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해외에 있을 땐 미치도록 그리운 시간이었다
근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그래도 갈 집이 없네..
명절이란 건 늘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 부족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 뭐 그렇다고 이 나이에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만..ㅎㅎ
어쨌든 크리스마스만 되면 어디에 있던 악착같이(!) 집에 가야했던 남자랑 살았던 내겐,
그리고 오늘 열시간 넘게 걸려 집에 내려갔다는 친구놈을 보면
그렇게까지 해서 가야하는 그 그리운 집이 있는 모든 인간들이 그저 부럽다
그게 의무건 열망이건 어딘가를 그런 고생까지 감내하고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
세상에서 보고싶다..라는 감정만큼 절절한 게 있을까
물론 모두가 그런 감정으로 그 힘든 여정을 견뎌내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추석
그래 그 추석은 내가 그리 그리워하던 외국에서나 한국에 돌아와서나 별 차이가 없더라지
어차피 혼자라는 것.
아 있구나
한국에선 송편도 살 수 있으니까
근데 송편이라도 살 수 있어서가 아니라
송편을 살 수 있는 한국이라 더 외롭고 슬프다...