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갇힌 항아리

사진 그리고 남편과 나.

史野 2005. 7. 19. 23:36

 


 

 

 

지금이야 똑딱이 카메라하나 가지고도 잘도 살지만 내게도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사진 찍는 일에 열정적인 때가 있었다.

 

버너( 어마어마하던 버너 다들 기억하실거다..^^)까지 들어 어깨에 멍이 들정도의 배낭을 메고 사진기가방까지 들고 대청봉을 올랐을 정도로 정신나갔던 때가..

 

지금이야 너도 나도 하도 사진을 찍어서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지만 그때는 그래도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곤 확대해서 선물을 하기도 했다면 웃으실라나..ㅎㅎ

 

어쨋든 사진 찍어 크게 현상하는 것도 돈이고 앨범정리하는 것도 일이고 언제부터인가는 자연스레 사진찍기를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이유는 남편이 나보다 사진을 찍기 때문이었는데 비슷한 곳을 찍어놔도 그의 사진이 나으니 재미도 없더라..ㅎㅎ

 



 

보통 독일사람들이 그렇듯이 남편도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찍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보통 슬라이드로 촬영을 하고는 여행을 다녀온뒤 친구들을 모아놓고 슬라이드쇼를

한다.

 

동경까지 끌고 온 슬라이드박스가 개다.

 

그러던 남편이 사진을 이상 찍지 않게된 5년전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

 

우리 사진기도 차츰 맛이 가기 시작한데다가 동양에 후론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않은 것도 아무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전혀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지

이건 일이 바빠서라기보다 전적으로 컴퓨터게임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무지 속상했다..( 남자 모니터 개에 하나는 플라잇시뮬레이션을 하나엔 시빌라이제이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_-;;)

 


 

지난 연말 디카를 잃어버린 오랫동안 새로 구입하지 않고 있었던 가장 이유는 제대로 카메라를 사고 싶어서였다.

 

가격도 가격이니 골라주면 좋으련만 남자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란 말이다.

 

사실 지난 번에 마음을 먹고  사러갔다가 시간을 결국 이 구경만하다 생각해보기로 하고 당장 필요한 미니디카를 하나 구입하게 된거다.

 

디카샀다가 자랑(?) 하며 근데 조만간 제대로된 하나 구입하겠다고 했더니 맞다고 인간은 디카가 개가 필요하다고 어찌나 놀리던지..( 사실은 잃어버리자마자 LCD화면도 없는 쓰잘데없는 모형디카가 하나 있다..-_-;;)

 


 

어쨋든 남자가 갑자기 얼마전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거다. 우리가 조만간 십년만에 오랜 휴가를 떠날 생각인게 이유겠지만 내겐 무엇보다 남편의 관심이 돌아왔다는 그리 기쁠 수가 없었다.

 

웹사이트에서 가격비교도 해보고 애들에게도 물어본 결과 홍콩과 미국이 가장 저렴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결국 이번 홍콩출장길 남편이 캐논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그냥 펜탁스를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심봤다..흐흐

 


 

연휴동안은 그냥 남편이 가지고 놀게(?) 대충 놔두고는 오늘 사진찍으러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회사이사문제로 사진기가 필요하다고 오늘 자기가 들고 출근하면 안되겠냐는 벼락같은 소리를..

 

차마 안된다는 말은 못하고 나는 오늘을 너무 기대하고 있었노라고 했더니 그럼 자긴 내일가지고 가겠다고 그냥 출근을 했다.

 

거기 사진기가 없겠냐 그냥 자기 카메라 자랑도 할겸 자기도 찍어보고 싶어서였을텐데 정말 내가 왠만하면 양보를 했겠지만 어제부터 너무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던지라 도저히 가져가라는 말이 안나오는 ..ㅎㅎ

 

남편생일준비며 메뉴도 정해야하고 시장도봐야하고 해야할 일은 산더미.

연휴에 안한 집안 일도 밀렸건만 운동하고 내려와 대충 대충 개만 끝내고 오늘 드디어 출사(?) 나갔다.( 그래봤자 아타고신사였지만..)

 

이게 정말 얼마만에 만져보는 카메라다운 카메라냐

묵직한 느낌, 찰칵찰칵 할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말로 표현할 없는 기분.

 

괜히 잘난척 수동으로 초첨조절도 해보고 정신없이 찍어대다 일이 있음을 알고 정신차리고 내려왔더니 몸이 모기가 남겨놓은 전투현장이..

 

이제 돌아다니는 즐거움이 하나 늘었다.

 

물론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남편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살게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름다움과 관계된 취미생활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도 빈약하게도 하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2005.07.19. 東京에서.. 사야

 

 


 

 

 

 

삼박사일 남편의 출장 그리고 연이은 일본의 삼일연휴가 지나고 이제야 다시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은 물론 새 카메라로 촛점 감도 등등 연습해본거구요.

 

앞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로..ㅎㅎ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날씨는 더워도 싱싱한 날들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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