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강탈당한(얼마 전 일인거 같은데 벌써 이 년이 지났으니 놀랍다) 뭉크의 그림들이 무사히 돌아왔단다.
무장강도에 의해 그림이 강탈되었을때 그런 유명한 그림들이 당연히 공개적으로 거래되진 않을거구 그저 러시아졸부들이 개인소장용으로 구입하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했더랬다.
슈피겔기사에 따르면 한국뉴스에도 잠시 언급되는 갱스터두목의 거래설은 이렇다.
애초부터 그림강탈은 돈과는 관계가 없었다는 거다. 그 사건이 있기 몇달 전에 있었던 수백억원 규모의 은행강도사건에 대한 수사력의 분산을 위해 저질러졌다는 거다.
그 은행강도사건은 영화속에서나 나오던 그런 형태로 일어났다는데 그러니 당연히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와 환상적인 음악.
근데 그거야 옛날 이야기고 요즘 같은 세상에, 모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같은 이미지를 내게 주는 노르웨이같은 나라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니 재밌다.
어쨌든 겨우 서른 하나인 그 갱스터두목이 잡혀서 19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다른 범죄들을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그림과 바꾸었다나 어쨌다나.
보기에도 우울해 보이는 이 노르웨이 태생의 화가 Edward Munch(1864-1944)의 그림들은 그 유명세만큼 그의 사후에도 시달리는 듯 하다.
사실 그의 그림들은 보기 편한 그림들은 아니다. 19세기 말 불안했던 시대정서가 반영되었다고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불행했던 그의 삶일거다.
그는 다섯살 때 결핵으로 어머니를 잃고 곧 바로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누나인 소피를 역시 결핵으로 잃는다. 지난 번에 호들러이야기를 하며 죽음을 그리는 화가라고 했지만 뭉크 또한 그런 별명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그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지옥이야기 등으로 어린 뭉크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니 뜬금없긴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자제하는게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
어쨌든 내 눈에는 잘생긴 이 아저씨는 사랑에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알콜이며 정신불안으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니..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가 참 오래 산 듯 보이는데 말년에는 눈병으로 작업도 제대로 못했다는 화가가 외롭게 그 시간을 견뎠을 생각을 하면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지는 느낌.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에게야 뒷이야기야 어떻든 그림들이 어느 부자의 밀실에 걸린 게 아니라 별 문제없이 무사히 돌아왔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나도 언젠가 노르웨이의 저 아름다운 곳을 여행도 하고 뭉크미술관에도 가보고 싶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지금쯤 노르웨이 여행에서 돌아오셔서 그 느낌으로 행복해야할 시부모님들의 여행이 나가리가 된 게 또 마음아프지만 어쩌겠냐 그저 삶이 그런거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그건그렇고
그림도 찾아가며 몇 시간에 걸쳐 나름 공들여(?) 쓴 글이 순식간에 날라가 버렸다. 다시 일일히 찾아가며 새로 쓰는 것도 암담하고 하도 황당해서 관두려다가 그냥 기억력에 의지해서 대충 올린다.
2006.09.03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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