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혼자나가는 일은 없지만 사야만 나가면 좋다고 엉덩이 씰룩거리며 쫓아오던 놈이 그제는 그냥 철푸덕 땅바닥에 앉아서는 멀어져가는 사야를 바라만 보고 있더라.
뭔일인가 놀래 아무리 살펴봐도 외상은 없는데 오른쪽 뒷다리를 제대로 디디지를 못한다.
썼듯이 어젠 눈때문에 나갈 엄두도 못냈지만 혹 일시적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점점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
주차장까지가는 것도 얼마나 힘들어하던 지..
병원에 갔더니 냉정한 샘왈 갑자기 아프다는 건 견주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고 심한 관절염이 의심된다며 사진을 찍어봐야하는데 그 병원엔 바리만한 큰 개를 찍을 수가 없다고 다른 병원을 추천해주시는거다.
치료방법을 물었더니 어떤 소형견 엑스레이사진을 보여주시며 수술하는 방법이 있긴한데 비용도 비싸지만 바리는 워낙 뚱뚱하기도 하고 수술이 도움이 될 지도 잘 모르겠다시네. 심지어 수술불가로 진통제를 먹으며 걷는 개도 있다시면서..
넘 암담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나와서 담배한대피는데 돌아다닐 생각은 전혀없고 역시나 옆에 털썩 주저앉는 녀석.
디지털촬영기가 있다고 추천해주신 곳이 마침 이 병원 쉬는 날 씽이 치료받으러 갔던 곳. 이 병원은 바로앞에 차를 댈 수가 있는데 그 병원은 이마트안에 있는 병원이라 그럴 수도 없고 이미 지쳐버린 바리는 일미터이상을 걸으려 하질 않는거다. 차들이 왔다갔다하는 곳에 앉아 꼼짝도 안하는데 날도 춥고 정말 같이 주저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왠만해야 안고 가기라도 하지. 안기는 커녕 의지가 없으면 잡아끌 수도 없는 놈에게 화도 내다가 빌기도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설사 데려간다고 한들 다시 데리고 올 자신도 없고 말못하는 저 놈은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싶은게 너무 짠하더라.
그래 그래서 오늘은 일단 그냥 집에 왔다.
씽이때도 오늘도 참 힘들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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