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피나게 난도질을 했다
더 적나라하게 더 아프게 그리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그 상처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제대로 직시하는 길만이 극복하는 길이라고 그렇게 무진장 애썼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형편없는 인간이었지만 그 실망도 끌어안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역사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사야란 인간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래서 이젠 자유로와졌다고 생각했는 데 아니었다
아 젠장 분노가 그대로 남아있더라고
용서한 것도 아니었더라고
그런데 더 절망적인 건 여전히 사랑을 구걸하고 있더라고
혼자 애쓴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했던 거더라고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병이 애정결핍인 것 같다
스스로의 인생을 갉아먹거나 아님 남의 인생에 피해를 주거나..
절망은 참 아프다
아니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절망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는 거다..ㅎㅎ
닭이야 장에가면 늘 사오니까 시도한 차승원의 닭곰탕
비쥬얼은 별로다만 그리고 방송에서처럼 뭐 그런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넘 더워서 식혀먹었는 데도 그리 깔끔한 맛을 내는 닭국물요리는 처음이었다
차승원은 위대해..ㅎㅎ
물론 사야야 모든 고기요리는 새끼들과 나눠먹는 데 양념안한 고기야 좀 나눠먹긴 했지만 애초부터 양파를 넣고 끓인 닭육수는 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하네.
사실 오늘 아빠의 기일이다
벌써 삼십오년이나 지났네
추도예배야 뭐 어차피 안가지만 차로 삼십분정도밖에 안되는 곳에 있는 아빠의 산소에 가본 게 육년이 훨씬 넘었다
근데 이젠 아빠의 기일에도 아빠가 아닌 시아버지가 생각난다
시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사야에게 진정한 아빠 역할을 했던 건 시아버니였으니까.
젠장
자식들을 걱정하고 조금있으면 할머니도 될 수있는 나이인데 사야는 여전히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참 피터지게 열심히 산 것 같은 데 참 너덜너덜 남루하다.
그래도 대견하긴 하다..ㅎㅎ
삶에의 의지하나는 노벨상감이니까
누가 이 더위에 혼자 먹겠다고 닭곰탕을 끓이고 있겠냐고..
근데 절망을 논하기엔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딱 지금 앉은 자리에서 삼미터 밖에는 24도인데 아무리 문을 열어놓아도 온도변화란 없는이 망할 놈의 황토집.
이 낡아빠진 넷북말고 전기선이 연결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이 간절히 필요하네
이래저래 참 힘든 하루였다
사야는 간절히 근사하고 싶은 데 그게 너무 힘들다
근사하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으면 삶은 조금 더 편해질까
아닌 것 같아
책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읽은 책들의 내용도 생각나지 않고 알고있었거나 믿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고
어느 분은 바닥이 새로운 길이라던 데 과연 그럴까
살을 빼야겠다는 일념으로 살면서도 살이 빠지면 겁이나 일부러 한밤중에 라면을 먹고 오백그램이 늘었다고 좋아하는 이 아슬한 일상
아 또 젠장
결론은 버킹컴이라고
사야는 사야엄마에게 사랑받고 싶다
사야엄마가 죽기전에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널 사랑했다는 말이 듣고 싶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아는 데도 집착하게 되네
여전히 사야엄마는 ' 너 같은 게' 라고 말하는 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