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아 반가운 그대

史野 2014. 12. 31. 02:09

생각은 자주 했었는데 전화는 못했네

혹 그대에게서 내가 유지하고 있는 이 아슬아슬한 평화를 건드리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몰라서

그리고 또 안그래도 힘들다는 그대에게 괜히 징징거리게될까봐 그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그대랑 전화를 하면 오늘처럼 갑자기 끊어야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는 한 한시간은 기본이고

그러면 또 만나고 싶어질테니까..


그러게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그대가 있었네

서로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를 알아듣는 그대가 있었네

그대를 생각하면 그냥 그 오피스텔에 살아도 좋을 것을

그대는 나의 친정 나는 그대의 친정인 것을


그대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술한잔 함께 나누지 못해서

절연이란 편리한 방법으로 그대만 마음쓰게 한 것 같아서

오늘은 정말 많이 미안한 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만났고 그대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대와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그리고 그대가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좋습니다.

그대는 내가만난 몇 안되는 성숙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대가 그런 자신을 믿고 지금의 그 흔들다리를 건넜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는 현명하니까 그 흔들거림의 원인이 무엇인 지 누구보다 잘 알거라 믿습니다.

그대가 건너는 그 흔들다리옆에는 듬직한 두 아들이 있고 나도 있고 또 그대가 알다시피 그대의 남편도 있습니다.

그대의 남편은 사실 나보다 그 모든 애절한 세월을 함께해온 그대가 제일 잘 알겠지요.


나는 그저 그대가 살아온 세월 나와 나눠온 세월만 압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 삼십년이 넘는 세월을 말입니다.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겨우 열네살이었는 데 이제 곧 마흔 아홉이 됩니다.


병윤이를 낳고 퇴원한 날 축하한다고 내가 사들고 간 케잌을 받으며 한 첫마디가 뭐였는 지 기억하나요?

고모는 딸을 원했는데 미안하다..

그대는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참 애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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