만

다녀와서 뵐게요..

 

위에 이야기했듯이 술 만땅 취해서 고사드리며 올리는 글이었는데 딱 올리려니 인터넷문제로 익스플로어 닫혔다. 예전 같으면 젠장하고 날렸어야 하는 글인데 그리고 또 아 그래 올리지 말 글이었다보다 할텐데 다음 서비스가 넘 좋아져서 글을 찾아다까지 주니 그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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