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영화를 봤다
니체가 사랑했으나 청혼을 거절한 걸로 유명한 사람
예전에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소설을 읽었었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프랑스위그노와 독일계 러시아인인 살로메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썼고 러시아어는 물론 당시 러시아 상류층이 그랬듯 프랑스어도 능숙한 똑똑하고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단다
십 대에 네덜란드 목사를 만나 이런저런 지적호기심을 채우며 교육을 받는데 이 스무 살 이상 많고 애도 둘이나 있는 양심 없는(?) 남자가 이혼할 테니 결혼하자고 청혼
충격받고는 당시 여자들을 받아줬다는 취리히로 공부하러 떠나게 되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다
당시 러시아는 견진성사 같은 걸 받아야 시민권 같은 게 인정되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는데 그 목사가 도움을 주어 받을 수 있었다나
평생 쓰고 살았던 이름 루는 저 목사가 지어준 거다
스위스에서 공부 중 결핵에 걸려 이태리로 요양을 갔다 니체랑 파울 레라는 열다섯 살 정도 많은 두 독일 남자를 알게 되어 그 둘 다에게 청혼을 받는데 역시 거절한다
거기까진 뭐 그러려니 하는데 결혼은 못 해줘도 친구는 가능하다고 어장관리하는 모습이랄까

이 유명한 사진은 그때 찍은 것
결국 파울 레는 살로메랑 베를린으로 가 동거까지 하게 된다
당시 사회분위기를 모르니 감이 안 잡히는데 둘 다 철없는 나이도 아니고 남자는 삼십 대 중반인데 성관계가 없는 순수한(?) 동거를 했다니
아니 결혼을 안 해주는 거까진 이해를 하겠는데 같이 살면서 잠자리를 거부하는 건 도대체 뭐냐고
결국 26살에 결혼을 하긴 하는데 역시 나이가 열다섯 살 정도 많은 딴 남자랑 그것도 성관계 거부를 조건으로 하고 그 남자가 세상을 떠날 때인 칠십 나이, 사십 년이 넘도록 이혼도 안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ㅎㅎ
36살에 이번에는 열네 살 연하인 릴케를 만나 드디어 운우지정을 나누는데 4년 가까이 러시아 등등 여행도 하고 함께 살기도 하다가 헤어지고는 릴케가 25년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류를 했단다
라이너라는 이름도 살로메가 지어준 거라나
릴케는 곧 결혼을 하고 늦게야 성에 눈을 뜬 살로메는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고 엄마가 되는 건 거부한다
영화를 보다 보니 소설로 썼어도 이게 뭔 이야기냐고 욕먹었을 거 같은데 실화다
네 가지 예술의 연인이었다던 알마 말러이야기는 뭔가 그녀가 궁금하고 사랑 한번 아니 여러 번 하며 인생 끝내주게 살다 갔구나 싶었는데 살로메는 납득하기도 어렵고 좀 아픈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독립적이었다는 평가와 달리 어쩌면 혼자를 견디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물론 알마 말러는 유명한 사람들의 연인으로 존재가치가 크고 살로메는 그냥 연인이 아닌 본인이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라 비교하기는 그래도 그녀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영화만 봤을 때 든 느낌이지만 말이다
나이 오십에 프로이트를 만나고 다음 해 빈까지 가서 프로이트 수업을 들었다는 살로메는 프로이트와도 염문이 있었다고 하고 역시 마지막까지 교류했단다
첫 여성정신분석가중 하나라고 하고 역시 아동 정신분석가였던 프로이트의 딸 안 나와도 친했다던데 안나는 동성애자다
첫 관계를 하기 전까지는 살로메도 동성애자가 아닐까 의심이 들더라지
감을 잡으려고 찾아보니 명성왕후보다 열 살 어리던데 현재에 데려다 놔도 더 현대적인 여러 의미에서 참 대단한 사람인 거 같다
이것저것 찾아 읽다 보니 남편이 백수로 살로메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시기도 있더라
명성왕후도 어떤 면에서는 대단한 인간인데 하나는 평생 백 킬로 사방을 벗어난 적이 없고 하나는 유럽도시를 헤집고 다니고 누구의 삶이 더 나았다 평가할 수는 없어도 참 극적이다
그녀에 대해 풍문 수준의 글만 읽은 데다 사실 영화를 삼일에 걸쳐 대충대충 본 지라 그녀를 잘 표현한 건지 영화를 평가하긴 어려운데 납득하게 잘 만든 건 아닌 듯하다
아들만 있던 집의 막내딸로 무한 사랑을 주던 아빠가 십 대에 돌아가시고 마지막에 그 목사와의 관계가 암시로 나오긴 하는데 저 특이한 인간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사야 같은 평범한 애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는지도
거기다 저 정도면 이 세상 매력이 아닌데 저 여주인공이 그만큼은 아니어서 더 몰입이 힘들었는지도
스무 살에 삼십 대 중반의 니체를 만났던 살로메나 니체의 나이가 되어 당시 자신의 나이였던 릴케를 만난 살로메가 외모도 연기도 변한 게 없어 와닿지 않은 것도 있겠다
살로메는 평생을 그저 살로메이고 싶었는데 여전히 살로메는 유명남성들과의 로맨스로 소비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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