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과거의 흔적 그리고 현재

史野 2024. 7. 3. 12:20

지난 겨울부터 찾는 영어단어를 집에 있는 쓰다만 노트에 적기 시작했는데 다 썼더니 맨 마지막 표지장에 저게 써있다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싸준 거는 더블린 시절이니까 20년도 넘은 노트되시겠다
전에 푸바오 이야기하며 썼던 아기곰도 저기 있네 ㅎㅎ
저 남자 잘 지내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요즘 아침마다 cnn에서 도쿄를 광고하는데 사야가 살았던 저 아파트가 나온다
사진을 찍으려다 놓쳤었는데 오늘 드디어 성공했다
워낙 좋은 아파트에 살았다 보니 안 가보고도 살던 집을 보는 호사(?)도 누린다
저 절에서 아침저녁 두 번씩 울리던 종소리도 막 들리는 거 같다
정확한 위치는 저 처마에 가려 안 보이지만 4년 가까이 살았던 집을 매일 아침마다 보니 도쿄가 그립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도쿄에서 뛰쳐나오긴 했지만 그건 도쿄 잘못은 아니니까 ㅎㅎ

마침 유로 축구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어 어제는 tvn스포츠에서 뒤셀도르프 풍경도 한참 보여주던데 역시나 기분이 묘하고 그립더라

따져보니 다음 달이면 한국에 돌아온 지 17년이더라
시간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이제는 전생의 기억마냥 별로 실감도 안 난다
그러다 저리 우연히 뭐라도 보면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뭔가가 있긴하고 ㅎㅎ


그건 그렇고

울 호박이
요즘은 덥다고 낮에도 바닥에만 있고 밤에도 침대에 안 올라오는데 아침마다 침실에서 나오면 꼭 저리 단 하루도 안 빼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의식(?)을 치른다
그게 때론 단 몇 초 일 지언정 말이다
무슨 심리인 지 14년 가까이 키우는데도 사야에게 울 호박이는 늘 미스테리다
그래서 사야는 내 자식인데 내가 모르겠냐는 말을 못 믿겠다
개새끼 속도 모르겠는데 그보다 더 복잡한 사람새끼 속을 어찌 알겠냐고 ㅎㅎ


본격장마가 시작되기 전 당근을 다 뽑았는데 다 저 모양 저 꼴이다
망했다
꽃 보려고 두 개를 안에다 심었는데 정말 꽃만 보고 말아야겠다


요즘은 저 에키네시아랑 창포잎 어우러진 풍경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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