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꿈이었나

史野 2015. 1. 20. 02:53

 

 

 

그래 저리 눈이 쌓여있으니 꿈은 아닌데

어제밤 그 폭풍의 언덕같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격정적이던 사야도 없네

지난 밤엔 분명히 뭐든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하도 리얼하고 스펙타클하며 디테일한 꿈까지 꿔대니 자주 꿈이었는 지 현실이었는 지 분간이 안갈 때도 있다

 

그건 전생도 아닌데 사야는 밤마다 어딜 그렇게 쏘다니고 있는 걸까

 

 

우짜든둥 사야를 늘 현실로 데려오는 건 울 새깽이들

울 큰언니 이 집은 비가새나 왜이리 바닥에 양재기가 많냐던데 울 새끼들 밥그릇이다 ㅎㅎ

 

말했듯이 간식은 물론 사료도 없는데 네 놈들을 멕이는 건 진짜 쉬운일이 아니라니까 ㅜ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국물로쓰는 마른 새우 달달볶다가 삶아낸 스파게티면을 먹기좋게 잘라 넣고 개전용캔 하나 넣어 완성

사야도 같이 숟가락 얹어 한끼 해결하고 싶은 걸 참았다

사진엔 없지만 후식은 고구마튀김

진작에 해줄걸 고구마튀김을 그리 좋아하는 줄도 몰랐다

 

그래 모르는 게 이리 많으면서 여전히 좌충우돌 인생을 산다

 

그냥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근데 이것도 이젠 사치네

나참 삶이 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더만 고민한만큼의 양을 뱉어내라는구나

어쩌겠니 배째라

나도 더이상은 못하겠는 걸 ㅎㅎ

나는 개들 밥이나 만들란다

 

미안하다

이 나라에서 인간인척하는 건 교만이자 자기 속임수일 뿐이다

그러니까 인간 아니 삶이 뭐 별거냐고

 

어쩌다 피자나 스파게티가 국민음식이 되어버리고 레스토랑은 커녕 엄마가 직접 해준 걸 먹어본 적도 없는 애들이 부지기수인 이 나라에서

사야는 개새끼들을 위해 그게 유치원친구도 먹었다는 스파게티인 지 칼국수인 지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는 울 개님들을 위해 삼십분도 넘는 시간을 투자해 저 개님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었다구!!

 

그래 나 포함이다

사는 걸 산다고 말하지말자

근데 사는 게 사는 거지 뭘 어쩌라구

 

오십년 가까이를 살아도 늘 후진 이유다

사야는 어려서부터 너무 고민을해서 딱 스물여섯살이되면 근사한 인간이 될 줄 알았다

 

 

갑자기 술이 깨네..ㅎㅎ

그러니까 막 마흔아홉이 되신 아주머니!!

어쩌라구요?

아니 어쩌실건데요?

 

저요?

뭘 어쩌겠어요

죽어라 살아야죠

아니

저는 그냥 살고싶어요

늘 그랬어요 그게 어떤 형태건 살고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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