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슬픈 한 해가 가고 또 온다

史野 2025. 1. 2. 14:03

지미 카터
전에도 썼지만 땅콩피켓 선거운동으로 어린 사야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던 미국대통령
30일 아침에 깨서 누운 채 습관적으로 리모콘을 눌렀는데 지미카터 어쩌고 소리가 들려 돌아가셨구나 했다
CNN에서 하루종일 방송 내보내는 걸 왔다리갔다리 하며 보는데 등소평이 나오고 김일성이 나오고 래리 킹이 나오고 무슨 타임머신을 타고 사야가 살아온 그 시간 속을 걷고 있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77년에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도 평화사절단 등 계속 활동을 했으니 사야도 그를 오십 년 가까이 본 셈이다
사야가 기억하는 그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한 세기를 꼬박 채운 것도 대단하지만 저 부부가 77년을 부부로 살았다는 것도 엄청난 복이 아니었나 싶다
찾아보니 트럼프가 태어난 해에 결혼을 했더라
지미 카터의 엄마가 로잘린의 산파였다는 것도 뭔가 동화를 완성한 것 같은 느낌
신앙심도 깊었다던데 행복이야 상대적이긴 해도 이 땅에서 살다 간 가장 행복한 인간이 아니었을까
한 해가 저무는 시점
한 해가 아니라 한 세기가 저무는구나 싶었다

서방뉴스들이 한국에 너무 무관심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한 달을 꼬박 한국뉴스를 접하다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이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
비상계엄령이 불러온 이 혼란도 너무 비극이고 무안공항 사고도 너무 비극이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음모론이나 혐오는 더 비극이다
사야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심각하게 우리 사회는 신뢰라는 단어가 설 자리를 잃은 거 같다

대통영장발부소식에 하필 배경은 저래서 이 땅의 혼란을 저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겠다 싶다


그 유명한 을사년을 드디어 만난다
백이십 년 전의 이 땅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이 안 간다만 왠지 지금의 이 혼란과 크게 다른 건 같지가 않다
중국공산당의 영향권 아래에서 사느니 미국의 52번째 주를 택하겠노라는 사람들을 여전히 보니 말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는 말을 쓰기 힘들다
이 탄핵정국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하필 또 올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대통령이 취임을 하고 시진핑주석은 대만을 노리고 독일도 연정이 실패해 다시 선거를 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 전쟁 등등 정말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은 어떤 역할을 하련지
작년 세계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낸 이상기후도 올해는 어떤 모습일지
새해벽두부터 미국에서 들리는 뉴올리언스 테러소식도 그렇고 참 슬픈 연말연시다

사실 딱 하루를 기준으로 사는 사야에게 해가 바뀐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낙관은 경계하되 희망은 버리지 않는 날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덧붙여 무식해서 남들에게 선동당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다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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