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벌써 십년의 세월이라니..

史野 2015. 2. 2. 02:15

전에 썼듯이 사야는 사야블로그에 들어오는 유입검색어를 따라가 사야글을 읽어본는 게 새로 생긴 취미다.

보통은 그냥 그 글만 읽지만 가끔은 이것 저것 연달아 읽으며 예전 사야의 생각속을 헤매다니기도 한다.

본인이야기인데도 감탄하기도 하고 대견할 때도 있고 가여워 눈물짓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일이 있었나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하이튼 재밌다.

작정하고 읽는 게 아니라 그게 우연히 접하게 되니 그래서 더 재밌는 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어떤 연관어로 몇 개의 글을 읽다가 남편 마흔살 생일파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글을 읽게되었다.

놀랍게도 남편이 마흔살이 되도록 함께 잘 살고 있는 것을 무진장 대견해하고 있더라.

그리고 오십살 육십살 생일도 챙겨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더라. 그리곤 이년만에 튀어나왔다만 그땐 그게 진심이었겠지.


그래 생각해보니 그 남자가 올해 칠월이면 오십이 된다.

서양에선 백년의 반이라고 환갑만큼 중요한 생일. 이젠 사야가 챙겨줄 수 있는 생일은 아니지만 만약 옆에 있었다면 오버쟁이 사야는 벌써부터 감동시키겠다고 온갖 계획을 세웠다 지웠다 난리났겠지

그 남자가 오십이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보고싶다.

마흔이 될 때도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진다고 생각했었는 데 지금은 더 멋있어졌을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 데 그 남자를 너무 잊고 살았다.

사야의 기억속엔 마흔셋으로 멈춰버린 그 남자

곧 오십이 된다니 상상도 안가고 진짜 보고싶다.


생일선물로 그 남자의 파티에 짠하고 나타나볼까

우리가 헤어진 건 서로에게 윈윈인 선택이었는데 이젠 편히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남자의 아내는 이제 사야를 인정해 줄 수 있으려나


아직 오십도 안살았는 데 이렇게 벌써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리고 그때는 엄청 어른인 것 같았는 데 여전히  어른이지 못한 청춘(?)인 것도 신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보고싶은 게 맞는 데 그냥 그 남자의 아내였던 건 무슨 책속에선 본 것 같고

이 시골에서의 삶이 그냥 천년만년이었던 것 같이 자연스러운 이 사야의 삶이 참 신기하다


우짜든둥 사랑은 위를 타고간다는 독일속담처럼 그 남자는 맛있는 걸 얻어먹고 살고 있으려나

아님 직접 맛있는 걸 해주며 그 사랑을 만들고 있으려나


아 가슴벅차게 고마운 당신

그 난리를 치고 왔으면서 이렇게밖에 못 살아서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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